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학교 성폭력사안·교과운영부조리 공익제보교사 부당전보철회를 위한 공대위는 오는 1월 29일(목) 지혜복 교사 부당전보 취소 소송 선고를 앞두고 인용 판결을 촉구하는 각계의 연속 기고를 게재합니다. 성평등한 교육과 사회를 위한 지 교사의 투쟁에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학부모로 불린 지 10여 년, 교육 현장을 마주하며 느끼는 감정은 상당 부분 무력감이었다.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을 교육적 인간상으로 정립하지만 실상은 무한경쟁에 내던져지며 소외된 학생들의 구체적 삶은 외면하고, "우리 아이들"이라는 보호주의적 수사 이면에는 학생을 독립된 주체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통제와 위계적 시각이 담긴 현실을 직면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는 이를 알면서도 바꾸지 못한 방관자 같고, 때로는 한국 교육을 망치는 존재로 뭉쳐져 대상화될 때 그저 숨죽이며 "오늘도 학교생활 무탈하게"를 당부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느껴지기도 한다.
특히 지난 정부, 학교가 안고 있는 시스템적 문제들이 분출됐을 때 정작 정부와 교육 당국이 본질은 그대로 두고 AI 교과서 타령 속에 교육 공동체 구성원 간 갈등과 분절, 파편화를 조장하는 임시방편으로 일관하는 모습을 바라봐야 했다. 무지하고 무능하며 무관심하다 못해 무책임하기까지 한 정책 당국의 모습에 언제까지 무력감만 안고 있을 수 없다고 결심한 것은 지혜복 교사의 투쟁을 접하면서였다.
처음 A 학교 성폭력 사안을 접했을 때, 익히 접해 왔던 교육 현장의 대응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참담했다. 남녀공학으로 전환되면서 남학생 수와 여학생 수가 3대 1의 비율을 보이는 구조적 특성상, 평소에 더욱 세심한 접근이 필요했다는 일반적 기대와 달리 성폭력 피해 발생 이후에도 학교의 대처는 차별적이고, 안일했다.
다행히 A 학교에는 성폭력사안·교과운영부조리 공익제보자인 지 교사가 있었다. 성폭력 피해 학생들 곁에 서서 투쟁해 온 교사를 만난 것은 처음이었다. 반갑고도 고마웠다. 반면에 교육 당국의 대처는 알수록 이해되지 않았다. 햇수로 3년 전인 2023년 5월 학교에서 사회과목을 가르치던 지 교사는 학생 간 성폭력 사실을 접한 뒤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했다.
'학교폭력'은 교사들의 기피 업무가 됐다. 정부는 피해 신고 접수는 독려하지만 이를 처리할 행정체계와 인력은 부족하고, 가해 학생에게는 엄벌·응보적 관점에서 교육하고 처벌로 접근하면서 신고 접수가 된 후에는 교사와 학교가 교육적 조정 노력을 기울이기 힘들고, 이를 꺼리는 분위기라는 것도 알고 있다. "선생님이 좀 더 빨리 알지 못해 미안하다"며 팔을 걷고 해결에 나서는 교사는 그래서 귀하고, 또 필요하다.
A 학교의 관리자들은 성폭력 피해를 축소·은폐했고 피해 학생 신원을 유출해 2차 가해까지 심각해졌다. A 학교 학부모들은 학교의 성폭력 사안에 대한 조치가 부적절했고, 이로 인해 2차 가해가 유발되었다는 점을 증언했다. 지 교사가 문제를 해결하고자 학교 상황을 교육 당국에 공익신고했지만, 학교가 취한 조치는 형식적이었으며 피해 학생들은 여전히 안전하지 않다는 내용도 확인된다.
지 교사가 서울시교육청에 해당 문제를 공익 제보한 사안에 대해 그해 12월 26일,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센터는 '학교폭력 보호조치 미흡에 대한 재발방지 등 권고문'을 통해 "A학교에서 성폭력이 발생했고, 피해가 축소 신고되었음을, 피해학생들의 신원이 유출되고 위협받는 2차가해가 발생했음을, 또한 지 교사가 구제를 신청했음을, 그리고 그 구제신청이 적격함"을 명시했다.
