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지영 기자 | 최근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원·달러 환율 전망이 시장 흐름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변동성이 커지자 IB들은 잇따라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지만, 예측이라기보다는 뒤늦은 사후 수정에 가까운 대응에 그치고 있다는 평가다. 이름값 있는 IB들조차 환율 급변 국면에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환율 전망의 신뢰도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18일 한국은행이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주요 글로벌 IB 7곳은 지난 6개월 동안 올해 1분기 말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평균 100원 이상 상향 조정했다. 이들 IB가 제시한 올해 1분기 말 환율 전망치는 지난해 6월 평균 1340원에서 올해 1월 평균 1441원으로 높아졌다.
회사별로 보면 노무라는 1293원에서 1460원으로 무려 167원을 상향 조정했고, JP모건도 1290원에서 1430원으로 140원을 끌어올렸다. 두 회사 모두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1200원대 환율을 예상했던 점에서 전망 변화 폭이 두드러진다.
BNP파리바는 1340원에서 1450원으로 110원을 상향했다. 크레디아그리콜(CACIB)은 1370원에서 1465원으로 95원,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1360원에서 1,450원으로 90원 각각 전망치를 높였다. ING 역시 1325원에서 1400원으로 75원을 올렸다. 미쓰비시UFJ금융그룹(MUFG)은 1400원에서 1430원으로 비교적 소폭 조정에 그쳤다.
한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여러 국가의 환율을 동시에 다루는 외환팀 특성상, 원화만을 정밀하게 분석하는 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미 지난해 말 환율 전망도 사실상 오판으로 판명됐다. IB들이 3개월 전 제시한 지난해 말 환율 전망치는 평균 1359원으로, 실제 연말 종가인 1439원보다 80원이나 낮았다.
당시 노무라는 1330원으로 가장 낮은 수치를 제시했다. CACIB와 ING는 각각 1350원, ANZ는 1360원, BNP파리바는 1370원, MUFG는 1375원, JP모건은 1380원을 전망했다. 1400원대 연말 환율을 예상한 IB는 한 곳도 없었다.
현재 IB들은 올해 연말 환율 역시 1300원대 후반에서 1400원대 초반에 머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상반기보다 하반기에 환율이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IB 7곳이 최근 제시한 올해 말 환율 전망치는 평균 1411원으로 집계됐다. 노무라는 1380원, MUFG는 1385원, ANZ는 1390원 등으로 1300원대를 예상했고, ING는 1400원, BNP파리바는 1430원, JP모건은 1440원을 제시했다. 가장 높은 전망치를 내놓은 CACIB도 1450원으로, 현 수준보다는 약 20원가량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일 기자들과 만나 "해외 IB들은 1480원 환율을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보고 있다"며 "대체로 1400원대 초반 전망이 많은데, 국내에서는 일부 유튜버들이 원화 가치가 급락할 것처럼 과장된 주장을 한다"고 언급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IB들의 환율 전망 자체가 신뢰를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환당국이 연일 안정화에 나서고 있지만, 이례적인 미국 재무장관의 구두 개입 효과조차 하루 만에 사라질 정도로 추가 상승 압력이 크다는 평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기조 변화 가능성, 차기 연준 의장 인선 등 불확실성이 산적해 있어 환율 수준을 단정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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