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병원 진료 시스템은 전문의 중심으로 전환돼야 합니다. 또한,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가 팀을 이뤄 협업하는 구조가 필수적입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유창식 강릉아산병원장은 지난 14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지역 의료의 안정적 운영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의료 공백에 대비한 해법으로 이같이 밝혔다. 유 병원장은 진영 논리를 배제하고, 지역 의료가 환자의 생명을 실질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전문의-간호사 협력 체계 구축… "진료 연속성 확보"
유 병원장은 의료 현장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2년간 진료지원 간호사 트레이닝을 강화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는 같은 상황이 재발하더라도 병원 진료 시스템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며 "현재 강릉아산병원은 전문의와 간호사가 협업하는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강릉아산병원은 전문의와 진료지원 간호사 중심의 체계가 자리를 잡으면서, 전공의 복귀 이후에도 기존 업무를 수행하던 간호사 대다수가 의료 현장에 남았다. 유 병원장은 "진료 현장에 투입된 기존 인력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진료지원 간호사들이 지속적으로 역량을 강화해 시스템의 축을 담당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의, '진료보조' 아닌 '교육생' 본연의 역할로
유 병원장은 새로운 시스템을 통해 전공의가 '값싼 노동력'이 아닌 '교육생' 신분에 충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의료는 지식뿐만 아니라 현장 경험이 매우 중요하다"며 "경험을 갖춘 간호사들이 전문의와 팀을 이뤄 효율적으로 진료하고, 의사들 역시 이러한 협업 구조에 적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전문의 인력이 충분히 충원될 경우, 고질적인 지역 소아 의료 공백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봤다. 유 병원장은 "소아과 전문의만 충분히 확보된다면 진료 시스템은 정상화될 것"이라며 지난 의료 갈등 기간 전공의의 빈자리를 진료 지원 간호사들이 성공적으로 메워왔음을 언급했다.
유 병원장은 전공의법(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시행으로 인한 진료 연속성 문제도 짚었다. 근무 시간 단축과 당직 후 휴무 의무화로 인해 전공의 중심의 진료는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현실적으로 전공의에게 과거와 같은 진료 역량을 기대하기보다는 교육생으로 대우하고 있다"며 "결국 전문의와 간호사 등 전문 인력이 팀을 구성해 진료를 전담하고, 전공의는 수련에 전념하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외과 전문의이기도 한 유 병원장은 고난도 수술을 집도하는 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전임의(펠로우)' 과정이 필수적인 단계가 됐다고 했다.
유 병원장은 "현재의 수련 체계에서 전문의 자격 취득까지의 3년 과정만으로는 맹장 수술 정도의 기초적인 수술만 가능할 정도"라며 "본격적으로 수술을 집도하는 외과 의사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전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수련 환경 변화로 인해 전문성을 갖춘 의사가 되기 위한 교육 기간이 과거보다 실질적으로 연장되었음을 의미한다.
◆서울에서 온 베테랑…"생명 지키는 필수의료부터 살리자"
유 병원장은 서울아산병원에서 28년 근무를 마치고, 2022년 1월 강릉아산병원장으로 왔다. 그는 부임 당시에는 30년에 가까운 노하우로 강릉아산병원을 서울아산병원 수준으로 만들어보겠다는 포부를 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그는 "그 꿈은 지역의료 현실을 몰랐기 때문"이라며 "그 동안 지역 의료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다"라고 말했다.
특히 의정갈등으로 전공의들이 병원을 떠나면서 지역의료는 직격탄을 맞았다. 그는 "평상시에도 열악한데 위기 상황에 더 열악해졌다"라며 "우선 과제는 영동 지역에 있는 환자들이 생명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필수의료를 책임지는 병원을 만드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유 병원장의 우선 순위도 외형 성장에서 필수의료 정상화로 바뀌었다.
이 같은 판단 아래 유 병원장은 소아과 전문의 확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현재 강릉아산병원은 교수진이 당직 부담을 나누는 방식으로 소아과 응급실을 주간에 한해 운영하고 있다. 고참 교수진까지 당직에 나서며 최소한의 진료 공백을 막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유 병원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야간 소아과 응급실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그는 "전문의가 채용이 되면 일주일에 일부라도 먼저 야간 응급실을 열 수 있다"라며 "지금 여러 방법을 동원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역 소아의료을 지키기 위해 지자체는 물론 지역주민들도 나섰다. 최근 강원도와 강릉아산병원, 영동권 9개 시군(강릉·동해·태백·속촉·삼척·평창·정선·고성·양양)이 함께 '소아청소년 응급의료체계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소아응급진료 공백 메우기에 나섰다.
또한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기부도 이어졌다. 지난 14일에는 강릉 지역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소아진료 지원 시민 참여형 후원 캠페인 'HB1985'으로 강릉아산병원에 1억 500만원을 기부했다. 병원은 이를 소아진료 인력 확충과 시스템 개선, 응급·야간 진료 대응 등에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유 병원장은 "대기업의 수억 원 기부가 아니라, 횟집·고깃집·빵집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이 '아이들이 밤에도 진료받을 수 있게 해달라'며 마음을 모아준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의 간절함을 다시 확인한 만큼 소아 응급 진료 정상화를 최대한 앞당기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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