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짓기만 해서는 안 남는다”…해외건설, ‘도급’ 시대 저물고 ‘투자’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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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짓기만 해서는 안 남는다”…해외건설, ‘도급’ 시대 저물고 ‘투자’로 승부

직썰 2026-01-16 06:00:00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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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로’ IC 전경. [SK에코플랜트]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로’ IC 전경. [SK에코플랜트]

[직썰 / 임나래 기자] 해외건설 수주 전략이 단순 설계·조달·시공(EPC) 중심의 도급형에서 투자·금융·운영을 결합한 ‘투자개발형’으로 이동하고 있다. 발주처의 재정 여력이 약화되면서 정부와 정책금융을 앞세운 수주 방식이 새로운 해법으로 부상했지만, 사업 초기부터 자금이 투입되고 장기 운영 리스크까지 떠안아야 하는 구조인 만큼 수익성과 안정성에 대한 검증이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일부 해외 사업에서는 수요 예측 실패나 정책 변경으로 투자금 회수가 지연되거나 재협상이 반복되며 투자개발형 모델의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도급에서 투자로…정부, 해외건설 수주 전략 전환 공식화

국토교통부는 해외건설 수주 전략의 축을 ‘도급’에서 ‘투자’로 옮기겠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14일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유관기관 업무보고에서 정부·정책금융과 결합한 수주 전략 전환을 강조했다. 해외 발주처의 재정 부담이 커지면서 중앙정부 예산에 의존한 도급형 사업이 줄어드는 데다, 대형 프로젝트일수록 자금 조달과 리스크 분담을 포함한 종합 제안이 요구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투자개발형 수주는 EPC 수행에 그치지 않고 사업 초기 단계부터 자금 조달 구조를 설계하고, 준공 이후 운영 수익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식이다. 발주처가 공사비를 전액 부담하던 기존 도급형과 달리, 민간과 정책금융이 자본을 공동 투입해 수익과 리스크를 나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가 참여하는 사업은 국가 차원의 신뢰도가 더해져 발주처 입장에서 금융 안정성이 높다고 인식된다”며 “수주 경쟁력 측면에서 분명한 강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계약 구조에 따라 건설사가 지분 투자까지 함께 부담해야 하는 만큼, 사업성이 명확할 때 효과적인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알마티는 성공, 자와는 지연…사업성 검증이 성패 가른다

투자개발형 수주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는 2023년 개통된 ‘카자흐스탄 알마티 순환도로(BAKAD) 프로젝트’가 꼽힌다. SK에코플랜트와 한국도로공사 등이 참여한 인프라 민관협력사업(PPP)으로, 한국 기업이 시행사 지분 투자자로 참여했다. 준공 후 일정 기간 운영한 뒤 정부에 이관하는 BOT(Build-Operate-Transfer) 방식으로, SK에코플랜트는 한국도로공사와 함께 16년간 도로를 운영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2025년 10월 삼성E&A가 수주한 ‘미국 인디애나주 친환경 암모니아 플랜트’ 역시 정책금융 결합의 전형이다. 한국 정책금융(PIS 펀드)과 미국 정부 정책금융이 함께 참여하면서, 공사 수행 능력뿐 아니라 자금 조달과 리스크 분담 구조를 제시한 점이 수주 성사의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면 실패 사례도 적지 않다. 인도네시아 자와(Java) 석탄화력발전소, 베트남 일부 도로·교량 PPP 사업에서는 수요 예측 오류와 정책 환경 변화로 회수 기간이 늘어났고, 정부와의 재협상이 반복되며 사업 부담이 커졌다. 투자개발형 수주가 만능 해법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2조원 목표 내걸었지만…수익성·정책 리스크는 여전한 과제

KIND는 올해 PPP 사업을 통해 우리 기업의 해외 수주 12조4000억원을 지원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해(7조4000억원)보다 약 68% 늘어난 규모다. EPC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금융이 결합된 ‘금융결합형(EPC+F)’ 수주를 확대하기 위해 신규 펀드 조성도 추진한다.

다만 투자개발형 사업 확대는 금융·사업·정치 리스크를 동시에 수반한다. 공사 이전에 자금이 투입되는 구조상 회수 지연 가능성이 크고, 장기 계약 특성상 정권 교체나 제도 변경에 따른 불확실성도 상존한다. 환율과 금리 변동에 따른 금융 부담 역시 무시하기 어렵다. 업계에서 투자개발형 수주를 ‘선별적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른 건설업계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충분한 국가라면 굳이 우량 사업을 외국 기업에 투자개발형으로 맡길 유인이 크지 않다”며 “이런 구조적 한계 때문에 실제로는 여전히 일반 도급형 사업 비중이 높은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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