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정책자금과 보증을 둘러싼 불법 브로커 문제에 정부가 정면 대응에 나섰다. 중소벤처기업부가 금융위원회, 경찰청, 금융감독원과 손잡고 제3자의 부당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 수단을 본격 가동한다.
중기부는 15일 노용석 제1차관 주재로 ‘제3자 부당개입 문제해결 태스크포스(TF)’ 2차 회의를 열고, 실태조사·신고포상·자진신고 면책으로 구성된 대응책을 확정했다. 회의에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재단중앙회를 비롯해 금융위, 경찰청, 금감원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과 창업진흥원, 신용보증기금도 처음 합류했다.
정부가 문제 삼은 대상은 정책대출과 보증 과정에서 수수료를 요구하거나 승인 가능성을 과장하며 개입하는 제3자 행위다. 그간 개별 기관 차원의 대응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범정부 차원의 관리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우선 오는 1월 21일부터 정책금융 이용 기업을 대상으로 온라인 익명 실태조사가 진행된다. 신규 정책대출·보증 기업뿐 아니라 기존 지원 기업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 제3자 개입 경험 여부, 개입 방식, 이용 배경, 피해 여부 등이 주요 문항이다. 기업 신고에 의존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시장 상황을 데이터로 파악하겠다는 취지다.
신고 유인을 높이기 위한 장치도 동시에 가동된다. 중기부는 정책금융기관별로 신고포상제를 도입해 제3자 부당개입 정보를 제공한 신고자에게 건당 최대 2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신고 내용의 구체성과 중요도를 기준으로 신속 지급을 원칙으로 하며, 수사 진행 단계에 따라 일부 포상금을 먼저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현재 중진공, 소진공, 기보, 신보중앙회 누리집에는 불법 브로커 신고센터가 개설돼 있다.
신고를 가로막아온 심리적 장벽을 낮추기 위한 면책제도도 함께 도입된다. 부당개입 행위에 연루됐더라도 고의성이 없거나 악의적 공모가 아닌 경우, 대출금 회수나 보증 해지, 신규 지원 제한 같은 불이익 조치를 면제하는 방식이다. 중기부는 적극 신고 사례를 토대로 수사의뢰와 고발 등 법적 대응을 병행한다는 방침이다.
제도적 관리로의 전환도 예고됐다. 중기부는 정책자금 신청대행과 컨설팅을 수행하는 민간 영역에 대해 등록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른 법률상 등록제 사례를 참고해 관리 기준과 금지행위를 정리하고, 상반기 중 ‘중소기업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정책자금 시장을 둘러싼 회색지대를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겠다는 시도다.
관계기관 간 공조도 강화된다. 금융위, 경찰청, 금감원은 정보 공유 체계를 구축해 불법 행위에 대한 수사와 조사가 지연되지 않도록 협력하기로 했다. 중소기업 R&D 지원을 담당하는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역시 별도 TF를 꾸려 유사한 대응책 도입을 검토 중이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정책자금 컨설팅 영역에 대한 제도적 관리 기반을 마련하고, 신고포상과 면책제도를 통해 불법 개입 신고가 실제로 작동하도록 하겠다”며 “접수된 사안에 대해서는 엄정한 법적 조치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등록제 도입과 신고제도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단속 이후 관리와 현장 점검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책자금 접근성이 높은 만큼, 음성적 수요가 다른 형태로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가 제시한 ‘3종 세트’가 시장 구조를 바꾸는 계기가 될지, 단기 처방에 그칠지는 향후 운영 과정에서 판가름 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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