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의 산지인 중국 윈난성 시솽반나에서 ‘반장 차’는 황제, ‘이무 차’는 황후로 표현합니다. 그만큼 남성적이고 강렬한 느낌의 차가 생산되는 곳이 포랑산 ‘반장’ 지역이라면 부드럽고 달콤해서 여성스러운 느낌의 차가 생산되는 곳이 ‘이무’ 차구인데 그중에서 차탕이 풍부하고 부드럽기로 유명한 곳이 바로 ‘마흑’입니다.
전체적으로 평가하자면 강렬하진 않지만 온화한 느낌으로 단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무 차의 부드러움과 풍부함을 정확히 표현하고 있습니다. 물론 길고 진하게 우리면 쓰고 떫어 입안이 뻐근합니다. 은은하게 퍼지는 달콤한 밀향이 유난히 강한 것이 보이차를 묵혀 마시지 않았던 시절 이무 차가 제일 먼저 황실에 공납된 이유를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 출처 : 다음 블로그 차와 사랑에 빠지다
이무 차구는 고 육대차산이라는 명칭처럼 보이차의 과거 시제로 옛 시절의 영화(榮華)를 떠올리게 합니다. 현재 시제로 보면 노반장을 필두로 하는 맹해 차구와 빙도를 앞세우는 임창 차구가 득세하고 있지요. 이무 차구는 만송이나 박하당이 희소성으로 이름을 내고 있지만 고수차 생산량으로 보면 대중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2010년경 이후 불기 시작한 고수차 바람이 광풍이라 할 만큼 보이차 시장을 휩쓸면서 이무 차구도 차 산지가 깨어나듯 존재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무 차구는 유락(攸乐), 혁등(革登), 의방(倚邦), 망지(莽枝), 만전(蛮砖), 이무(易武) 차산으로 구성된 고 육대차산의 이름으로 차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무 차산에서 고수차가 많이 생산되는 곳은 마흑, 낙수동, 노정가채, 박하당입니다.
이무 차구를 과거 시제로 보는 건 고 육대차산이라는 말처럼 아직 시장의 존재감이 다른 차구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노반장이 고수차 바람을 일으키면서 맹해 차구의 차산지는 신 육대차산이라 주목받고 있지요. 빙도노채가 보이차의 지존이 되면서 임창 차구의 고수차들이 함께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이무 차구는 호급차의 본산이라는 옛 영화를 되찾을 수 있을까요?
그래서인지 이무 차구의 고수차를 접하기는 했으나 아직 호감을 느낄 만한 차를 만날 기회가 없었습니다. 근래에 만송 대수차와 박하당 고수차를 호태호 차로 마시면서 이무 차구의 존재감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만송이나 박하당은 고수차 생산량이 워낙 적어 대중적인 차가 되기는 어렵지요. 이번에 마시게 된 이무 차산 마흑 고수차를 마시고 그야말로 깜짝 놀랐습니다.
2017년산 호태호 이무 마흑 고수차를 우려봅니다. 찻물은 새해에 찾은 통도사 안양암의 영천약수인데 경도가 10이라고 하니 차 우리기에 최적입니다. 건차 양은 5g, 차호는 100cc 용량의 석표를 씁니다. 찻물과 차호는 차맛을 좌우하는데 특히 생차를 우릴 때는 더 민감할 수 있습니다.
차를 만든 지 9년이 지나서 그런지 차향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맛은 깊어졌네요. 두텁지는 않지만 맑고 진한 단맛에 깔끔한 쓴맛이 어우러져서 계속 마시게 됩니다. 이무차는 2013 대평보이 만전을 마시면서 이 맛이 이무차의 매력이라고 받아들였는데 마흑은 단맛에서 압도적입니다. 이 향미라면 호급 차의 영화를 부흥할 수도 있겠다 싶을 정도로 매력적입니다.
맹해 차의 패기나 임창 차의 화려한 향미와는 다른 중정(中正)의 향미라고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물론 제가 느끼는 차맛으로 호급 차를 들먹이는 건 어불성설이겠지만 은근하게 다가오는 단맛과 쓴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향미가 일품입니다. 맹해 차가 거친 파도 같고, 임창 차가 잔잔한 호수의 물결이라면 이무 차는 소리 내며 흘러내리는 계곡물로 비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017년산 호태호 이무 마흑 차는 향미뿐 아니라 목 넘김(후운)과 몸 반응(차기)도 좋습니다. 입 안에 머금으면 단침이 솟아나고 목 넘김에서도 걸림 없이 시원하게 내려가며 몸이 따뜻해져 오네요.
보이차를 마시는 즐거움은 산지별로 다른 향미를 음미하는 데 있다고 보면 이무 차산의 차로는 단연 마흑을 꼽아도 될 듯싶습니다. 다른 차도 마셔야 할 텐데 며칠째 호태호 마흑 차만 마시고 있으니까요.
여성경제신문 김정관 건축사·도반건축사사무소 대표 kahn7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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