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인 아비커스(Avikus)가 HMM으로부터 대규모 수주에 성공하며 자율운항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회사 아비커스가 HMM으로부터 대규모 공급계약을 수주한 것은 단순한 기술 납품을 넘어, 자율운항 선박이 '실증 단계'를 지나 '상용 확산 국면'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다. 특히 단일 계약 기준 최대 규모로 40척의 상선에 자율운항 제어 솔루션이 적용된다는 점은, 글로벌 해운사들이 자율운항 기술을 비용 절감이나 실험적 시도가 아닌 핵심 운영 기술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
이번 계약의 핵심은 '제어까지 포함한 자율운항'이다. 아비커스의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은 항로 추천이나 위험 경고에 머무는 기존 보조형 시스템과 달리, 인지·판단을 넘어 실제 선박의 운항 제어까지 수행하는 통합형 자율운항 솔루션이다. 이는 자율운항의 기술 단계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으로 평가받는 영역으로, 선원의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항해 안전성과 운항 효율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 솔루션과 분명한 차별성을 갖는다.
수주 규모가 갖는 의미도 작지 않다. 아비커스는 이번 계약을 포함해 누적 기준 350여 척, 개조 선박 기준으로는 100척이 넘는 대형 선박에 자율운항 솔루션을 공급하게 됐다. 이는 글로벌 자율운항 선박 시장에서 기술 신뢰성과 현장 적용 능력을 동시에 입증했다는 의미다. 자율운항 기술은 소프트웨어 완성도뿐 아니라 다양한 해상 환경과 운항 조건에서의 안정성이 핵심인데, 대규모 상용 선대 적용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했음을 보여준다.
HMM의 선택 역시 전략적이다. HMM은 디지털 전환과 친환경 해운을 핵심 과제로 추진해 왔으며, 자율운항 기술은 연료 효율 개선과 안전성 제고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다. 최적 항로 설정과 속도 제어를 통한 연료비 절감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선원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대응할 수 있는 대안으로도 평가된다. 해운업 전반이 고령화와 인력난에 직면한 상황에서, 자율운항은 비용 절감 이상의 산업 구조 변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번 계약과 함께 체결된 3자 간 기술협력 MOU는 HD현대식 '조선–해운–기술' 삼각 협력 모델을 구체화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아비커스는 자율운항 솔루션의 고도화와 공급을, HMM은 실제 운항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검증과 운용을, HD한국조선해양은 선박 플랫폼과 기술 연계를 담당함으로써, 자율운항 기술을 단발성 제품이 아닌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산업 표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조선사가 선박 인도 이후에도 기술 업그레이드와 서비스 영역에서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산업적 관점에서 보면, 이번 수주는 글로벌 조선·해운 시장의 경쟁 축이 '선가'에서 '기술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선박 자체의 건조 경쟁력을 넘어, AI 기반 운항 기술과 디지털 플랫폼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향후 시장 지형을 좌우하게 되는 국면이다. HD현대가 자율운항 기술을 그룹 차원의 핵심 성장 축으로 육성하고, 이를 해운사와의 실증·확산 모델로 연결하고 있다는 점은 이러한 변화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해석된다.
결국 아비커스의 대규모 수주는 자율운항 선박이 미래 기술 담론의 영역을 넘어, 실제 글로벌 해운 산업의 운영 표준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HD현대가 조선 기술력에 AI 기반 자율운항 플랫폼을 결합해 '스마트 해양 산업'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은 단기 실적 이상의 전략적 분기점으로 평가할 수 있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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