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10주년을 맞은 영화가 2026년 들어 넷플릭스 국내 순위 5위권까지 오르며 뒤늦은 역주행 흐름을 만들고 있다.
'그물' 스틸컷. / NEW 제공
그 영화의 정체는 바로 고 김기덕 감독의 작품 '그물'이다.
2016년 10월 개봉 당시에는 약 5만 6천명이라는 제한된 관객층의 선택을 받았던 작품이지만, OTT 환경에서는 전혀 다른 반응을 끌어내고 있다. 배우 류승범이 주연을 맡은 이 영화는 남북 체제 사이에 끼인 개인의 비극을 정면으로 다룬 드라마로, 공개된 지 10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서사와 메시지가 현재형으로 작동한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영화는 북한의 평범한 어부 남철우가 조업 도중 배의 모터에 그물이 감기면서 의도치 않게 남한 해역으로 떠내려오며 시작된다. 남철우는 체제와 이념에 대한 의식이 거의 없는 인물로, 그의 유일한 목표는 가족이 있는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러나 남한에 도착한 순간부터 그는 개인이 아닌 ‘의심 대상’이 되고, 조사는 점점 강도를 높여 간다. 일주일 남짓한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이 과정은 사건 위주가 아니라 인물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맞추며 전개된다.
제목인 ‘그물’은 영화 전반을 관통하는 상징으로 작동한다. 실제로 배를 멈춰 세운 어망이자, 남과 북이라는 거대한 체제가 개인을 옭아매는 구조를 의미한다. 남한에서는 전향을 요구받고, 북한으로 돌아가면 변절자로 의심받는다. 어느 쪽에도 완전히 속하지 못한 채 떠밀리는 남철우의 위치는 체제의 논리에서 개인이 어떤 존재로 취급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류승범의 연기는 이 영화가 다시 소비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 중 하나다. 대사를 최소화한 상태에서 눈빛과 호흡으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은 OTT 시청 환경에서도 집중도를 유지한다. 특히 남한의 화려한 풍경을 보지 않기 위해 눈을 감고 버티는 장면은 설명 없는 행동만으로 인물의 처지를 설득한다. 이 장면은 현재까지도 작품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회자되는 대목이다.
류승범. '그물' 스틸컷. / NEW 제공
영화는 남과 북을 선악으로 나누지 않는다. 남한의 조사관은 자유를 명분으로 폭력적인 압박을 가하고, 북한의 권력층은 환대 뒤에 감시와 자아비판을 강요한다. 두 체제는 표현 방식만 다를 뿐, 개인을 통제하는 구조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영화는 이를 병렬적으로 배치하며 어느 한쪽에도 도피처가 없다는 사실을 반복해 보여준다.
최근 들어 이 작품이 다시 주목받는 배경에는 몇 가지 현실적인 요인이 있다. 넷플릭스가 과거 한국 영화들을 전면에 배치하면서 자연스럽게 노출 빈도가 늘었다. 극장 개봉 당시 이 영화를 접하지 못했던 20~30대 이용자들이 알고리즘 추천을 통해 유입됐고, 정치적 메시지보다는 인간 드라마로 받아들이는 소비 방식이 확산됐다. 여기에 남북 관계의 장기적 경색 국면, 개인의 선택이 구조 앞에서 얼마나 무력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체감도도 영향을 미쳤다.
류승범, 김영민. '그물' 스틸컷. / NEW 제공
등장인물 구성 역시 단순하지만 기능적으로 짜여 있다. 남철우를 연기한 류승범을 중심으로, 그를 인간적으로 대하려는 국정원 요원 오진우, 냉소와 증오를 드러내는 조사관, 실적과 안보를 우선시하는 간부 이실장이 대비된다. 이들은 모두 개인 선택이라기보다 조직 논리에 따라 움직이며, 그 결과가 남철우 한 사람에게 집중된다.
김기덕 감독의 22번째 장편 영화로 알려진 이 작품은 개봉 당시 연출 방식과 메시지의 직설성으로 평가가 엇갈렸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과잉된 설정보다 핵심 주제만 남았고, 그 단순함이 오히려 OTT 환경에서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고 김기덕 감독. '그물' 프로모션 사진. / NEW 제공
1위 '더 립'
2위 '얼굴'
3위 '비밀일 수 밖에'
4위 '널 기다리며'
5위 '그물'
6위 '대홍수'
7위 '케이팝 데몬 헌터스'
8위 '브레드이발소: 베이커리타운의 악당들'
9위 ‘우리의 열 번째 여름'
10위 '먼 훗날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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