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한동훈 전 대표의 제명안 의결을 전격 보류한 직후 무기한 단식 농성에 돌입했다.
표면적으로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통일교 특검’ 수용을 촉구한다는 명분을 내걸었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심야 날치기 제명’ 논란으로 촉발된 당내 책임론과 리더십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특검법의 무도함과 통일교·공천뇌물 특검법을 거부하고 있는 민주당의 무도함이 제 단식을 통해 국민께 더 강력히 전달되길 바란다”며 단식을 선언했다.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 전 대표의 제명안 확정을 보류하고 ‘재심의 청구 기간(10일)’을 부여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온 행보다.
당 지도부는 이번 단식이 거대 야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비장한 결단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당내 시선은 복잡 미묘하다.
특히 장 대표가 단식 직전 한 전 대표 징계 확정에 ‘속도 조절’을 건 것을 두고, 윤리위원회의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신에게 쏠린 비판의 화살을 외부로 돌리려는 고도의 ‘출구 전략’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로 전날 오전 의원총회는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계파를 불문하고 윤리위 결정 과정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권영진 의원은 “국민들은 장 대표가 다 하고 있다고 본다”며 책임론을 제기했고, 최다선인 조경태 의원마저 “최고위가 정치적 결단을 내려주면 좋을 것 같다”고 압박했다.
그러나 장 대표는 단식 농성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 전 대표 측이 제기한 ‘문자 통보’와 ‘가족 연좌제’ 등 절차적 하자에 동조하는 여론이 확산하자, 장 대표로서는 무리하게 의결을 강행하기보다 한 템포 쉬어가며 숨 고르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친한(친 한동훈)계 한 인사는 “장 대표가 여론의 사면초가에 빠진 상황에서 단식장에 찾아가 ‘왜 제명했냐’고 따질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대여 압박을 명분으로 곡기를 끊은 당 대표를 공격하기 애매하게 만든 전형적인 국면 전환용 승부수”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이번 단식이 지난 연말 있었던 ‘24시간 필리버스터’의 데자뷔라는 말도 나온다. 당시 비상계엄 1주년 사과 문제로 리더십에 위기를 맞았던 장 대표는 헌정사상 최장 시간 필리버스터 기록을 세우며 일시적으로 국면을 전환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내 시선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배현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장 대표가 필리버스터로 닥친 위기를 잠시 넘긴 지 채 한 달이 안 됐다”며 “이번 제명 사태로 촉발된 성난 여론은 단식을 한다고 해서 잠재워질 것 같지 않다”고 평가했다.
배 의원은 “10만 팬덤과 보수·중도 유권자들이 실망해 선거를 포기하거나 심판하기로 결심할 수 있는 중차대한 위기”라며 “모든 일의 총책임자로서 잘못 지은 매듭은 직접 풀어야 한다”고 장 대표의 결자해지를 촉구했다.
장 대표가 내민 ‘재심 카드’가 실효성이 있을지도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장 대표로선 당내 반발을 잠재우고 징계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승부수였지만, 한 전 대표 측은 “윤리위가 이미 답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재심은 의미가 없다”며 요지부동이다.
특히 한 전 대표 측은 징계의 근거가 된 게시글들이 조작됐으며, 가족의 행위에 연좌제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위법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기간 유예 자체가 갈등 봉합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중론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당내 혼란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장 대표가 단식 투쟁의 칼끝을 겨눈 여당의 반응은 더욱 냉소적이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분명 우리가 통일교와 신천지 특검을 하자고 했는데, 장 대표는 왜 통일교 특검 수용을 촉구하는 단식을 하는지 이상하다”며 “어안이 벙벙하다. 쌩뚱맞고 뜬금없는 단식투쟁 아닌 단식투정”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사형 구형에 대한 일언반구 없이 그냥 밥을 굶는 건 국민과 역사 앞에 최소한의 반성도 없이 몽니 부리는 단식쇼”라며 “국민은 한동훈 사태로 위기에 몰리자 시선 돌리기용 셀프 구명 단식투정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박홍근 민주당 의원도 “원래 내부 수습이 안 되면 바깥으로 총부리를 겨누는 법”이라며 “가장 단순하면서 어리석은 회피법”이라고 꼬집었다.
통일교 특검 논란의 당사자인 전재수 의원은 “밥 며칠 굶는 것 말고 정치 생명을 걸라”며 “이를 거절한다면 단식은 국민의힘 내부에서 고조되고 있는 장 대표 개인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정치 기술’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장 대표의 단식이라는 극약 처방이 과연 민주당을 압박하고 당내 리더십 위기까지 잠재우는 ‘신의 한 수’가 될지, 아니면 위기 모면을 위한 ‘정치 쇼’라는 비판 속에 고립을 자초하는 자충수가 될지 정치권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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