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안 되고 종이는 되고…온난화 주범 외면한 반쪽짜리 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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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안 되고 종이는 되고…온난화 주범 외면한 반쪽짜리 친환경

르데스크 2026-01-16 16:54:4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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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친환경 규제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오는 4월 계도기간이 종료되는 일회용 택배 포장 규제의 허점이 수두룩하다는 비판과 더불어 향후 시행을 예고한 카페 내 종이·플라스틱 컵·빨대 규제 또한 소비자의 불편만 유발할 뿐 효과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비닐·플라스틱 등 재활용이 어려운 폐기물의 사용 금지에 초점을 맞춰진 데 대해 종이생산 과정에서의 환경오염은 간과한 조치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아 주목된다.

 

과대포장 막으면서 종이 완충제 허용 논란, 종이 1톤 생산·분해까지 이산화탄소 6.3톤 배출

 

기후에너지환경부(구 환경부, 이하 기후부)는 지난 2022년 '제품의 포장재질·포장방법에 관한 기준 등에 관한 규칙' 개정안, 이른바 '택배 과대포장 금지법'을 발표했다. 작은 용량의 제품 하나를 시켜도 큰 상자에 담아 배송되는 '과대포장'으로 인한 과도한 종이사용 등의 환경오염을 막자는 취지였다. 개정안은 박스 내 빈 공간을 50% 이하로 규제하고 제품 자체 포장을 제외한 택배포장 횟수를 한 번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다. 다만 물류업계와 소비자들의 혼란을 감안해 법 시행을 2년간 유예하고 시행 이후에도 2년 간은 단속을 하지 않는 계도기간을 주기로 했다. 개정안은 2024년 4월 이미 시행됐으며 계도기간은 오는 4월 30일 종료된다.

 

▲ 정부 친환경 규제를 둘러싼 실효성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 금천구에 위치한 CJ대한동운 가산 서브터미널에 분류된 택배 박스들. [사진=연합뉴스]

 

그런데 계도기간이 점차 가까워지면서 여론 안팎에선 규제의 실효성을 문제 삼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규제의 허점이 많다 보니 환경오염 방지 효과가 미비할 뿐 아니라 또 다른 환경오염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해당 법안 담긴 ▲포장폐기물 감량을 위한 예외사항 ▲제품의 파손·변질 등을 방지하기 위한 예외사항 ▲이형제품 및 온라인 유통 특성을 고려한 예외사항 등 각종 예외사항이 논란의 발단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다수의 환경단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이러한 예외사항들은 또 다른 환경문제를 유발할 것으로 우려된다. 일례로 '포장폐기물 감량을 위한 예외사항'의 경우 비닐로 제작된 에어쿠션 대신 종이완충재를 사용하면 포장공간 비율을 50% 이하에서 70% 이하로 완화하도록 했는데 이 조치가 과도한 종이사용을 유발해 또 다른 환경문제를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과도한 종이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표적인 환경문제는 바로 대기오염이다.

 

숲에서 나무를 벌목해 종이를 만들고 매립지에서 완전히 분해될 때까지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는 종이 1톤당 무려 6.3톤에 달한다. 전 세계 종이의 생산량이 연간 3억3500만톤인 점을 감안했을 때, 매 년 21억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산화탄소는 최근 전 세계적인 재앙으로 인식되고 있는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 적외선이 흡수·재방출 되는 과정에서 지구 표면 온도가 상승한다. 결국 종이의 생산부터 사용, 폐기에 이르는 과정 모두가 대기오염 유발 행위인 것이다.

 

동네 카페에도 플라스틱컵 규제, 반면 종이컵은 큰 매장만…'달라면 주는' 빨대 규제도 도마

 

▲ 최근 정부가 시행을 예고한 폐플라스틱 배출량 감축을 위한 각종 대책을 두고서 '반쪽짜리 친환경'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대국민 토론회.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환경오염 우려를 낳는 친환경 규제는 택배 과대포장 금지뿐만이 아니다. 최근 정부가 시행을 예고한 폐플라스틱 배출량 감축을 위한 각종 대책을 두고서도 '반쪽짜리 친환경'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기후부는 지난달 23일 서울 국회에서 열린 대국민 토론회에서 2020년까지 폐플라스틱 배출량을 예상 배출량 대비 30% 감축하기 위한 '탈플라스틱 종합대책 정부안'을 발표했다. 플라스틱 사용 자체를 줄이는 원천 감량 100만t,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재생원료 200만t 등을 통해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정부안 내용은 플라스틱 제품 가격에 폐기물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기후부는 플라스틱 제품 제조·수입 과정에서 발생할 폐기물 처리 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해 사용 자체를 줄이게끔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카페 등에서 플라스틱 컵에 담긴 제품을 구매할 때 영수증에 컵 가격이 별도로 표기한다는 방침이다. 현재 일회용 플라스틱컵 시장 가격이 50∼100원, 식음료 프랜차이즈 본사가 가맹점에 공급하는 가격이 100∼200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최소 100원 이상의 가격이 책정될 전망이다.

 

그런데 기후부는 정작 종이컵에 대해서는 플라스틱컵에 비해 비교적 관대한 태도를 보였다. 별도의 기준 없이 전 사업장에 적용하는 플라스틱컵과 달리 종이컵에 대해서는 큰 식당부터 단계적으로 사용을 금지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다수의 환경단체들은 "종이컵 역시 제조 과정에서 적지 않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할 뿐 아니라 컵 안쪽의 폴리에틸렌 코팅 때문에 재활용도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 정부는 빨대의 경우 재질과 관계없이 매장 내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소비자 요청이 있을 때만 제공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사진은 서울 시내 한 카페에 비치된 종이빨대. [사진=연합뉴스]

 

앞서 그린피스가 발표한 '재사용이 미래다' 보고서에 따르면 종이컵은 일회용 플라스틱컵과 마찬가지로 생산단계에서 막대한 환경영향 물질을 배출한다. 종이컵은 1회 사용 시 45.2g CO2-Eq의 온실가스를 만들어 낸다. 국내 연간 쓰고 버려지는 종이컵이 약 37억개에 달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년 종이컵 사용으로 인해 1억6724만kg CO2-Eq의 탄소가 배출되는 셈이다. 각종 제품의 CO2-Eq는 메탄, 이산화질소 등 이산화탄소 외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환산한 값을 의미한다.

 

종이빨대의 경우 플라스틱빨대와 동일하게 취급했지만 이를 두고서도 보여주기 식에 가까워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다. 정부는 빨대의 경우 재질과 관계없이 매장 내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소비자 요청이 있을 때만 제공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환경단체들은 "'소비자 요청'이란 문구 자체가 사실상 '달라면 주는 것'과 다름없어 매장 직원과 소비자의 번거로움만 키우는 요식 행위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플라스틱에만 집중한 우리나라 친환경 규제가 마치 '종이는 괜찮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게 만들어 종국엔 과도한 종이 사용에 따른 탄소배출량 증가를 유발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재 정부의 친환경 정책은 플라스틱이라는 특정 재질의 퇴출에만 몰입한 나머지 대체재로 선택된 종이가 유발하는 풍선 효과를 간과하고 있다"며 "사실 지금처럼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늘고 경기가 침체된 시기에는 이러한 친환경 규제가 곧바로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비용 증가로 이어진다"며 "친환경 정책의 방향성은 맞지만 현장의 수용성과 경제적 여건을 고려해 시행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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