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국내 주요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특별 점검에 나선다. 최고경영자(CEO) 선임 과정의 공정성과 이사회가 실질적인 견제·감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는 방침이다. 감독당국이 개별 지주사의 실제 운영 사례까지 들여다보겠다고 밝히면서 금융권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중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iM금융지주,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등 8개 은행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점검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번 점검은 내규나 조직도 등 형식적인 요건 점검에 그치지 않고, 실제 지배구조가 건전하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금감원은 그동안 언론 보도와 현장 검사 과정에서 제기된 문제 사례를 토대로, 지배구조 모범관행의 취지가 운영 과정에서 훼손되고 있지는 않은지를 면밀히 들여다볼 방침이다.
앞서 금감원은 2023년 12월 업계와 학계 의견을 반영해 은행권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마련했고, 금융지주들은 지난해부터 이를 단계적으로 이행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해당 모범관행이 실제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충분히 작동하지 않고, 형식적인 이행에 그치거나 편법적으로 우회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문제로는 이사회가 '참호화'되면서 CEO 선임 과정에서 실질적인 검증 기능이 약화되고, 그 결과 셀프 연임 사례가 반복되는 점이 꼽힌다. 또한 이사회와 각종 위원회가 주요 경영 사안을 사전에 심의·견제하기보다 사후적으로 추인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돼 왔다.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감시 기능이 충분히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 역시 주요 점검 대상이다.
금감원은 최근 개정된 상법 취지에 부합하도록, 사외이사가 특정 경영진이 아닌 주주의 이익을 객관적으로 대변할 수 있도록 지배구조의 실질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번 특별점검 결과를 바탕으로 금감원은 금융지주별 우수 사례와 개선이 필요한 사항을 정리해, 향후 추진 예정인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에 반영할 계획이다. 아울러 점검 결과를 은행권과 공유해 자율적인 개선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감독당국이 TF 구성과 동시에 특별점검까지 예고하자 금융권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감독당국의 개입이 과도해질 경우, 금융지주의 경영 자율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지배구조와 관련해 연일 강도 높은 메시지가 나오다 보니 내부에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선진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각 회사의 경영 환경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 접근은 자율적 의사결정 구조를 훼손할 수 있다"고 말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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