하지만 정작 돌아온 것은 지 교사의 전보조치였다. 성폭력 피해 관련 제보는 공익제보가 아니라며 지 교사를 공익제보자로서 보호하지 않았고, 성폭력 피해 학생들의 고통은 외면한 채 피해 학생들의 편에 선 교사를 배척하는 행위였다. A학교 학부모들은 사회과 교사인 지 교사를 전보시켜 역사과 교사가 사회과목을 담당하게 됨으로써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받았고, 학업결손이 발생했으며 무엇보다 피해 학생들을 위해 애썼던 지 교사가 오히려 부당한 상황에 놓이게 되자 학생과 양육자 모두 무력감을 느껴야 했다고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지 교사가 부당 전보에 따른 발령을 거부하며, 거리 투쟁을 시작하면서 A학교 성폭력 피해 사안 및 처리와 관련된 문제는 가시화됐다. 학부모로서 지 교사의 투쟁을 알게 된 시기로, 마음으로나마 함께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울시교육청은 부당전보에 항의하며 농성을 이어가던 지 교사를 2024년 9월 27일, 해임했다. 형사고발도 이어졌다. 지 교사는 투쟁을 이어가며 부당전보 조치 취소소송도 진행해야 했다.
이와 같은 탄압에도 지 교사의 투쟁이 2년 8개월 동안 이어올 수 있던 것은 지 교사의 의지 못지않게 그를 응원하는 시민들의 연대가 있었다. 여기에는 '진보'의 기치를 앞세우며 지지를 호소했던 전·현직 교육감들이 학교 성폭력 대응에 보인 위선적 태도와 그를 향한 분노가 응집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치하는엄마들 김정덕 활동가가 작년 9월 10일, 지 교사 투쟁 600일을 맞아 진행한 거리 행진에서 '스쿨미투'로 대표되는 학교 성폭력 고발 이후 교육당국과 서울시교육청의 대응을 성토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2018년 서울 용화여고를 시작으로 전국에서 재학생, 졸업생들의 '스쿨미투' 피해 고발이 이어지자 당시 조희연 전 서울시교육감은 학내 성폭력 사안에 대해 사건 발생부터 종결까지 학부모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했다. 학부모들에게 사안 처리 과정을 가정통신문으로 알리겠다는 것.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스쿨미투' 처리 현황 공개를 거부했고, 가해 교사 감싸기에 급급했다. 나아가 정치하는엄마들이 제기한 정보공개 행정소송에 대해 세금을 써가며 3년에 걸쳐 항소까지 진행했지만, 재판부는 학교 성폭력 처리현황은 모든 시민의 관심사이며 학생과 학부모의 알 권리를 반드시 보장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일어난 학교 성폭력을 고발한 건 '스쿨미투' 당사자들이다. 시민들은 학교와 교육 당국이 피해 아동을 어떻게 보호했고, 가해 교사를 어떻게 징계했으며, 후속 조치는 무엇인지 알 권리가 있다. 특히 한국 교육 현장에서 가장 권리 주장이 약한 위치에 처해있는 학생들의 생명 안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필수적인 요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생들을 향한 2차 가해는 심각했다. 학교는 주동자를 색출하려 했고, 일부 학생들은 긴 법정 공방을 이어가야 했으며 어떤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기도 했다. 가해자 대부분이 징계를 받지 않거나 경징계를 받고 학교로 돌아왔다. '스쿨미투' 운동 이후 8년이 지났지만, 바뀌지 않은 학교 성폭력 실태는 갈수록 더 참담해지고 있다.
조희연 전 교육감이 2024년 직권 남용 혐의로 재판 결과 직을 상실하게 되면서, 보궐 선거로 당선된 정근식 교육감 역시 다를 바 없었다. 정근식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의 지 교사 공익제보자 지위 부정을 바로 잡지 않았다. 부당전보, 부당해임, 형사고발을 그대로 유지했다. 오히려 지 교사와 연대한 시민들의 화장실 사용까지 막으며, 기본권을 침해한 것도 모자라 경찰을 동원해 연행하도록 했다. 과정에서 시민들이 부상을 입었지만, 정근식 교육감과 교육청은 끝내 자신들의 행위를 변명하는 입장을 고수했다. '교육' 감이라는 직위에 비춰 보는 이가 민망할 지경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지 교사가 "배임이나 횡령을 제보한 것이 아니기에 공익제보자로 볼 수 없다"고 했다. 공익제보자 관련 법리를 조작한 것도 문제지만, 학교 성폭력 사안을 가볍게 바라보는 교육청의 인식을 여실히 반영한다. 그런가 하면 "교사가 성폭력을 제보하는 것은 당연하니 공익제보자로 볼 수 없다"고도 했다. 자가당착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또 교사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일을 학교와 교육지원청, 교육청은 왜 하지 않았는지 질문에 답해야 한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르면,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타인에게 누설하면 안 된다고 되어 있는데 A 학교는 이를 어기고 가해 학생에게 피해자의 인적사항을 누설했고, 지 교사는 이를 서울시교육청에 신고했다. 2024년 8월 변호사 77명이 지 교사는 공익신고자이며, 지 교사의 법률상 공익신고자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 서울시교육청의 판단은 오류라는 법률의견서를 제출한 배경이다.
