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날이 이어지면 밭의 분위기부터 달라진다. 제주 들녘에는 겨울바람을 견디며 자란 월동채소가 수확 시기를 맞아 줄지어 서 있다. 겉은 단단하고 속은 꽉 찼다. 추위를 버틴 채소답게 맛과 상태는 나무랄 데 없다. 문제는 따로 있다. 밭에서 거둔 양만큼 값을 받기 어려운 구조다. 올해 겨울 제주산 양배추를 둘러싼 상황도 같은 흐름 안에 있다. 수확량은 늘었지만 시장 가격은 빠르게 내려갔다.
출하 앞둔 제주 밭, 양은 늘고 값은 줄었다
서울 가락시장 거래 자료를 보면 올해 1월 초 양배추 8kg 상품 평균 가격은 6000원대 초반에서 형성됐다. 지난해 같은 시기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하루 이틀의 등락이 아니라 일정 기간 이어진 하락 흐름이다. 제주에서 출하되는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며 도매시장 적체가 계속됐다.
재배 여건을 살펴보면 이유는 분명하다. 지난해 양배춧값이 비교적 높게 형성되자 농가 재배 면적이 크게 늘었다. 제주 자치도 조사 결과 양배추 재배 면적은 2000헥타르를 넘겼고, 예상 생산량은 10만 톤에 근접한 규모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생산량 증가 폭은 30%를 웃돈다. 공급이 집중되자 가격이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이 같은 흐름은 양배추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월동 무를 비롯한 제주 지역 월동채소 전체 재배 면적도 전년보다 크게 늘었다. 당근 재배 면적 역시 증가한 상태다. 특정 품목 문제가 아니라 밭 전체에서 반복되는 상황이다. 소비량은 큰 변동이 없는데 출하 시점이 겹치며 가격 부담이 고스란히 농가로 돌아갔다. 수확을 앞두고도 밭을 갈아엎을지 고민하는 농가가 나오는 이유다.
출하 조절 나섰지만 구조적 한계 여전
제주 자치도는 월동채소 유통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종합 상황실을 가동했다. 품목별로 생산량 감축을 요청하고, 저온 저장 물량을 늘려 출하 시기를 분산하는 방식이다. 자조금을 써 출하 물량을 조절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 중이다
이런 대응은 과거 가격 급락 국면에서도 반복됐다. 2021년에도 공급 과잉으로 양배추 도매가격이 크게 떨어지며 산지 폐기와 출하 조절이 진행됐다. 당시에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돼 밭 단위 폐기가 이뤄졌다. 이번 겨울에도 비슷한 장면이 다시 언급되고 있다. 재배 면적 증가와 가격 하락이 반복되는 구조가 고착된 셈이다.
농가에서는 단기 대응을 넘어선 해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배 면적 조절, 품목 분산, 저장과 가공 연계 등 중장기 대안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출하 시기만 나누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가격 내려간 지금, 식탁에서는 쓰임새 넓다
시장 상황과 달리 소비자로서는 양배추를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는 시기다. 겨울을 난 양배추는 잎이 촘촘하고 단면이 단단하다. 겉잎은 다소 거칠어 보여도 속은 수분이 적고 단맛이 응축돼 있다. 오래 익혀도 쉽게 무르지 않아 국물 요리와 볶음 요리에 두루 쓰기 좋다.
고를 때는 크기보다 무게감을 먼저 본다. 같은 크기라면 묵직한 쪽이 속이 찼다. 잎 사이가 벌어지지 않고 단단히 말린 것이 좋다. 단면이 희고 결이 고르면 손질도 수월하다. 겨울 양배추는 겉잎을 몇 장 벗겨내면 속 상태가 안정적인 경우가 많다.
보관은 통째로 신문지에 감싸 냉장고 채소 칸에 두는 방식이 가장 편하다. 자른 뒤에는 단면이 마르지 않도록 랩으로 감싼다. 심 부분을 도려내면 수분 손실을 줄일 수 있다. 이렇게 관리하면 일주일 이상 상태를 유지한다.
조리는 간단한 방식이 어울린다. 얇게 채 썰어 소금만 살짝 더해 숨을 죽이면 단맛이 바로 살아난다. 들기름과 마늘을 더해 볶아도 향이 깔끔하다. 배추 대신 양배추를 된장국이나 소고깃국에 넣어도 무리가 없다. 찜으로 쪄 쌈장이나 간장 양념에 곁들이면 씹는 맛이 또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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