[이슈메이커=손보승 기자]
‘짧고 굵게’ 즐기는 여행 트렌드 변화
한때 ‘여행의 로망’으로 불리던 ‘한 달 살기’가 저물고 이제는 가벼운 가방을 메고 근거리로 떠나는 ‘퀵턴 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장거리·장기 여행의 자리는 비워지고 단기 패키지와 주말여행이 빠르게 채우고 있는 모습이다.
‘욜로’ 대신 ‘소확행’
‘퀵턴(Quick Turn)’은 항공 승무원들이 사용하는 용어로 목적지에 도착하자마자 출발지로 돌아오는 비행 일정을 뜻하는데, 이에 착안해 만들어진 용어인 퀵턴 여행은 여행지에서 짧은 시간을 보낸 후 바로 돌아오는 여행을 의미한다. 바쁜 일상에서도 짧은 시간에 확실한 휴식과 만족을 얻으려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주로 쇼핑이나 콘서트, 팬미팅 등 주요 목적이 있는 이들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다. 실제 유튜브와 SNS에서는 ‘위스키 사러 일본 당일치기’, ‘굿즈 사러 한·중·일 당일치기’ 등 단기간에 특정 목표를 달성하는 여행 콘텐츠가 주목받고 있다. 해외여행이 과거처럼 큰 결심이 필요한 이벤트가 아닌, 일상 속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는 점에서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다만 이러한 변화의 배경에는 달라진 소비 여건도 있다. 고물가·고환율 장기화로 해외 장거리 여행 비용이 크게 늘면서 부담이 가중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에는 ‘길게 한 번’보다는 ‘짧더라도 자주’ 즐기려는 가치관이 확산하며 트렌드 변화가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욜로족’이 장기 체류와 호화로운 여행을 통해 일탈을 즐겼다면, 최근엔 짧은 시간 안에서도 ‘소확행’을 찾는 방향으로 성향이 변한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대해 전문가들은 단순한 유행 변화가 아니라 산업 전반의 구조적 전환이라고 진단한다. 온라인 플랫폼과 이커머스 기반의 예약 서비스가 새로운 축으로 부상해 단기 여행 확산을 뒷받침하는 추세로, 항공·숙박 업계도 그 흐름에 맞춰 단기 특가 상품을 강화하는 추세다. 결국 여행 산업의 새 무게중심은 ‘짧지만 확실한 만족’에 맞춰지는 상황이다.
당일치기 여행도 ‘OK’
국내 여행 트렌드도 유사하게 변하는 양상이다. 당일치기 여행객 사이 ‘퀵턴 여행’ 용어가 퍼지면서 단순히 상품 구매를 목적으로 여행을 떠나는 데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인기 여행지로는 대전이 꼽힌다. ‘가성비’로 유명한 지역 빵집 성심당을 찾는 이들이 몰리면서다. 그렇다 보니 한때 대전은 ‘노잼 도시’로 불렸지만, 지금은 오히려 ‘꼭 가봐야 할 지역’으로 주목받는다.
교통 인프라가 개선되면서 주말 아침 느긋이 일어나 즉흥적으로 출발해도 가능한 강릉과 속초도 대표 여행지로 자리 잡은 상태다. 혹은 김천 김밥축제나 구미 라면축제, 대구 떡볶이 축제처럼 MZ세대의 이목을 끄는 지역 축제도 좋은 퀵턴 여행지가 된다. 하루 혹은 반나절 동안 로컬의 분위기를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지역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체험’ 자체가 ‘로컬리티’가 된다. 한편 경기도 수원의 행궁동 역시 로컬리티의 대표 사례다. 이곳은 서울에서 한 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지역임에도, 여행객들은 전주나 경주 같은 ‘한국적 정서’를 체감할 수 있다. 아기자기한 골목과 소품 매장, 개성 있는 카페들은 ‘찐 로컬 여행’ 감각을 제공한다.
흐름은 ‘축제’뿐 아니라 ‘스포츠’에서도 나타난다. 프로야구 인기가 높아지면서, 다른 지역 구장을 찾아가는 ‘야구 퀵턴 여행’이 젊은 세대의 새로운 여가 트렌드로 자리 잡으면서다. 이들은 응원팀의 원정 경기를 보기 위해 주말 하루를 비워 지방 구장을 찾기도 한다.
퀵턴 여행의 인기는 ‘주 4.5일 근무제’ 도입이 실현되면 더욱 확산할 전망이다. 과거 주 6일 근무제에서 5일 근무제로 전환될 시기인 2004년 해외출국자 수는 914만 명 수준이었으나 2006년에는 1,160만 명을 돌파하며 해마다 10% 이상 상승세를 보인 바 있다. 한국관광공사 통계 결과 2003년부터 2005년까지 관광목적 출국자는 20.6%, 패키지 이용자 수는 30.1% 상승하며 주 5일제 전환은 여행업계의 호재로 다가왔다. 이로 인해 여행업계에서는 4.5일 근무제가 이뤄진다면 일본과 중국, 동남아 등 인근 국가를 중심으로 한 여행 상품 다각화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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