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서울 주요 백화점 팝업스토어부터 작은 디저트 가게까지, ‘두쫀쿠(두바이쫀득쿠키)’가 있는 곳이라면 새벽부터 줄이 길게 늘어선다. SNS가 쏘아올린 화제성은 오프라인으로 이어졌고, 하루 판매량은 수백 개에 달한다. ‘두쫀쿠’가 선도하는 수제 디저트 시장은 이제 단순한 취향 상품을 넘어 프리미엄 소비 영역으로 자리 잡았다. 정가와 리셀가가 붙고, 한정판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팽창 속도만큼 소비자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맛에 열광하는 만큼, “혹시 문제가 생기면 누가 책임질까”라는 질문이 따라붙는다. 위생 관리나 알레르기 정보는 확인되지만, 사고 발생 시 연락 창구나 배상 절차는 여전히 모호하다. 이 물음의 끝은 보험으로 향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행 법 체계에서 수제 디저트 판매자는 생산물배상책임보험(PL보험)이나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할 의무가 없다. 식품위생법은 위생관리와 표시 준수만을 규정하고, 제조물책임법도 ‘보험’이 아닌 ‘배상책임’만을 명시한다.
결국 보험은 전적으로 선택 사항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자의 과실이 추정되기 때문에, 보험이 없으면 치료비, 합의금, 소송 비용까지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영세 공방에게는 한 번의 사고가 곧 폐업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는 문제인 셈이다.
사고보다 무서운 건 ‘처리 과정’
수제 디저트 업계에서 분쟁은 대개 사고 자체가 아니라 처리 과정에서 커진다. 배탈이나 알레르기 반응 같은 문제로 소비자가 연락을 시도해도 사업자 창구가 불명확하거나 대응이 늦어지면 불만은 급속히 증폭된다.
결국 사고 접수에서부터 환불·회수, 보상 등 체계적인 관련 절차가 관건이지만, 소규모 사업자들의 현실은 막상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서울에서 디저트 공방을 운영하는 한 사업자는 “판매량이 300~400개씩 늘 때마다 긴장한다”며 “포장, 보관, 배송 과정의 작은 실수가 클레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알레르기 문의나 교차 오염 우려가 잦다”고 말했다. 이어 “보험 필요성은 체감하고 있지만 상품 구조가 복잡해 무엇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작은 1인 공방은 사고 한 번에 버티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런 현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보험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중소기업의 PL보험 가입률은 18.4%, 영업배상책임보험은 12.2%에 그친다. 미가입 이유는 ‘사고 가능성을 낮게 봄’(46%), ‘보험료 부담’(30%), ‘상품 이해 부족’(19%) 순이다. 식품·제과업 등 소규모 제조업체에서도 이 수치는 별반 다르지 않다. 일부 보험 상품의 경우 ‘섭취 후 72시간 이내 신고’ 같은 제한 조건을 걸어 실효성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대형 유통 채널의 경우 이미 자율 규제를 도입하고 있다. 팝업스토어 입점 시 보험증권 제출을 요구하거나 가입 업체에 인센티브를 준다. 그러나 이는 개별 대응일 뿐, 시장 전체의 신뢰 체계를 대신하지 못한다. 소비자는 포장에 재료명과 알레르기 유발 물질 표시 정도만 확인할 뿐, 보험 여부나 사고 대응 절차는 알 길이 없다. 결국 SNS 평판이 안전의 대용품이 된다.
의무화보다 ‘보이는 신뢰’가 먼저
이렇게 소비자 불안이 커질수록 ‘보험 의무화’ 주장이 커진다. 논리는 직관적이다. 가입을 강제하면 피해 구제가 쉬워진다. 그러나 이는 경제적 관점에서 함정을 안고 있다. 보험료는 결국 ‘고정비’라는 점에서다.
영세 공방의 입장에서 월 수만원 추가 부담은 매출 불안정성을 키운다. 결과적으로 자본력 있는 브랜드만 살아남아 시장 다양성이 줄어들게 된다. 규제가 안전을 강화하지만, 창업 생태계를 위축시킨다는 역설이다.
또한 보험은 사후 보상 장치일 뿐, 사고를 예방하지 않는다. 위생 관리나 알레르기 표시를 대신할 수 없다. 의무화만으로 “보험 들었으니 안전하다”는 착각이라도 생긴다면 관리 수준은 오히려 떨어질 수 있다. 실제 일부 외식업종에서 이런 현상이 관찰된 바 있다.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은 ‘투명화’다. 보험 가입 여부(보장 항목 요약), 클레임 접수 창구, 환불·회수 기준, 알레르기·보관 안내를 표준 양식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정보로 선택하고, 사업자는 비용 없이 신뢰를 쌓는다. 이는 규제가 아닌 시장 신호로 작동한다.
정부도 차츰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6년부터 온라인 수제식품 위생점검을 강화하고, 알레르기 표시·보관 기준 세분화를 추진한다. 푸드QR(e라벨) 확대와 함께 핵심 정보는 포장지 크게 표시, 나머지는 QR로 처리하는 방식도 도입된다. 그러나 보험과의 연계는 초기 단계다.
한 금융권 연구원은 “보험은 보호의 끝단일 뿐, 신뢰는 사전 정보 투명성과 대응 예측 가능성에서 나온다”며 “위생·정보·대응·배상의 시스템이 맞물려야 시장 성숙도에 따른 근본적인 해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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