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 지역사회혁신센터가 1월 16일 대전 아카이브즈 포럼 창립 준비모임에서 김정숙 교수가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임병안 기자)
대전시와 충남도가 지방기록원 설립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수년째 이행하지 않는 가운데 시민이 스스로 기록을 생산하고 관리하자는 공동체 아카이브즈 운동이 시작됐다. 자신의 이야기를 잃어버린 지역은 미래를 상상할 힘도 잃는다는 데에서 출발해 민주적 통제와 책임 행정의 핵심 기반이 될 기록원 조례 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충남대 농업과학연구소 지역사회혁신센터는 충남대 고고학과와 스토리밥작가협동조합 등과 함께 1월 16일 대전 대덕구 용호동에서 대전 아카이브즈 포럼 창립 준비모임을 갖고 지역 이야기의 기록화에 대해 토론했다. 도시의 진짜 얼굴은 행정 문서 속뿐만 아니라, 골목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 사라져 가는 공간의 기억, 그리고 이름 없이 이어져 온 일상의 흔적 속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기록을 공공기관의 몫이라고 지켜만 볼 것이 아니라 시민과 단체의 참여하는 아카이브즈포럼을 창립하기로 했다.
특히, 2007년 '공공기록물법'을 전부 개정하면서 시·도에 지방기록원 설립을 의무화했으나 대전시와 충남도 모두 기록원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2018년 경상남도를 시작으로 2019년 서울시가 지방기록원을 설치해 지역 역사와 문화가 담긴 기록물을 보존·관리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 중에서는 충북 청주시 2022년 지방기록원을 설치·운영 중으로, '지역 참전유공자 기록화사업'을 진행했고, 2014년 청주청원통합 과정의 공문서와 과거 택지분양계획, 조경공사, 하수도공사, 도로공사에 대한 시민에게 공유해 계승하고 있다. 경기도와 경상북도, 경상남도교육청에서 지방기록원 설립이 진행 중이나, 대전과 충남·북에서는 기록물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지방기록원 설립은 지연되고 있다.
이날 대전 아카이브즈 포럼 창립 준비모임에서 김정숙 충남대 지식융합학부 교수는 "법과 제도에 의해 권한을 위임받은 조직이나 개인은 구체적인 기록을 남김으로써 권한의 행사 과정을 시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계승하는 아카이브즈는 민주적 통제와 책임 행정의 핵심이기도 하다"라며 "기록은 과거를 박제하는 행위가 아니라, 현재를 이해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자산으로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가 기록되고 공유될 때 단단한 공동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양봉석 충남대 농업과학연구소 지역사회혁신센터 지역사회혁신본부장은 수도권 일극 체계를 벗어나려는 여러 시도에 앞서 정체성 확립의 시민 공동체 아카이브즈를 운동을 제안했다.
이어 김인숙 대덕구 대덕문화원 사무국장이 대전산업단지 근로자 구술 기록화 사업과 철도역과 철도길의 삶을 채록한 아카이브즈 사례를 소개하고, 김진호 모두의책 협동조합 대표는 대전 원도심 디지털 아카이브의 나아갈 방향을 진단했다.
이용원 월간 토마토 대표는 정책 제안을 통해 "지역이 자기 이야기를 잃어버리면 정체성은 희미해지고 구성원들이 함께 미래를 상상할 힘도 잃는다는 점에서 수도권 집중 문제 역시 지역 이야기 생태계가 파괴되어 온 결과라고 볼 수 있다"라며 "도서관은 도시 기록자를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재개발이나 재건축에서 사라질 마을에 기록화 사업을 의무화하는 조례 제정부터 시작하자"고 제시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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