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독자 인공지능(AI)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 진흥을 위해 재부활전 카드를 내밀었다. 예기치 못했던 네이버의 조건 미달로 당초 계획했던 경쟁 구도가 흔들리자, 탈락 기업과 신규 참여 기업을 다시 경쟁 구도에 포함시키는 방식으로 판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16일 AI 업계에 따르면 KT, 코난테크놀로지 등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독파모) 1차 사업에 참여했던 주요 기업들이 정부가 주관하는 재부활전 참여 여부를 두고 내부 검토에 들어갔다. 다만 기업별로 판단은 엇갈리고 있으며, 참여를 결정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위기다.
독파모 1차에 참여했던 한 기업은 “재부활전은 단순히 한 번 더 도전할 수 있는 기회이지만, 결국 6개월 뒤에는 기존 2단계 진출 기업들과 같은 기준으로 다시 평가를 받게 되는 구조”라며 “추가로 투입해야 할 인력과 자원 대비, 다시 탈락할 경우 감수해야 할 기술 기업으로서의 신뢰도와 이미지 부담을 함께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출발선이 다른 상태에서 동일한 검증을 받는 것이 과연 합리적인지에 대한 고민이 크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도 “이미 한 차례 탈락한 경험이 있는 상황에서 다시 참여하는 것이 기업 이미지나 전략 측면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검토가 필요하다”며 “재부활전 구상이 비교적 갑작스럽게 나온 만큼,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분위기도 있다”고 전했다.
전날 독파모 2차 기업 선정 발표 직후 네이버, 카카오 등은 재부활전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NC AI도 이날 공식 입장을 통해 “과기부 결정을 존중한다”며 “이번에 구축한 기반모델과 컨소시엄 경험을 토대로 산업 특화 AI와 피지컬 AI 등 강점을 살린 기술 개발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그 외 KT, 코난테크놀로지 등 기존 1차 탈락 기업들도 재도전 이후 얻을 수 있는 실익과 리스크를 저울질하며 고심하는 모습이다.
재도전 프로그램은 기존 2단계 진출 팀과 완전히 분리된 ‘마이너리그’가 아니라, 일정 기간 추가 검증을 거쳐 다시 같은 경쟁 무대에서 평가받는 구조를 염두에 두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들에게도 기존 그룹과 유사한 수준의 지표와 데이터를 제공해 경쟁 조건의 형평성을 맞추겠다는 방침이다.
과기정통부는 독자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의 취지가 단순한 서바이벌 경쟁이 아니라 국내 AI 생태계 전반의 역량을 키우는 데 있다고 강조한다. 1단계 평가 이후 일부 팀이 탈락하면서 2단계 진출 팀 수가 계획보다 줄어 ‘한 자리’가 비게 됐고, 이를 그대로 두기보다는 추가 경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재도전 프로그램은 기존 2단계 진출 팀과 분리된 별도의 리그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며 “자원을 적게 준 상태에서 경쟁에 투입하는 것은 사실상 탈락을 전제하는 만큼, 새로 참여하는 기업에도 기존 팀과 유사한 수준의 지표와 데이터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재도전 프로그램이 논란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형평성과 기회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소수 기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구조가 예정돼 있어 또 다른 배제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대규모 GPU와 데이터 확보가 성패를 좌우하는 초거대 AI 경쟁에서, 출발 시점과 누적 투자 격차를 단기간에 좁히기 어렵다는 현실적 한계도 여전하다.
자원 확보 역시 과제로 남아 있다. GPU와 학습 데이터는 한정돼 있고, 데이터 구매 예산 문제와 저작권 이슈로 인해 공공 목적이 아닌 경우 학습 데이터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도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기존 참여 기업의 자원을 줄이는 방식이 아니라, 추가 재정 투입을 통해 전체 판돈을 키우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관계자는 “추가 예산을 투입해 동일한 조건에서 다시 한 번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도록 판을 열겠다는 취지”라며 “다만 일정 기간 검증을 거친 뒤에는 기존 팀들과 다시 같은 경쟁 무대에서 평가 받게 될 것이고, 2027년을 기준으로 최종적으로는 가장 경쟁력 있는 2개 기업에 지원을 집중하는 방향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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