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는 홈플러스가 수익성이 낮은 점포를 중심으로 영업을 종료하는 가운데 폐점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일부 점포에서도 향후 구조조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직원 임금 지급이 지연될 정도로 자금난이 심화되면서 점포 정리 속도는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내년 1월 31일부로 계산점, 시흥점, 안산고잔점, 천안신방점, 동촌점 등 5개 점포의 영업을 종료하기로 확정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가양점, 장림점, 일산점, 원천점, 울산북구점 등 5개 매장을 정리한 데 이어 불과 한 달 만에 다시 5곳을 추가로 폐점하는 것이다. 여기에 지난 14일에는 직원 대상 경영진 메시지를 통해 "한계 상황에 도달한 자금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다"고 밝히며 문화점, 부산감만점, 울산남구점, 전주완산점, 화성동탄점, 천안점, 조치원점 등 7개 점포의 영업 중단 계획도 함께 공지했다.
현재 홈플러스는 서울회생법원의 관리 아래 구조혁신형 회생계획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계획안에는 현재 운영 중인 117개 점포 가운데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담보로 확보한 62개 점포를 포함해 임대 점포를 중심으로 수익성이 낮은 부실 매장 41개를 향후 6년 안에 정리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홈플러스가 임대 점포를 중심으로 수익성이 낮은 매장을 단계적으로 정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만큼 폐점 대상에서 제외된 점포들도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현장에서는 "언제든지 우리 매장도 폐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거나 공실이 늘어난 매장의 경우 향후 폐점 후보군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는 향후 고용과 처우를 둘러싼 우려가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 측은 폐점 이후에도 점포 전환 배치와 고용 승계를 통해 종사자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폐점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모든 직원이 실제로 재배치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특히 거주지에서 먼 점포로 배치될 경우 퇴사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르데스크가 방문한 홈플러스 매장 3곳은 당장 폐점과 관련한 공식적인 언급이 없는 만큼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홈플러스 상봉점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붐비는 모습이었다. 매장 곳곳은 행사를 위해 제품이 가득했고 '1+1' '단독 슈퍼세일' '멤버특가 할인혜택' 등 프로모션 코너도 즐비한 모습이었다. 신도림점 역시 매장 내부에는 장을 보러 온 주부들로 가득한 모습이었다. 반면 홈플러스 면목점은 인근에 대규모 주거 단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매장 내부 일부 임대 점포는 영업 중단 이후에도 새 입점 업체를 찾지 못해 공실 상태로 남아 있었다.
홈플러스에서 팝업 형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이호성 씨(51·가명)는 "평일이든 주말이든 손님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전만큼 활발한 분위기는 아닌 것 같다"며 "여전히 매대를 가득 채워놓은 곳이 많아서 크게 걱정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전반적인 분위기는 위축된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홈플러스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아직 폐점과 관련한 구체적인 소식은 들은 바 없다"며 "평일과 주말 모두 고객 방문이 꾸준한 편이어서 당장 문을 닫을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어 있는 매대가 생기면 최대한 빠르게 상품을 진열해 고객 불편을 줄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다만 만약 폐점 이후 배치된 매장이 집에서 너무 멀어질 경우 일을 그만둘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현희 씨(39·여)는 "요즘 배송 서비스가 워낙 잘 돼 있지만 신선식품이나 이유식, 아이가 먹는 간식류는 성분이나 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싶어서 매장을 찾게 된다"며 "도보로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는 대형마트가 홈플러스 상봉점말고는 마땅히 없는 상황이라 이곳까지 문을 닫게 되면 장을 보러 멀리 이동해야 해서 상당히 불편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생활에 꼭 필요한 매장이 사라지는 건 부담이 크다"며 "동네 주민들도 자주 이용하는 곳인 만큼 상봉점만큼은 폐점 대상에서 제외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홈플러스의 잇단 점포 폐점이 수익성이 낮은 매장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우려는 과도하다고 평가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현재 폐점이 진행되는 매장들은 매출이 낮은 임대 점포들"이라며 "영업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이른바 '알짜 매장'들까지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교수는 "점포를 폐점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에 대한 고려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모습이 종종 보이면서 고용 불안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직원들의 재고용 문제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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