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BlackRock)의 지난해 실적은 ‘호황’이라는 표현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블랙록이 15일(현지시간) 공개한 실적 자료에 따르면, 회사의 지난해 말 운용자산(AUM)은 14조415억 달러에 달했고, 연간 순유입은 6982억6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자산 가격의 반등이 아니라, 자금이 실제로 어디로 이동했는지를 숫자로 증명한 실적이다.
외형 성장뿐 아니라 손익 구조도 뚜렷하다. 블랙록의 2025년 연간 매출은 242억1600만 달러로 전년(204억700만 달러) 대비 19% 증가했다. USGAAP 기준 영업이익은 70억4500만 달러, 순이익은 55억5300만 달러, 희석 주당순이익(EPS)은 35.31 달러였다. 인수 관련 비현금성 비용과 비현금성 기부 영향으로 USGAAP 수익성은 일부 왜곡됐지만, 이를 제거한 조정 기준 실적에서는 블랙록의 본체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조정 영업이익은 96억 달러, 영업이익률은 44.1%, 조정 희석 EPS는 48.09 달러에 달했다.
자금 흐름을 뜯어보면 ‘유입의 질’이 명확해진다. 지난해 4분기 순유입만 3420억 달러였고, 연간 순유입 6982억 달러 가운데 장기 자금 유입은 5670억 달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특히 ETF를 통한 장기 순유입이 5270억 달러에 이르며, 블랙록의 자금 유입 구조가 단기 자금이 아닌 장기 운용 자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주환원 역시 공격적이다. 블랙록은 작년 한 해 동안 총 50억 달러의 주주환원을 집행했으며, 이 가운데 자사주 매입 규모는 16억 달러였다. 이사회는 분기 현금배당을 주당 5.73 달러로 10% 인상해 오는 3월 24일 지급하기로 했고, 추가로 700만주 규모의 자사주 매입도 승인했다. 실적 자신감이 주주환원으로 직결된 셈이다.
로런스 핑크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은 GIP, HPS, 프리킨이 결합된 통합 플랫폼으로서의 블랙록이 처음으로 완전한 한 해를 보내는 해”라며 “전 세계 고객들이 공모·사모 시장은 물론 기술과 데이터 전반에 걸쳐 블랙록과 더 많은 일을 하길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사모시장과 인프라, 사모신용을 포함한 장기 성장 채널에서 블랙록은 이미 업계의 가장 앞자리에 서 있다”며 “이 구조적 성장에 대한 확신이 배당 인상과 자사주 매입 확대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실적은 단순히 “잘 번 한 해”를 의미하지 않는다. 자산운용사의 성장 공식이 ‘규모 확대’에서 ‘자금 경로와 수익 구조의 재설계’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재무제표라는 점에서, 블랙록의 2025년은 하나의 분기점에 가깝다.
블랙록의 2025년 실적이 갖는 의미는 성장률이나 유입 규모에 있지 않다. 어떤 자산을 얼마나 보유하느냐가 아니라, 자본이 들어와 머물고 수익으로 전환되는 경로를 누가 설계하느냐의 문제로 자산운용 산업의 중심축이 이동했음을 숫자로 보여줬다는 점에 있다. ETF로 유입을 만들고, 사모시장과 인프라·사모신용으로 체류 시간을 늘리며, 조정 기준 수익성과 주주환원으로 이를 확정하는 구조가 하나의 재무제표 안에서 완성됐다. 블랙록의 2025년은 실적의 정점이 아니라, 글로벌 자산운용 모델이 ‘플랫폼 단계’로 넘어갔음을 확인시킨 첫 해에 가깝다.
[뉴스로드] 최지훈 기자 jhchoi@newsroad.co.kr
Copyright ⓒ 뉴스로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본 콘텐츠는 뉴스픽 파트너스에서 공유된 콘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