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錄조조] 소설 연재 안내
본 소설은 현 정세의 사건들을 조조, 손권 등의 인물과 탁류파, 청류파 등의 가상 정치 세력으로 치환하여 재구성한 팩션(Faction)물입니다.
서라, 짐짓 '대의를 앞세우나' 실은 사사로운 이익과 권력을 좇는 자들을 탁류파(濁流派)라 칭하고, 그 반대편에서 '청명한 정치를 부르짖으나' 실은 권문세족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들을 청류파(淸流派)라 부르노라. 현재 탁류파는 여당인 주민당, 청류파는 야당인 민국의힘이니라. 조조(曹操)는 탁류파의 우두머리이자 대선을 통하여 대권을 잡은 당대 제일의 웅걸 명재이 대통령이다. 조조의 대적이자 청류파가 밀던 인물은 곧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던 손권(孫權, 열석윤 전 대통령)이었다.
서기 2026년 정월, 도성 한복판에 위치한 청와대 집무실에는 서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현대판 간웅(奸雄)이라 불리는 조조가 수석보좌관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은 것이다. 그의 눈빛은 적벽의 불길을 바라보던 그때처럼 날카로웠고, 입술가에는 실리를 숭상하는 통치자 특유의 냉소적인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
조조는 탁자 위에 놓인 두툼한 보고서 뭉치를 손가락으로 툭 치며 입을 열었다.
"정책의 성패는 그대들의 화려한 붓끝이 아니라, 저잣거리 백성들의 삶 속에서 결정되는 것이오. 보고서상으로만 그럴듯하고 실생활을 개선하지 못하는 정책은 영혼도 생명력도 없는 탁상공론에 불과하오."
그는 과거 허도에서 둔전제(屯田制)를 실시해 굶주린 군사들과 유민들을 먹여 살렸던 기억을 떠올렸다. 당시에도 탁상공론을 일삼는 선비들은 법도의 엄격함만을 따졌으나, 조조는 오직 쌀독이 차는 것만이 천하를 얻는 길이라 믿었다. 그는 이번에도 그 철학을 꺼내 들었다.
"우수 정책의 사례로 거론된 '그냥드림 사업'을 보시오. 지난 정부에서는 예산 한 푼 받지 못해 비루하게 연명했으나, 내가 실권을 잡고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니 한겨울 생계가 어려운 백성들에게 큰 버팀목이 되지 않았소? 현장에서는 사업장을 더 늘려달라는 아우성이 들릴 정도라고 하니, 이것이야말로 내가 말한 실리(實利)의 표본이오."
조조는 잠시 말을 멈추고 보좌관들을 쏘아보았다. 그의 시선은 마치 과거 구현령(求賢令)을 내릴 때처럼 파격적이고도 매서웠다.
"공직자 한 사람의 태도와 행동에 누군가는 죽고 살 수 있으며, 누군가의 가업은 흥하거나 망할 수 있소. 그대들이 가져야 할 것은 고상한 도덕이 아니라, 내 백성을 살리겠다는 지독한 책임감이오. 일 잘하는 자에게는 금은보화를 아끼지 않을 것이나, 무사안일에 빠진 자는 내 직접 직권을 행사해 자리를 빼앗을 것이니 각오들 하시오."
이때, 영남의 의성 땅에서 또다시 산불이 발생했다는 전갈이 당도했다. 조조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그는 적벽에서 주유의 화공(火攻)에 당해 팔십만 대군을 잃었던 참상을 잊지 않고 있었다.
"의성은 작년에도 막심한 화마를 겪은 곳 아니냐. 관계 부처는 지금부터 경각심을 갖고 진화 체계를 점검하라. 내년 봄에 닥칠 불길까지 미리 대비해야만 강산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다. 가만히 앉아 구호물자나 보낼 생각 말고, 도움이 필요한 가구를 선제적으로 찾아내는 적극 행정을 펼치란 말이다."
조조는 이미 도성 곳곳에 디지털 천리안(千里안)을 심어두었다. 인공지능(AI)이라 불리는 기묘한 기술을 이용해 단전과 단수로 신음하는 백성들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시스템이었다. 그는 47종의 위기 정보를 분석해 고통받는 이들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 이 시스템이야말로, 자신의 기민한 용인술과 닮았다고 생각했다.
한편, 궁궐 밖의 형세는 여전히 시끄러웠다. 이른바 탁류파(주민당)는 조조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지방 주도 성장과 평화 기반 성장이라는 5대 전환을 외치며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반면, 과거 손권(열석윤 전 대통령)을 따르며 명분을 중시하던 청류파(민국의힘)는 조조의 정치를 민생 절망이라 규정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청류파의 대변인은 조조가 의회를 장악하고 독단적으로 국정을 운영한다며 비난의 화살을 쏘아댔다. 그들은 자신들을 희망의 적토마라 칭하며, 조조가 무너뜨린 민주주의를 재건하겠다고 큰소리쳤다.
하지만 조조는 코웃음을 쳤다. 그는 과거 자신을 간웅이라 욕하던 이들이 결국 자신의 발아래 무릎 꿇었던 역사를 기억하고 있었다.
"세상이 어제도 나 조조를 잘못 보았고, 오늘도 잘못 보았구나. 어쩌면 내일도 잘못 보겠지.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나다. 남들이 나를 뭐라 하든, 백성의 솥단지에 쌀이 가득 차고 외풍으로부터 국익을 지킬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조조는 창밖을 내다보며 나지막이 읊조렸다.
"산은 높음을 싫어하지 않고, 바다는 깊음을 마다하지 않는다. 여야가 서로 다투더라도 국익 앞에서는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할 것인즉, 내부의 분열로 외풍을 막지 못한다면 내 공들여 쌓은 외교 성과가 무슨 소용이겠느냐."
그의 말은 서늘한 겨울바람을 타고 청와대 뜰을 지나 전국 팔도로 퍼져 나갔다. 실리를 위해서라면 천하를 배신할지언정 천하가 자신을 배신하게 하지는 않겠다는 조조의 집념이, 서기 2026년의 한반도를 다시금 요동치게 하고 있었다.
조조는 붓을 들어 보고서 귀퉁이에 짧게 적었다.
'현장에서 평가받지 못하는 자, 내 곁에 둘 이유가 없다.'
그것은 180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그의 가차 없는 통치 원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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