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서울 출근길에서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사람이 꽉 들어찬 지옥철을 언급할 수밖에 없다. 급제동을 해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찬 인파 탓에, 한강을 건너는 동안 풍경도 눈에 담기 어렵다 보니 로망이 사라진 것도 오래 됐다. 이런 반복이 피로와 겹치기 시작하면, 문득 허무하거나 무기력한 감정이 스며드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나 소설의 도입부에서 등장하던 괴물의 출현 같은 게 있지 않는 한, 이것이 반복됨을 알아서일지도 모른다
▲ 다음 역은 없습니다 메인 화면 (사진제공: 한페이지 스튜디오)
반복되는 서울 출근길에서 결코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사람이 꽉 들어찬 지옥철을 언급할 수밖에 없다. 급제동을 해도 흔들리지 않을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찬 인파 탓에, 한강을 건너는 동안 풍경도 눈에 담기 어렵다 보니 로망이 사라진 것도 오래 됐다. 이런 반복이 피로와 겹치기 시작하면, 문득 허무하거나 무기력한 감정이 스며드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나 소설의 도입부에서 등장하던 괴물의 출현 같은 게 있지 않는 한, 이것이 반복됨을 알아서일지도 모른다.
어릴 적 동경했던 어른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지 않고, 무료한 일상 속에서 피로도 높은 출퇴근길을 오가다 보면 드는 생각은 무거울 수밖에 없는 것일까? 매일 지하철을 타고 4시간에 달하는 통근을 반복하던 과정에서 떠오른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호러 비주얼 노벨이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우연하게 떠올린 상상을 전할 수 있도록 좌충우돌 개발에 뛰어든 1인 스튜디오 한페이지 스튜디오의 ‘겨우살이’ 기획자는 과연 무엇을 보여주려는 것일까? 겨우살이 기획자를 통해, 호러 비주얼 노벨 ‘다음 역은 없습니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다음 역은 없습니다" (사진제공: 한페이지 스튜디오)
뒤틀린 일상에 날아든 기묘한 순간, ‘다음 역은 없습니다’
‘다음 역은 없습니다’는 “다음 역은 없습니다”라는 안내 방송과 함께 끝없이 달리는 지하철에 갇힌 고등학교 3학년 학생 ‘미아’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호러 비주얼 노벨이다. 플레이어는 기억을 잃은 상태로 세상의 ‘틈’이 벌어진 공간을 헤매는 미아가 되어, ‘식객’이라 불리는 괴물들을 피해 살아남으며 탈출을 시도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정체불명의 ‘안내자’들과 조우하며 생과 사의 사투를 벌이게 된다.
겨우살이 기획자는 “저는 유저로서 게임을 즐길 때 오직 스토리에만 깊게 몰입하는 타입”이라며, “전개가 절정에 달했을 때 중간에 전투 요소 등이 나오면 흐름이 끊기는 느낌과 함께, 빨리 다음 스토리를 보고 싶다는 조바심이 들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첫 작품인 ‘다음 역은 없습니다’에서는 유저가 오로지 인물들의 대사와 심리 묘사에만 온전히 젖어들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이야기에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비주얼 노벨 형식을 택했다고.
▲ 주인공 '미아'는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고3 여학생이다 (사진제공: 한페이지 스튜디오)
▲ 게임은 이야기에 충실했기에 난도 높은 조작 등은 필요하지 않다 (사진제공: 한페이지 스튜디오)
‘다음 역은 없습니다’는 선택지에 따라 서사가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멀티 엔딩 구조가 핵심이다. 게임 속에서 미아는 총 네 명의 안내자와 조우하게 되며, 이들을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다양한 엔딩으로 향하게 된다. 목표로 삼은 엔딩은 총 다섯 개로, 네 개의 배드 엔딩과 하나의 트루 엔딩이 준비돼 있다. 특히 트루 엔딩에는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의도를 담아 유저들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플레이어가 만나게 되는 네 명의 안내자는 친절하고 훤칠한 미남이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피안’, 과묵하고 듬직하며 애절함을 지닌 ‘동백’, 쾌활한 성격의 이면에 후회와 트라우마를 품고 있는 ‘목련’, 강인하고 비밀스러운 베테랑이자 리더인 ‘홍매’다. 이들은 각자만의 이야기를 지니고 있으며, 서로 다른 방식으로 미아를 대한다. 스토리를 따라가며 이들을 알아가는 재미 역시 중요한 감상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캐릭터의 서사와 매력이 핵심이기에, 각 등장인물들은 서로 다른 인상과 개성을 지니고 있다 (사진제공: 한페이지 스튜디오)
한페이지 스튜디오가 게임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핵심은 ‘일상의 뒤틀림’이다. 익숙한 지하철은 영원한 출퇴근길의 굴레에 갇힌 인형 같은 식객, ‘만원 지하철의 승객들’이 출몰하는 기괴한 지옥으로 변모한다. 목적지를 잃은 승객에게는 다음 역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괴담을 전하는 ‘안내자’들과 돌연 조우하는 설정 역시 현실과의 괴리감을 극대화한다. 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아트 연출에 특히 공을 들였으며, 지하철 손잡이가 교수형 밧줄처럼 보이거나 광고판 모델이 플레이어를 응시하는 연출 등을 통해 익숙한 공간에서 느껴지는 불쾌감을 강조했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과감한 도전을 시작한 ‘한페이지 스튜디오’
1인 콘텐츠 스튜디오 ‘한페이지 스튜디오’는 겨우살이 개발자의 실제 성씨인 ‘한’에서 따온 이름으로, 유저들의 삶에 ‘잊지 못할 한 페이지’로 남는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포부를 담고 있다. ‘겨우살이’라는 닉네임에는 여러모로 힘든 시기를 거쳐 겨우 살아간다는 자조적인 의미와 함께, 그럼에도 매서운 겨울을 이겨내겠다는 의지와 다짐이 담겨 있다.
