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김성진 기자 | 요즘 스포츠가 예능의 옷을 입는 일이 낯설지 않다. 축구, 야구, 배구, 농구는 물론이고 비인기 종목과 생활체육까지 카메라 앞에 선다. 선수는 경기장이 아닌 스튜디오에서 웃음을 만들고, 승패보다 서사가 먼저 소비된다. 늘어난 스포츠 예능 제작은 분명 시대의 흐름이지만, 그 빛과 그림자를 함께 보지 않으면 안 된다.
순기능부터 보자. 스포츠 예능은 스포츠의 문턱을 낮췄다. 규칙을 몰라도, 팀을 몰라도 웃으며 볼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종목에 대한 관심이 생기고, 선수의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다. 비인기 종목이나 은퇴 선수에게는 다시 한번 무대가 열린다. 경기 중계로는 담아내기 어려웠던 훈련 과정, 선수의 고민, 인간적인 순간들이 콘텐츠가 되며 스포츠는 ‘결과’가 아닌 ‘사람’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팬층의 확대, 유소년 유입, 종목 인지도 상승이라는 긍정적 파급 효과로 이어진다.
또 하나의 장점은 스포츠 산업의 외연 확장이다. 선수는 브랜드가 되고, 종목은 콘텐츠 IP가 된다. 스폰서와 플랫폼이 붙고, 지역과 연계된 스토리도 만들어진다. 스포츠가 경기력 중심의 폐쇄적 구조에서 벗어나 문화 산업으로 확장되는 계기이기도 하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 짧고 강한 서사는 젊은 세대에게 스포츠를 다시 연결하는 훌륭한 통로가 된다.
하지만 역기능도 분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스포츠의 본질이 희석되는 점이다. 웃음과 자극이 앞서면서 경기력과 전문성은 뒷전으로 밀린다. 선수는 ‘운동선수’보다 ‘캐릭터’로 소비되고, 실패와 부진마저 웃음의 재료가 된다. 이는 선수 개인에게 상처가 될 뿐 아니라 스포츠가 가진 진지함과 존중의 가치를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
또한 예능 친화적인 종목과 선수만 반복적으로 노출되며 왜곡이 생긴다. 실제 현장에서는 땀과 실패, 보이지 않는 노력이 스포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화면 속 스포츠는 지나치게 낭만화되거나 단순화된다. 결과적으로 시청자는 스포츠를 ‘쉽고 가벼운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인 팬 문화 형성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현장과 미디어의 괴리도 커진다. 예능에 집중한 일부 선수는 경기력 저하 논란에 휘말리고, 지도자와 협회는 미디어 노출과 본업 사이에서 갈등한다. 스포츠 예능이 많아질수록 ‘어디까지가 홍보이고, 어디서부터가 소비인가’라는 질문은 더 중요해진다.
늘어난 스포츠 예능 제작은 분명 기회다. 그러나 그 기회가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균형이 필요하다. 웃음 뒤에 존중, 이야기 뒤에 현장이 살아 있어야 한다. 스포츠를 예능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예능을 통해 스포츠를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드는 것. 그 지점에서만 스포츠 예능은 진짜 순기능이 된다.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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