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틈없이 꼼꼼한 수능 수학의 최강자"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수능 영어의 길을 잡아주는 내비게이션 같은 선생님"
높은 적중률과 질 높은 교재로 수험생들의 찬사를 받아온 '일타강사' 현우진씨와 조정식씨. 하지만 그들의 족집게 강의 비결 중 하나는 다름 아닌 '문항 거래'로 조사된 상황이다.
18일 교육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현직 교사에게 거액을 주고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고사 문제를 받은 혐의로 현씨와 조씨를 재판에 넘겼다. 지난해 12월 29일 두 사람을 포함한 사교육업체 관계자와 전·현직 교사 40여명이 청탁금지법 등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문항 거래를 위해 교사에게 최대 1억8000만원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조사됐다.
수학강사인 현씨는 경쟁 사교육업체들 사이에서 우위를 점할 목적으로 교재개발실장과 평소 친분이 있던 고교 교사 A씨, B씨로부터 문항을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교재개발실장은 문항 제작이 필요할 때마다 이들에게 요청했고, 이때 현씨는 금품을 제공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현씨는 A씨에게 2020년 3월부터 2023년 5월까지 20회에 걸쳐 총 1억6777만7800원을, B씨에게는 20회에 걸쳐 1억7909만1700원을 지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약식 기소된 고등학교 교사 C씨에게는 문항을 제공 받고 2020년 3월부터 2023년 6월까지 37회에 걸쳐 7530만290원을 C씨 배우자 명의의 계좌로 송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강사인 조씨는 교재제작업체를 설립한 김모씨를 중간 다리 삼아 교사에게 돈을 건네고 문항을 산 것으로 파악됐다.
조씨는 김씨에게 교재 집필 경력이 있는 현직 교사를 통해 문항을 제공받아 줄 것을 지시했고, 김씨는 현장 교사들과 영어 문항을 제작해 주는 대가로 금품을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EBS 교재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던 한 현직 교사는 'EBS에 제공한 문항을 타 출판사 등 제삼자에게 제공해서는 안 된다'는 집필약정서와 보안서약서를 작성한 상태였음에도, 김씨에게 '2022학년도 수능특강(영어 독해 연습) 본문' 등 파일을 유출했다고 검찰 공소장에 적시된 것으로 파악됐다.
조씨와 김씨는 2021년 1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67회에 걸쳐 현직 교사 2명에게 8352만원을 건넸다.
현씨는 지난달 31일 "문항을 제공한 교사의 경우 이미 시중에 다른 교재 집필 이력이 활발한 분들이었다"며 "오롯이 문항의 퀄리티(질)를 기준으로 평가해 구매를 해왔다"고 밝혔다.
조씨는 지난해 6월 "도덕적·법적으로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교사가 공적인 업무가 아닌 학원과 문항을 거래하는 것은 겸직 허가가 날 수 없고, 허가를 내준 교장이나 교감이 있다면 아마 해고가 될 것이다. 교사들이 다 팔고 있어서 거래했다는 것은 상식에 부합하지 않고 기본적인 법리논리를 모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BS 수능 연계 교재를 사전에 유출한 것뿐 아니라 사교육 업체에 판매한 문항을 학교 내신 평가에 그대로 출제한 것으로 조사된 교사도 기소됐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생활과윤리 과목을 가르치던 D씨는 사교육 업체에 모의고사 문항을 제공한 대가로 2022년 3월부터 12월까지 1억878만7500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D씨는 사교육 업체에 판매했던 문항을 자신이 가르치는 학교 내신 시험에 그대로 출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 생활과윤리 시험에는 판매했던 문항 13개가 출제된 것으로 조사됐다.
2020년 1월 판매한 '불교의 연기 사상' 관련 문항은 2년 뒤 2학년 1학기 중간고사 20번 문제로 나왔다. 지문은 같았고 보기와 선지만 살짝 바뀌었다. 2020년 2월 판매한 글의 강조 내용을 묻는 문항은 2022년 2학년 2학기 기말고사 1번 문제로 그대로 출제됐다.
해당 고등학교의 학업성적관리규정에 따라 시판 참고서 문항 전재나 일부 변경 출제는 금지됨에도 불구하고 D씨가 사교육업체에 판매했던 문항을 학교 시험에 출제했다.
일타강사, 전·현직 교사, 사교육 업체의 유착이 수면 위로 드러나며 수능과 내신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훼손됐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과거 일타강사들의 강의를 수강했던 강씨는 "신기할 정도로 적중률이 높은 강사들이 있어 '짜고 친 거 아니야'라는 농담을 했는데 진짜 문항을 거래한 것일 줄은 몰랐다"며 "이런 식이라면 학교 시험과 수능을 어떻게 믿겠나"라고 말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박양은 "이번에 적발됐으니 앞으로는 더 치밀하게 문항이 거래될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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