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AI·로보틱스 인재를 전면에 내세우며 '기술 실험 단계'를 넘어 '산업 전환의 실행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AI·로보틱스·자율주행 분야의 세계적 전문가인 밀란 코박(Milan Kovac)을 자문역으로 선임하고, 보스턴 다이나믹스 사외이사로 영입한 이번 결정은 단순한 인재 보강을 넘어 그룹의 중장기 산업 전략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핵심은 '기술의 깊이'와 '산업화의 속도'를 동시에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다. 밀란 코박은 약 20년간 소프트웨어·하드웨어·AI 기반 로보틱스 시스템을 아우르며, 빠른 개발 사이클 속에서도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엔지니어링 조직을 구축해 온 인물이다. 특히 테슬라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와 카메라 기반 비전 중심 자율주행 시스템 개발을 이끈 경험은, 로보틱스를 '연구 대상'이 아닌 '대규모 시스템 엔지니어링 문제'로 다뤄온 상징적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로봇을 실제 산업 현장과 일상에 투입하려는 현대차그룹의 방향성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이번 인사는 현대차그룹의 로보틱스 전략이 질적으로 한 단계 진화했음을 의미한다. 그간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나믹스를 중심으로 스팟(Spot), 스트레치(Stretch), 아틀라스(Atlas) 등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하드웨어를 확보해 왔다. 그러나 하드웨어 경쟁력을 산업 전반의 생산성·안전·서비스 혁신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AI 아키텍처, 소프트웨어 통합, 대규모 시스템 운영 경험이 필수적이다. 밀란 코박의 합류는 바로 이 '마지막 퍼즐'을 채우기 위한 선택으로 해석된다.
주목할 대목은 그의 역할이 보스턴 다이나믹스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밀란 코박은 현대차그룹 전체를 대상으로 AI 및 엔지니어링 전략 자문을 수행하며, 제조·물류·서비스 등 그룹이 보유한 방대한 산업 현장을 테스트베드로 삼아 첨단 AI·로보틱스 기술의 실제 적용 가능성을 모색하게 된다. 이는 로봇을 별도의 신사업으로 분리하지 않고, 완성차·부품·스마트팩토리·물류·도시 서비스까지 관통하는 '그룹 차원의 플랫폼 기술'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적 판단으로 읽힌다.
산업적 의미도 크다. 글로벌 로보틱스 경쟁은 이제 단일 로봇 성능을 넘어, 얼마나 빠르게 현장에 배치하고 반복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지의 싸움으로 이동하고 있다. 밀란 코박이 강점을 보여온 '짧은 개발 주기와 빠른 피드백 구조'는,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AI·로보틱스 융합 전략의 실행력을 실질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촉매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곧 로봇 산업의 패러다임이 연구 중심에서 산업 시스템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이기도 하다.
결국 이번 영입은 현대차그룹이 로보틱스를 미래 가능성의 영역에 머물게 하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기술력에 글로벌 AI 리더의 시스템 설계 경험, 그리고 대규모 산업 인프라를 결합해 '상용화 가능한 로보틱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밀란 코박의 합류는 그 구상이 선언을 넘어 실행 단계로 들어섰음을 알리는 분기점이며, 현대차그룹이 AI·로보틱스 기반 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주도권을 노리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폴리뉴스 정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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