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점포, 건물인가 단순한 동산인가[판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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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테이너 점포, 건물인가 단순한 동산인가[판례방]

이데일리 2026-01-17 12:3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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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희봉 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도심 속 자투리땅이나 경치 좋은 관광지 한편에 자리 잡은 컨테이너 점포를 마주하는 일은 이제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다. 저렴한 설치 비용과 독특한 외관, 그리고 빠른 시공이 가능하다는 장점 덕분에 컨테이너를 개조해 만든 카페나 팝업스토어는 소자본 창업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각광받고 있다. 겉보기에는 번듯한 가게이고, 안에서는 여느 상점과 다름없이 영업이 이루어진다. 그런데 만약 땅주인이 계약 기간 만료를 이유로 컨테이너를 비우고 나가라고 요구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 컨테이너 점포에서 생계를 꾸려가던 임차인 사장님은 과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하 상가임대차법)의 보호를 받아 10년간 영업을 지속할 수 있을까? 최근 이에 대한 대법원의 중요한 판단이 나왔다.

(사진=나노바나나)


이번 사안은 강원도 속초시의 한 온천 부지 내에서 발생했다. 원고인 임대인 A사는 피고인 임차인 B사에게 부지 내 컨테이너 1동을 임대해 주었다. B사는 단순히 화물용 컨테이너를 가져다 놓은 것에 그치지 않았다. 영업을 위해 전면부에 대형 유리 창호를 내고, 바닥에는 마루를 깔았으며, 천장 조명과 에어컨, 가스 설비까지 완비했다. 이곳에서 캐릭터 상품과 아이스크림, 차 등을 판매하며 상점으로 운영해왔다. 그러나 1년의 임대차 계약 기간이 끝날 무렵, A사가 계약 갱신을 거절하면서 분쟁이 시작되었다. B사는 자신이 운영하는 컨테이너 역시 상가임대차법상 보호받는 상가건물에 해당하므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맞섰다. 쟁점은 명확했다. 과연 법은 이 개조된 컨테이너를 건물로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토지 위에 놓인 물건으로 볼 것인가였다.

1심과 2심 법원은 임차인의 손을 들어주었다. 하급심 재판부는 해당 컨테이너가 비록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가 되어 있고 구조적으로 컨테이너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하더라도, 실질적인 이용 현황에 주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즉, 전기·수도·가스 등 설비가 연결되어 있고, 임차인이 상당한 비용을 투입해 내·외장을 마감했으며, 실제로 일반적인 점포와 다름없이 영업장소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을 중시한 것이다. 이는 상가임대차법의 입법 취지가 영세 상인들이 투입한 자본을 회수할 기회를 보장하고 영업권을 보호하는 데 있다는 점을 강조한 판결이었다. 건축물이 토지에 얼마나 강력하게 붙어있는지라는 물리적 고정성보다는,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영업의 실질과 임차인 보호의 필요성을 우선시한 셈이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며 강릉지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 판결의 요지는 법적 안정성과 문언적 해석의 원칙론에 입각해 있다. 상가임대차법이 적용되려면 그 대상은 우선 법률상 건물이어야 한다. 민법상 부동산인 건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토지의 정착물로서 최소한의 기둥과 지붕, 그리고 주벽(벽체)을 갖추어야 하며, 무엇보다 토지에 견고하게 정착되어 쉽게 분리하거나 이동할 수 없는 상태여야 한다.

대법원은 이 정착성 요건을 엄격히 따져 물었다. 설령 내부를 아무리 화려하게 꾸미고 사업자등록을 마쳤더라도, 그 구조물이 지게차나 크레인 등을 이용해 토지로부터 쉽게 들어 올려 다른 곳으로 옮길 수 있는 상태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 경우 그것은 부동산(건물)이 아니라 단순한 동산(유체동산)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동산의 임대차에는 주택이나 상가건물에 적용되는 특별법적 보호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원심이 이 컨테이너가 물리적으로 토지에 얼마나 단단히 고정되어 있는지, 즉 정착물로서의 성격을 제대로 갖추었는지를 충분히 심리하지 않고, 단지 영업용으로 쓰인다는 사정만으로 섣불리 상가건물로 인정한 것은 법리 오해라고 지적했다.

현재 전국적으로 수많은 소상공인이 비용 절감과 공간 활용을 위해 컨테이너나 조립식 가설건축물을 활용해 식당, 카페, 매점 등을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하급심 판례들은 임차인 보호라는 법의 목적을 위해 건물의 개념을 다소 유연하게 확장 해석해 온 경향이 있었으나,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민법상 부동산의 정의인 토지의 정착물 요건을 엄격히 요구함으로써 이러한 경향에 제동을 걸었다. 이제 컨테이너 점포 창업을 준비하거나 유휴 부지에 컨테이너를 놓고 임대를 주려는 당사자들은 계약 체결 전에 반드시 해당 구조물의 법적 성격을 면밀히 따져보아야 한다. 내가 빌리는 이 공간이 바닥 기초공사를 통해 땅과 일체화된 건물인지, 아니면 언제든 분리하여 옮길 수 있는 이동식 구조물인지에 따라 10년의 영업권 보장 여부와 권리금 회수 기회 보호 여부가 완전히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억울한 임차인이 발생할 소지는 여전하다. 일반인의 시각에서 볼 때 멀쩡히 간판을 걸고 세금을 내며 장사하는 가게가 단지 움직일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것이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그러나 법원은 부동산과 동산의 구별은 문언적 해석에 근거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영업의 내용이나 임차인의 사정보다 목적물의 물리적 구조와 정착성이 법적 운명을 가른다는 점, 이것이 이번 판결이 우리에게 남긴 냉정하고도 분명한 교훈이다.

■하희봉 변호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학과 △충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제4회 변호사시험 △특허청 특허심판원 국선대리인 △(현)대법원·서울중앙지방법원 국선변호인 △(현)서울고등법원 국선대리인 △(현)대한변호사협회 이사 △(현)로피드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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