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심희수 기자】 LPG 업계가 1월 가격을 동결한 배경에는 ‘서민 난방비 부담 완화’라는 명분뿐 아니라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발을 맞추려는 현실적 판단이 깔려 있다. 업계는 시장가격에 따라 탄력적으로 가격을 조정해왔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가 여전히 가격 결정의 변수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가스와 E1은 1월 LPG 가격을 동결했다. 사우디 아람코가 1월 CP(Contract Price)를 프로판 톤(t)당 525달러, 부탄 520달러로 통보하며 각각 30달러, 35달러 인상했음에도 양사는 국내 LPG 가격 동결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SK가스의 가정·상업용 프로판 충전소 공급가격은 kg당 1187.73원, 산업용은 1194.33원, 수송용 부탄은 리터당 902.02원으로 전월과 같다. E1 역시 가정·상업용 프로판 충전소 공급가격은 kg당 1188.17원, 산업용은 1194.77원, 수송용 부탄은 리터당 902.6원으로 전월과 동일하다.
가격 동결의 주요 사유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는 데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감대다. LPG가 주로 도시가스가 공급되지 않는 영세 가정의 난방용, 택시와 1톤 트럭 등 운수업 등에 사용되는 만큼 가격 인상이 서민 체감 물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1월 동결 사유는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동참하기 위한 것”이라며 “2001년 이후 정부의 간섭 없이 시장가격에 따라 탄력적으로 가격을 책정해 왔지만, 정부 기조에 대해서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가격 인상 압력이 계속 쌓이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요인으로는 석유화학 업황 침체가 꼽힌다. 석유화학사의 공장 가동률 하락에 따라 납사의 대체 원료로 사용되는 LPG의 수요도 잇따라 하락하고 있다. 2025년 3분기 기준 국내 LPG 총 수요 중 석유화학용의 비중은 51.6%를 차지한다.
SK가스는 “지난해 3분기 국내 LPG 총수요는 전년 대비 9.1% 감소했다”며 “이는 주요 석유화학사 고객들의 가동률 하락에 따른 석유화학용 감소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LPG 국내 판매량을 살펴보면 SK가스와 E1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 약 18% 감소했다. 감소 배경으로 E1 역시 석유화학용 판매 부진을 꼽았다.
다만 완충 요인도 있다. SK가스의 경우 울산 에너지사업 실적이 호조를 보이며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 중이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 407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합계 영업이익 2871억원을 웃돌았다. 이는 울산지피에스 LNG·LPG 복합발전의 영업이익 1366억원이 반영된 영향이다. 같은 기간 E1은 누적 영업이익 2967억원을 기록했다.
석유화학 사업 재편에 따른 LPG 수요 증가도 기대될 만하다. E1 관계자는 “수송용이나 난방용은 정체되거나 감소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향후 석화 재편에 따른 가동률 상승, 석유화학 제품 수출 경로 다변화가 진행되면 LPG 수요가 다시 늘어날 요인이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환율 급등도 가격 책정의 변수로 거론된다. SK가스의 경우 국내 정유사의 원유정제공정이나 석유화학공정에서 부산물로 생산되는 LPG량은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수요의 39.9% 수준이다. 부족분은 전량을 중동 등 해외로부터 수입해 환리스크에 상시 노출돼있다.
이번 동결로 kg당 60원 수준의 인상 요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2월에는 인상이 사실상 확실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업계는 한 번에 인상분을 모두 반영하기보다, 분할 반영 방식을 택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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