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압박과 그린란드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덴마크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인 크로네의 환율 안정을 지키기 위해 시장 개입에 나섰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스페인 일간지 El Desarrollo 웹사이트는 1월 15일 보도에서, 트럼프의 정치·경제적 압박 속에 덴마크 중앙은행이 덴마크 크로네와 유로화 간 고정 환율 체제를 방어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기 시작했다고 분석가들의 견해를 전했다.
현재 금융시장은 미국과 덴마크 간 그린란드 문제를 둘러싼 잠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해 비교적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상황이 악화될 경우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까지 연루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감은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시장에서는 투기적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트럼프가 덴마크의 자치 영토인 그린란드 합병 가능성을 언급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한 달간 코펜하겐 증권거래소에서 그린란드 금융 활동의 핵심 역할을 하는 그린란드 은행의 주가는 약 30% 급등했다. 이는 시장이 군사적 충돌보다는 가격에 반영 가능한 협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해당 협상이 성사될 경우, 북극 지역에서의 군사·채굴·운송 활동이 확대되며 그린란드 은행이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기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반면 덴마크 크로네는 일정한 하방 압력에 직면해 있다. 분석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덴마크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환율 안정을 수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시장 개입에 나서게 했다고 보고 있다.
덴마크는 1999년 이후 유로화에 연동된 고정 환율제를 유지해 왔으며, 공식 환율은 1유로당 7.46크로네다. 이론적으로는 ±2.25%의 변동 폭이 허용되지만, 실제로는 0.01크로네 이상의 변동만으로도 시장의 불안이 커지는 구조다. 최근 크로네 환율은 1유로당 7.472크로네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프랑스 투자은행 Société Générale의 분석가 올리비에 켈베는 “현재 환율이 7.47~7.48 크로네라는 역사적 저항선에 근접해 있으며, 과거에도 이 수준에서 변동이 억제돼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향후 변동성이 확대될 것에 대비한 1년 만기 선물 계약 거래량이 급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덴마크의 고정 환율제가 붕괴될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히 미미하다고 평가했다.
시장 참가자들은 지정학적 충돌보다도 트럼프가 특정 관세를 부과할 경우 덴마크 경제가 받을 충격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덴마크 중앙은행은 약 1,100억 달러 규모의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국내총생산(GDP)의 약 25%에 해당해 단기적인 시장 개입에는 충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네덜란드 금융그룹 ING의 애널리스트 프란체스코 페솔레는 “덴마크 중앙은행이 2019~2020년과 마찬가지로 이달부터 크로네 매입에 나섰다고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긴장이 한층 고조될 경우 현재의 외환보유액만으로는 크로네 환율 안정을 유지하기에 부족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시장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덴마크를 지원하는 시나리오도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페솔레는 “현재 가장 큰 위험은 경제적 보복 조치”라며 “다만 전제 조건은 미국과의 직접적인 군사 충돌이라는 ‘블랙 스완’ 시나리오를 배제하는 것인데, 이는 덴마크나 크로네를 훨씬 넘어서는 파급 효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규현 기자 kh.choi@nv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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