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實錄조조] 소설 연재 안내
본 소설은 현 정세의 사건들을 조조, 손권 등의 인물과 탁류파, 청류파 등의 가상 정치 세력으로 치환하여 재구성한 팩션(Faction)물입니다.
서라, 짐짓 '대의를 앞세우나' 실은 사사로운 이익과 권력을 좇는 자들을 탁류파(濁流派)라 칭하고, 그 반대편에서 '청명한 정치를 부르짖으나' 실은 권문세족의 이해를 대변하는 자들을 청류파(淸流派)라 부르노라. 현재 탁류파는 여당인 주민당, 청류파는 야당인 민국의힘이니라. 조조(曹操)는 탁류파의 우두머리이자 대선을 통하여 대권을 잡은 당대 제일의 웅걸 명재이 대통령이다. 조조의 대적이자 청류파가 밀던 인물은 곧 강동의 호랑이라 불리던 손권(孫權, 열석윤 전 대통령)이었다.
여의도라 불리는 거대한 섬, 그 중심에 솟은 돔 지붕의 궁궐은 연일 먹구름에 휩싸여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서기 2026년 정월. 천하의 대권은 이미 탁류파의 수장, 조조의 손아귀에 들어온 지 오래였다. 그는 일찍이 난세의 간웅이라 불리며, 헌법의 권위를 빌려 제후들을 호령하는 협천자이령제후의 법을 통달한 자였다.
조조는 집무실 의자에 깊숙이 몸을 묻고, 탁자 위에 놓인 수첩 하나를 가느다란 눈으로 내려다보았다. 그것은 내란의 기획자로 불리는 노상원이 남긴 비망록이었다. 수첩에는 정치인과 언론인 500여 명을 수거하여 분쇄하겠다는 소름 끼치는 계획이 적혀 있었다.
“실패는 호사라 했거늘, 저들은 패배하고도 어찌하여 이토록 추한 흔적을 남겼는가.”
조조가 차갑게 읊조렸다. 그는 과거 적벽에서 패했을 때도 실패는 성공하는 방법을 깨우쳐준다며 웃음을 지었던 사내였다. 하지만 눈앞의 적들은 달랐다. 청류파의 지지를 받으며 강동에서 버티던 손권(열석윤)은 비록 실각하여 재판정의 사슬에 묶여 사형을 구형받았으나, 그 잔당인 청류파(민국의힘)는 여전히 의사당 입구에서 목숨을 건 저항을 이어가고 있었다.
“승상, 청류파의 혁동장 대표가 로텐더홀에 거적을 깔고 무기한 단식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심복 정욱이 보고하자 조조는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단식이라니. 고고한 선비들이 즐겨 쓰는 수단이군. 하지만 장수는 의원과 같아서, 죽인 사람이 많을수록 의술이 정교해지는 법이다. 저들이 굶어 죽기를 기다리기보다, 내가 먼저 저들의 숨통을 끊어놓을 법의 칼날을 제련하겠다.”
그가 가리킨 것은 제2차 종합특검법이었다. 수사 인력 251명, 수사 기간 170일. 헌정 사상 유례없는 매머드급 특검이었다. 조조는 이 칼날로 손권의 마지막 숨통인 내란 혐의뿐만 아니라, 무장 헬기를 NLL로 보내 북한의 공격을 유도하려 했다는 외환의 죄까지 낱낱이 파헤치려 했다.
그때 청류파의 반격이 시작되었다. 단식 중인 혁동장 대표가 목쉰 소리로 외쳤다.
“조조는 들어라! 죽은 권력을 부관참시하는 특검보다, 그대들의 심복 기병김 전 원내대표의 블랙폰부터 열어보라! 그 안에 그대들의 추악한 공천헌금과 비리가 가득 차 있지 않느냐!”
혁동장 청류파인 민국의힘 대표는 탁류파의 주민당 소속 수재전 전 장관의 통일교 로비 의혹까지 거론하며 이른바 쌍특검으로 맞불을 놓았다. 이에 조조의 눈썹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기병김 전 주민당 원내대표의 블랙폰은 마치 조조가 관도대전 이후 태워버렸던 아군들의 내통 문서와도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조조는 조조였다. 그는 결코 당황하지 않았다.
“내가 천하 사람들을 저버릴지언정, 천하 사람들이 나를 저버리게 하지는 않겠다. 저들이 신비한 보물이라도 찾은 듯 블랙폰을 외치니, 나는 그들의 아킬레스건인 신천지를 특검의 가마솥에 함께 집어넣으리라.”
조조는 즉시 탁류파 의원들에게 살라미 전술을 명했다. 법안을 하나씩 쪼개어 청류파의 필리버스터를 무력화시키는 고도의 책략이었다. 24시간이 지나면 다수 의석의 힘으로 토론을 강제 종료시키고, 단칼에 표결에 부치는 초토화 작전이었다.
본회의장의 공기는 차갑게 식어갔다. 청류파의 분파인 혁개신당의 람하천이 필리버스터의 첫 주자로 나서 사자후를 토했지만, 조조는 멀리서 그 모습을 지켜보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사람들이 뭐라 생각하든, 난 여전히 나일 뿐이며 사람들 생각 따위는 두렵지 않다. 간웅이라 불러도 좋다. 이 난세를 평정하고 새로운 질서를 세울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법의 이름으로 저들을 단죄하는 악마가 되겠다.”
조조는 자리에 일어나 단상으로 향했다. 그의 등 뒤로 17가지 수사 의혹이 적힌 특검법안이 거대한 깃발처럼 펄럭였다. 노상원의 수첩에서 시작된 불길은 이제 서해 NLL의 위협 비행 의혹을 넘어, 청류파의 근간을 태우는 업화로 번지고 있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이제 진실의 그물을 던져라. 대어든 피라미든, 헌법을 거스른 자는 단 한 명도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2026년 정월의 밤, 여의도 의사당은 조조의 서슬 퍼런 법치주의 아래 거대한 전쟁터로 변하고 있었다. 탁류파의 압도적인 함성 속에 청류파의 필리버스터는 서서히 그 빛을 잃어갔고, 지방선거라는 대회전을 앞둔 조조의 진격은 멈출 줄 몰랐다.
조조가 이끄는 이 탁류파의 진군을 보며 생각한다. 진정한 승리란 적을 섬멸하는 것인가, 아니면 그들의 공포 위에 새로운 법을 세우는 것인가. 여의도의 찬바람은 대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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