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최진승 기자]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관람객이 역대 최다를 기록하는 등 전통문화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이러한 열기가 정작 고미술품 거래 시장으로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과도한 법적 규제와 경직된 인식 속에 고미술 시장이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고 입을 모은다.
◇ "사고 싶어도 못 가져 나가" 외국인 발길 돌리게 하는 해외 반출 규제
고미술 현장에서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는 것은 엄격한 해외 반출 금지 규정이다. 현행법상 지정 문화재뿐만 아니라 1945년 이전 제작된 비지정 민속문화유산(일반동산문화유산)도 원칙적으로 해외 반출이 금지돼 있다.
현장의 상인들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우리 고미술품의 아름다움에 매료되어 구매 의사를 밝히다가도 "해외로 가져갈 수 없다"는 말에 발길을 돌린다고 한다. 한 상인은 "유럽에서 온 관광객이 한국에서 가장 와보고 싶은 곳으로 고미술상가를 꼽기도 하더라"면서 "그가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구매한 물건을 해외로 가지고 나갈 수 있느냐였다"고 했다.
현재 고미술품을 해외로 가지고 나가려면 공항이나 항만의 문화재 감정관실에 신고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절차가 까다롭고 해당 유물이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면 압수되거나 보관실에 묶여 있게 된다. 또 다른 상인은 "우리나라 백자 다완이 미국에 있다고 해서 미국 것이 되는 게 아니지 않으냐"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세계에 알릴 기회를 스스로 가두고 있는 '우물 안 개구리'식 행정"이라고 꼬집었다.
◇ '모시는 유물'에서 '쓰는 예술'로... 인식 전환 필요
시장의 침체는 문화재를 오직 '보존해야 할 유물'로만 보는 경직된 시각 때문이기도 하다. 고미술상가에서 만난 한 상인은 "고미술품을 문화재로만 볼 것이 아니라 오래된 아트(Art)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고미술품을 소장 가치로만 볼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골동품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서촌 등지에서는 200년 된 찻잔이나 고려청자를 일상적인 다도에 사용하는 등 고미술품을 향유하는 젊은 세대가 늘고 있다. 이들은 고미술품을 재테크 수단이 아닌 자신의 삶의 질과 안목을 높여주는 소비재로 활용하고 있다.
고미술상가 상인들은 고미술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실질적인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난 2024년 기존 문화재보호법이 국가유산기본법으로 개편되면서 한 차례 규제가 완화됐으나 시장 활성화를 이끌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특히 비지정 민속문화유산의 해외 반출 규정을 완화하고, 골동품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는 브랜드화 전략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정영섭 예명당 대표는 "우리가 부자 강국이 되려면 우리 것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팔면서 다시 좋은 것을 사 오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며 "집집마다 반다지 하나씩 두고 그 가치를 즐길 수 있을 때 우리 문화의 뿌리도 더 단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컬처 최진승 newsculture@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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