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N유산] 국보 금관총 금제 허리띠가 말하는 신라의 위계와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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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N유산] 국보 금관총 금제 허리띠가 말하는 신라의 위계와 세계관

뉴스컬처 2026-01-16 14:47:0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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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허리 한 바퀴를 두른 황금의 질서, 국보 금관총 금제 허리띠는 신라 왕경의 무덤 속에서 발견되었지만, 그 빛은 지금도 현재형이다. 장식의 극치이자 권력의 상징이였던 이 과대는 ‘입는 유물’이자 신라라는 국가의 정체성을 압축한 금속 서사다.

국보로 지정된 금관총 금제 허리띠는 길이 120.7cm에 달하는 대형 장신구로, 의복 부속의 범주를 훌쩍 넘어선다. 허리는 인체의 중심이자 시선이 모이는 지점이다. 이곳에 둘러진 황금의 띠는 착용자의 신분과 위계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였다. 신라 사회에서 허리띠는 장식이 아니라 권력이었다.

과대(銙帶)는 삼국시대에 들어 급격한 발전을 이룬 의생활 문화의 결정체다. 가죽이나 천으로 만든 띠 위에 금속 과판을 일정 간격으로 부착하고, 그 아래로 길게 늘어진 띠드리개를 매다는 방식은 기능성과 상징성을 동시에 충족시켰다. 금관총 금제 허리띠는 이 과대 형식 가운데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정교한 사례로 평가된다.

금관총 금제 허리띠.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금관총 금제 허리띠. 사진=국립중앙박물관

경상북도 경주시 노서동 금관총에서 출토된 금관총 금제 허리띠는, 피장자의 허리 부근에서 수습되었다. 금관, 금제 허리띠드리개와 함께 발견된 점은 이 허리띠가 장례를 위해 제작된 것이 아니라, 생전 실제로 착용되었을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한다. 이는 신라 지배층의 일상 속에 이미 황금의 의례가 스며들어 있었음을 말해준다.

구조적으로 얇은 금판을 도려내 만든 과판 40매와 양쪽 끝의 띠고리, 단금구로 구성되어 있다. 금판을 붙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체 길이와 비례, 착용 시의 균형까지 고려한 설계가 돋보인다. 이는 장인의 기술력뿐 아니라, 이를 기획하고 주문할 수 있었던 권력층의 미적 안목을 함께 보여준다.

네모난 과판에 투각된 당초문은 이 허리띠의 시각적 중심이다. 덩굴이 끝없이 이어지는 당초문은 생명력과 번영, 지속성을 상징하는 문양으로, 신라 왕권이 지향한 이상 세계를 은유한다. 반복되는 문양 속에서도 리듬을 잃지 않는 조형 감각은 신라 금속 공예의 성숙도를 여실히 드러낸다.

각 과판에 뚫린 아홉 개의 못구멍은 기술적 요소에 머물지 않는다. 일정한 수와 간격은 전체 허리띠에 질서를 부여하며, 이는 사회적 질서의 시각화로 이어진다. 장식 속에 규칙을 심는 방식은 신라가 권력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태도와 맞닿아 있다.

하트 모양으로 알려진 장식에는 조두괴운문이 새겨져 있다. 새의 머리와 기이한 구름이 결합된 문양은 하늘과 땅, 현실과 초월을 잇는 상징으로 해석된다. 허리에 찬 이 장식은 착용자가 인간의 범주를 넘어, 하늘의 질서와 연결된 존재임을 암시했을 것이다.

과판과 장식에 달린 수많은 영락은 금실을 꼬아 정교하게 연결되었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흔들리며 빛을 반사했을 영락은 시각적 화려함뿐 아니라, 움직임과 소리를 통해 존재감을 증폭시켰다. 신라의 장신구는 고정된 물체가 아니라, 몸과 함께 완성되는 ‘움직이는 예술’이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는 국제성이다. 중국 육조 시대의 과대 양식과 매우 유사한 구조와 장식은 당시 동아시아 문화권 내에서 활발한 교류가 이루어졌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신라는 이를 답습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미감과 상징 체계로 재구성했다. 유사성 속의 차별성은 신라 문화의 자율성을 증명한다.

금이라는 재질 선택 역시 우연이 아니다. 변하지 않는 금속, 부식되지 않는 물질은 영원성과 권위를 상징한다. 얇은 금판을 자유자재로 도려내고 투각하는 기술은 신라 금속 공예의 정점이자, 왕실 권력이 동원할 수 있었던 기술적·경제적 기반을 보여준다.

금관총 금제 허리띠는 신라라는 국가가 스스로를 어떻게 드러내고자 했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허리에 둘러진 황금의 띠는 침묵 속에서도 분명한 메시지를 전한다. 질서와 권위, 미와 기술, 그리고 세계와의 연결. 이 모든 것이 한 줄의 허리띠 위에 정교하게 엮여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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