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 회장의 장기 연임 관행을 두고 '부패한 이너서클'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한 가운데, 금융당국이 금융권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금융위원회는 오는 3월까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필요할 경우 금융회사 지배구조 관련 법 개정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16일 지배구조 선진화 태스크포스(TF) 첫 회의를 열고 금융지주 지배구조 전반에 대한 문제점을 공식적으로 제기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은행지주회사는 엄격한 소유 규제로 인해 주주가 분산된 구조를 갖고 있다"며 "그 결과 회장 선임과 연임 과정에서 폐쇄성과 이사회 참호화 문제가 반복적으로 지적돼 왔다"고 말했다.
권 부위원장은 이어 "나눠먹기식 지배구조에 안주하면서 금융회사의 영업 행태 역시 예대마진 중심의 낡은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시대적 요구와 국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실망스러운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배구조 개선의 최우선 과제로 이사회의 독립성과 다양성 강화를 제시했다. 권 부위원장은 "이사회는 금융회사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이자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는 핵심 장치"라며 "사외이사 선임 구조를 포함해 이사회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승계 과정, 특히 CEO 선임과 연임 절차도 주요 개편 대상이다. 권 부위원장은 "CEO 선임이 소수 내부 인사 중심의 폐쇄적 구조로 운영된다는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며 "누가 보더라도 납득할 수 있는 개방적이고 경쟁적인 승계 프로그램이 작동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회장 연임 문제와 관련해서는 주주 통제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금융회사 성과보수 체계에 대한 손질도 예고됐다. 권 부위원장은 "단기 성과에 치우친 보수 구조는 무리한 영업과 내부통제 부실로 이어져 소비자 피해를 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보수를 장기 기업가치와 연동하도록 재설계하고, 주주 감시를 통해 과도한 성과급 지급 관행을 개선하는 한편 이미 과다 지급된 보수에 대한 환수 방안도 포함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TF는 지난달 19일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후속 조치로 출범했다. 금융위는 이사회의 독립성 제고, CEO 선임의 공정성과 투명성 강화, 성과보수 운영의 합리성 확보 등을 중심으로 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외부 전문가 의견 수렴도 병행해 오는 3월까지 종합적인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금융감독원도 별도로 이달 중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NH농협금융지주, BNK금융지주, JB금융지주, iM금융지주 등 8개 금융지주를 대상으로 지배구조 특별점검을 실시한다.
특히 BNK금융지주에 대해서는 현장검사에 착수해 회장 연임 과정에서 절차상 문제는 없었는지, 이사회 검증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집중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의 전방위적 압박 속에 금융권 지배구조를 둘러싼 긴장감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폴리뉴스 김지혜 기자]
Copyright ⓒ 폴리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