▲ 한페이지 스튜디오 CI (사진제공: 한페이지 스튜디오)
겨우살이 기획자는 게임 제작에 뛰어들기 전 애니메이션 제작사에서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했으며, 현재도 프리랜서로 개발과 해당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그 이전에는 소설 작가로도 활동하는 등, 스토리텔링 전반에서 긴 경력을 쌓아왔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직접 개발에 도전했으나, 코딩이라는 높은 장벽에 부딪히며 기획과 시나리오에 집중하고 프로그래밍은 외주 협업을 선택하게 됐다고.
개발기에서 약 세 시간 만에 코드가 꼬여 좌절했던 경험을 전한 바 있는 그는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역량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라며, “모든 공정을 혼자 감당하려 하기보다, 완성을 위한 최선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물론 본인의 역량이 충분하고 모든 과정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1인 개발로서 모든 공정에 도전해보는 것도 아주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이 작품을 완성해낼 수 있는 최선의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 생각한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고 외부의 도움을 받는 것도 개발자로서 갖춰야 할 중요한 역량이라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첨언했다.
▲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해 필요할 때는 도움을 받아가며 완성을 목표로 힘쓰는 것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사진제공: 한페이지 스튜디오)
물론 기획과 시나리오 집필에 집중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를 외부에 맡기는 것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업체 사이에서 프로젝트를 관리·감독하는 역할 역시 개발자가 감당해야 할 몫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겨우살이 기획자는 “제작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니 일정 산출이나 소통 과정에서 미숙한 부분도 많았고, 크고 작은 실수를 겪으며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배웠다”며, “중심을 잡고 모든 요소를 조율하는 디렉터의 역할이 얼마나 막중한지 깊이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어 협업에 참여한 작가들과 업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럼에도 목표만큼은 분명했기에 개발 과정이 오직 난항의 연속이지만은 않았다. 기존에 해오던 시나리오 라이팅을 새로운 방식으로 확장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글을 게임으로 옮기며 사고방식 자체가 바뀌어야 했던 경험이 가장 인상 깊었다. 소설적 허용으로 넘길 수 있었던 부분들이 게임 시스템 안에서는 오류나 흐름의 단절이 되었다”며, 장르적 문법 자체가 아예 다르기에 발생한 여러 시행착오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게임은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게 아니라, 유저와 호흡하는 과정을 깨닫게 된 것이 개발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배움이자 어려움을 극복한 해결책”이라 전했다.
▲ 비주얼 노벨이 가진 시각적 정보값을 활용한 다양한 공간 활용 (사진제공: 한페이지 스튜디오)
빠른 비공개 테스트를 목표로, 완성까지 힘을 더할 것
겨우살이 기획자는 “프로젝트 초기부터 보내주신 관심과 응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특히 애니메이션 PV 제작을 제안해 주신 감자만세 감독님께 깊은 감사를 전하고 싶다”며, “혼자 제작하며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도 많았지만, SNS를 통해 받은 응원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저를 믿고 이 지하철에 탑승해 주신 여러분을 반드시 ‘다음 역’까지 이끌어드리기 위해 끝까지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곧 게임 트레일러 공개와 스팀 페이지 오픈을 예고한 ‘다음 역은 없습니다’는 전체 시나리오 분량 약 130장 규모로, 플레이 타임은 3~5시간 정도로 예상된다. 별도의 데모 버전은 제공하지 않으며, 완성도를 높인 1차 빌드를 통해 1월 말에서 2월 초순 사이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후 SNS를 통해 추가 테스터 모집도 예정돼 있다. 과연 목적지를 잃은 소녀 ‘미아’가 다음 역에 도착할 수 있을지, 그 여정을 지켜볼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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