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부동산 재벌인 한 억만장자가 지난 10년 사이 미국 최대 규모의 개인 토지 매입을 몰래 완료해 미국에서 개인 토지 보유 순위 정상에 올랐다.
프로미식축구리그(NFL) 로스앤젤레스 램스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아스널의 구단주인 스탠 크론키(78·사진)가 바로 그 주인공.
그는 뉴멕시코주에서 93만7000에이커(약 37억9197만㎡·11억4700만평)가 넘는 목초지를 매입했다.
13일(현지시간) 해마다 미국 내 100대 개인 지주 순위를 발표하는 권위지 ‘더 랜드 리포트’에 따르면 이번 거래는 전자·방위 산업 분야의 첨단 기술 솔루션 제공 업체 텔레다인 창업자인 고(故) 헨리 싱글턴 박사의 후계자들이 소유했던 부동산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비공개 거래였다.
‘2025 랜드 리포트 100’ 순위에 따르면 이번 인수로 크론키는 4위에서 1위까지 급부상하며 테드 터너와 존 말론 같은 억만장자 지주들을 추월했다.
흔히 최대 지주로 오해받는 빌 게이츠는 27만5000에이커를 보유해 44위에 머물렀다.
이번 거래는 지난 10년 사이 미국에서 이뤄진 단일 토지 거래 가운데 최대 규모다. 양측 모두 구체적인 거래 조건이나 금액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로써 크론키의 토지 포트폴리오는 미 서부와 캐나다 전역에 걸쳐 광범위하게 확장됐다.
현재 그는 와이오밍주 56만에이커, 몬태나주 12만4000에이커, 텍사스주의 역사적인 W.T.왜거너 랜치, 네바다주 80만에이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더글러스 레이크 랜치 등을 보유 중이다.
크론키가 소유한 토지는 총 270만에이커로 축구장 200만개와 맞먹으며 요세미티 국립공원보다 큰 규모다.
비즈니스 잡지 포춘은 농지가 초부유층 사이에서 인플레이션과 전통적 자산의 변동성에 대비한 헤지수단이자 신흥 자산군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미 농무부(USDA)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농지 가치는 에이커당 평균 4350달러(약 640만원)로 전년 대비 4.3% 상승했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해도 약 2% 오른 셈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투자자들은 대체 투자처를 갈구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초부유층은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농지로 눈돌렸다.
농지는 공급이 한정된 실물자산으로 가치를 보존하고 증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투자자들이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시장 붕괴에 대비해 금이나 프라이빗 크레딧(private credit)을 찾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프라이빗 크레딧이란 은행 외의 대체 투자 기관들이 기업이나 개인에게 직접 대출 혹은 채권 형태로 자금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다시 말해 전통 금융기관이 아닌 사모펀드, 자산운용사, 보험사, 연기금 등에서 자금을 조달해 기업에 대출하거나 투자하는 금융 활동이다.
프라이빗 크레딧은 은행 대출보다 리스크가 크지만 그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어 대형 투자자나 기관투자가들이 주로 참여한다.
공모가 아닌 사모 방식으로 이뤄져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다.
크론키는 1947년 미 미주리주 컬럼비아의 독일인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루터교를 믿으며 자랐다. 미주리대학에서 예술사·과학사, 예술경영학을 공부했다.
그는 부동산 개발과 프로 스포츠로 부(富)를 축적한 인물이다.
언론 노출에 지극히 민감해 ‘침묵의 스탠’으로 불리던 크론키는 로스앤젤레스 램스, 프로농구(NBA) 덴버 너기츠, 내셔널 하키 리그(NHL) 콜로라도 애벌랜치, 프리미어리그 아스널 FC를 소유하고 있다.
크론키의 부동산 제국은 월마트의 성공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74년 월마트 상속녀 앤 월튼과 결혼한 그는 대형 유통업체인 월마트를 핵심 입점 업체로 내세운 쇼핑센터 개발로 첫 자산 일구기에 성공했다.
1983년 쇼핑센터와 아파트를 짓기 위해 부동산 회사 크론키그룹 설립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수십년 동안 미 서부 전역에 걸쳐 토지와 목장 제국을 확장해왔다.
앤 월튼은 월마트 창립자인 고 샘 월튼의 동생인 고 버드 월튼의 장녀다.
크론키가 스포츠 산업에 뛰어든 계기는 1995년 로스앤젤레스 램스의 세인트루이스 연고 이전을 도우면서다. 당시 램스는 인기 하락으로 흥행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이때 크론키는 램스 지분 30%를 획득하게 됐다.
이후 2000년 덴버 너기츠 및 콜로라도 애벌랜치, 2011년 아스널 등을 각각 사들여 스포츠 관련 기업인 크론키스포츠엔터테인먼트까지 설립해 스포츠 업계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크론키의 스포츠 구단 구입은 팬심에서 비롯됐다기보다 수익에 관심을 둔 투자 목적이 커 크고 작은 잡음으로 이어지곤 했다.
한편,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부동산 중개업체 콜드웰뱅커글로벌럭셔리의 보고서를 인용해 순자산 500만달러 이상의 세계 자산가 약 120만명이 향후 10년간 총 38조달러가 넘는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줄 것으로 전망된다고 16일 보도했다.
거대한 부의 이전에서 핵심은 부동산이다.
같은 기간 X 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미국 내 부동산 2조4000억달러 등 세계적으로 총 4조6000억달러 규모의 부동산을 상속받을 것으로 추산된다.
WSJ는 "베이비붐 세대와 그 이전 세대가 수십년간 역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개인 자산을 축적해왔다"며 "이제 자산이 그 다음 세대로 넘어가기 시작하면서 하이엔드 부동산 시장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부의 대물림이 본격화하면서 자산가들은 자녀들을 점점 더 일찍 상속 관련 논의에 참여시키고 고액의 부동산 관련 결정도 더 빨리 내리고 있다.
특히 최상단 부유층에서는 부모들이 정식 상속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훨씬 일찍 고급 부동산을 자녀들에게 사주는 추세다.
이런 흐름을 반영하듯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는 주요 부동산 거래에서 가족 자금 비중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진수 선임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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