A 학교, 중부교육지원청, 서울시교육청은 성폭력 사안 축소 및 은폐, 피해 학생 신원 유출과 2차 가해 유발에 책임이 있다. 나아가 이들은 피해 학생 보호를 위해 나선 지 교사를 탄압했다. 교사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인데, 왜 해당 교사를 탄압하는가?
교육 당국은 '절차'를 강조했다. 절차대로 처리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이것이 문서상 절차에 그쳤음을 증언한다. 1학기에 제기된 문제가 방학을 지나 2학기에도 뭉개지며 피해 여학생들은 2차 가해에 시달렸다. 지 교사 역시 통제되지 않는 남학생들의 야유를 견뎌야 했다. 교육하지 않고, 교육받을 기회를 박탈한 것을 절차대로 했다고 말하는 걸까?
A 학교 학부모들은 교육청에서 '회복적 생활교육'을 강조했다고 한다. 하지만 회복적 정의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접근은 피해자의 회복에 있다. 가슴 아프게도 피해 학생들은 회복은커녕 더욱 위축되어, 사건 이야기를 꺼내는 것조차 진절머리를 치고 '나서지 말 걸' 후회한다는 전언이다. 학생들은 여전히 회복되지 못한 채 그 시간에 머물러 있는데 책임과 권한을 가진 어른들은 '절차'를 이야기하고, 전근을 가버렸으며, 피해자 곁에 선 교사를 내쫓았다.
교육 관료들이 행정의 문법과 기계적 언어 뒤로 몸을 숨긴 사이 피해를 호소했던 학생들은 자연스레 위계에 적응하기, 불의에 침묵하기, 순응하고 체념하기를 강요받은 것이다. 희생자와 피해자를 도리어 위험·문제 인물로 낙인찍고, 자신들의 행위는 절차적으로 정당했다고 역설하는 행태는 대부분 반민주적, 권위적, 퇴행적인 조직이나 공동체에서 목격된다.
작년 말, 계엄 1년을 앞두고 최교진 교육부장관과 정근식 서울시교육감은 한 중학교를 방문해 헌법의 핵심가치와 민주시민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민주시민교육은 교과목을 만들어 외우게 해서 익힌다고 될 일은 아닐 것이다. 삶에서 민주시민으로 존재하며, 과정에 함께 해야 한다. 학내 성폭력이라는 인권 침해 상황에서 A학교, 중부교육지원청, 서울시교육청이 보인 모습은 민주시민교육 측면에서 학생들에게 뭐라고 설명할 것인지 교육감과 교육부장관에게 역시나 묻고 싶다.
지 교사의 투쟁에 함께 해 온 시민들은 교육의 회복,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향해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 교사를 보며 '이런 교사가 존재 하는구나', '그때, 이런 교사가 있었다면', '이런 교사가 더 많아지길'이라며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 염원했다. '이런'에 담긴 함의를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일이다.
성폭력 피해 앞에 학생들의 상처를 먼저 생각하고 전면에 나설 수 있는 교사, 안전하고 평등한 교육환경과 포괄적 성교육이 필요하다고 강변할 수 있는 교사, 학생 곁에 서지 못하는 상황을 미안해하는 교사를 향한 연대에는 한 명의 교사에게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고 부담을 지우려는 것이 아니라 절박한 희망이 담겨있다.
지 교사와 연대해 온 양육자, 교육노동자 등 시민들이 온몸으로 일으킨 균열이 학교는 교육하는 공간이며, 교사는 학생 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당위를 확인하는 역동이기를 바란다. 피해를 알린 학생들이 "우리가 옳았다"고 조금이나마 위안받기를 바란다. 오는 29일 지 교사의 부당전보 조치를 취소하라는 판결은 교육 회복의 첫 단추를 꿰는 일이 될 것이다.
끝으로 '지혜복직복작문화제'에서 연대의 마음을 나눈 '청어'님의 표현을 꿔 와서 쓴다.
"우리에게 있는 건, 철거할 수 없는 의지와 희망"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없는 것은, 책임지지 않는 교육감에게 줄, 한 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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