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만든 가짜 사진·동영상) 제작 경험이 있는 남자 대학생 5명 중 1명은 성(性) 욕구를 충족하거나 남을 괴롭히기 위한 목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딥페이크 성 합성물을 범죄라고 인식하는 남학생들이 현저히 적고, 제작·유포 책임은 플랫폼과 사진 관리를 하지 못한 당사자에게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도 뚜렷한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혜승·김효정 부연구위원과 송치선 전문연구원이 발표한 '대학 딥페이크 성범죄 실태파악 및 연구 대응방안 수립을 위한 기초연구' 보고서에는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가 담겼다.
연구진이 전국 대학생 중 지역별 분포를 고려해 표본 추출한 1천500명(남녀 각 750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에서 딥페이크 사진 혹은 영상 제작 경험이 있다고 답한 사람은 모두 218명(14.5%)이었다.
딥페이크를 제작한 목적으로는 '학교 과제 활용'과 '재밌는 밈·농담을 만들기 위해'가 가장 많이 꼽혔으며, '창작물 만들기', '친구끼리 장난' 등도 주요 목적으로 언급됐다.
남성의 경우, '성적 욕구 충족'(12.2%), '상대방 괴롭힘'(8.4%)을 꼽은 사람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이 답한 남성 응답자 비율은 여성 응답자 비율보다 각각 두 배 이상 높았다.
남학생의 '딥페이크 성범죄'의 인식 정도도 여학생과의 차이가 컸다. 여학생은 전체 응답자의 72.1%가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했으나, 남학생은 52.9%에 불과했다.
캠퍼스 내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이 일어났을 때 남녀 간 감정의 간극도 크게 벌어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여학생은 '매우 불안하고 두려웠다'(31.4%), '분노와 충격을 느꼈다'(56.3%)는 응답이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반면, 남학생은 해당 응답률이 각각 9.9%, 36.2%에 그쳤다.
남성 응답자 중 '놀랍기는 했지만 내게 직접적 영향은 없었다'고 답한 사람은 42.7%에 달했다.이는 여학생의 응답률(11.2%)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연구진은 “2024년 기준 딥페이크 합성·편집 피해자의 96.6%가 여성”이라며 "피해의 성별화가 인식의 성별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남학생은 딥페이크 성범죄를 자신과는 무관한 문제로 인식하거나, 개인적 행위로 분리하는 태도를 보인다"며 "여학생은 해당 범죄를 잠재적 피해 위험과 직결된 실질적 위협으로 느끼는 반면, 남학생은 타자화된 사건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남학생의 이해와 공감 부족은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딥페이크 성 합성물의 제작·유포 책임 소재 1·2 순위를 묻는 문항에서 남학생들은 '해당 합성물을 만든 사람'(82.0%)과 '약한 처벌'(51.6%)을 가장 많이 지목했다.
그러나 '사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사람(13.6%)', '유포를 막지 못한 플랫폼(22.5%)'을 꼽은 비율도 상당히 높았다.
반면 여학생은 '사진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사람' 응답이 4.9%, '유포를 막지 못한 플랫폼' 응답은 9.5%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일부 남학생 사이에서 피해자의 부주의를 문제의 원인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잔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구조적 젠더 폭력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를 피해자의 자기 관리 실패로 전가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