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행의 詩·畵·音] 59 여백은 사유와 명상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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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행의 詩·畵·音] 59 여백은 사유와 명상의 공간

저스트 이코노믹스 2026-01-16 05:39:32 신고

3줄요약

여백

                   조창환

 

감나무 가지 끝에 빨간 홍시 몇 알

푸른 하늘에서 마른 번개를 맞고 있다

새들이 다닌 길은 금세 지워지고

눈부신 적멸(寂滅)만이 바다보다 깊다

저런 기다림은 옥양목 빛이다

칼 빛 오래 삭혀 눈물이 되고

고요 깊이 가라앉아 이슬이 될 때

묵언(黙言)으로 빚은 등불

꽃눈 틔운다

두이레 강아지 눈 뜨듯

이 차갑고 명징한 여백 앞에서는

천사들도 목덜미에 소름이 돋는다

 

 조창환(1945∼) 시인은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아주대학교 국문과 교수를 역임했다. 1973년 ‘현대시학’에서 시 ‘귀향’과 ‘연가’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빈집을 지키며> <라자로 마을의 새벽> <그때도 그랬을 거다> <파랑 눈썹> <피보다 붉은 오후> 등이 있다. 한국시인협회상과 목월문학상을 수상했다. 그는 시의 운율에 특별히 관심을 갖고 『한국 현대시의 운율론적 연구』(1986)를 저술하기도 했다.

 조 시인은 “시는 언어를 통한 생의 해방이며, 자기 구원의 모험이며, 한 시대 삶을 직시하는 눈뜬 자의 독백”이라고 했다. 그의 시 세계는 치열한 내성의 시선을 통해 분열된 삶의 의식을 형상화하는 데서 출발한다. 

정선 ‘동경산수(冬景山水)’. 종이에 먹, 가로 54.1x34.7cm.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조선 후기의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은 실제 우리나라의 산천을 보고 그리는 진경산수화의 화풍을 확립했다. 겸재는 금강산 등 전국 명승을 두루 찾아다니면서 그림을 그렸다. 강한 농담(濃淡)의 대조 위에  암벽의 면과 질감을 나타낸 새로운 경지를 개척했다. ‘동경산수(冬景山水)’는 겨울철 산과 물의 경치를 담은 산수화다. 겸재 특유의 힘 있는 필치로 겨울 산의 고요한 분위기를 표현했다. 

러시아 민요 ‘볼가강의 뱃노래’ / 폴 로브슨 

*‘볼가 강의 뱃노래(Song Of The Volga Boatmen)’는 볼가 강에서 배들을 뭍으로 끌어올릴 때 인부들이 불렀던 러시아의 노동요다. 정확히 표현하면 ‘볼가강의 배끌기 노래’다. 원제는 ‘어기여차!(Эй ухнем!)’로 러시아 민중의 강렬하면서도 고된 노동의 슬픔과 고단함이 드러나는 곡이다. 영상 속의 그림은 러시아의 사실주의 화가 '일리야 레핀(Ilya Yefimovich Repin)'가 그린 '볼가 강의 인부들'라는 작품이다.

*폴 로브슨(Paul Robeson, 1898~1976)은 미국의 세기적인 흑인 베이스 가수로 풋볼 선수와 배우, 변호사, 인권운동가로 활동했다. 아버지는 탈주한 노예 출신의 목사였다. 그는 강력한 저음으로 흑인영가와 민요를 많이 불러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콜럼비아 법대를 졸업한 그는 한동안 프로 풋볼선수로 활동한 뒤 잠시 변호사로 일했다. 그는 배우로서 1925년부터 1942년 사이에 10여편의 할리우드 영화에 출연했다

 흑인 인권운동가로서 그는 미국이 전국적으로 인종주의를 영속화시키며, 전 세계적으로 제국주의적 행각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사회주의자로서 친 소련 성향을 보인 로브슨은 결국 매카시 상원의원을 비롯한 반공주의자들의 표적이 되고 말았다. 로브슨이 미국의 한국전쟁 참전을 반대하기 시작한 1950년에 그의 여권이 취소되면서 1958년까지 해외활동을 하지 못했다. 

 로브슨은 1958년 영국으로 건너가 런던을 거점으로 세계 순회공연을 시작했다. 1961년 이후 자살충동에 시달린 로브슨은 런던과 동독에서 치료하다가 1963년 12월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는 귀국 뒤 자신을 기리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았으며, 가장 친한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방문객을 거의 만나지 않았다. 로브슨은 1973년 카네기 홀에서 열린 자신의 75세 생일 기념 행사에 보낸 음성 메시지에서 "저는 몇 년 동안 활동하지 못했지만, 자유, 평화, 형제애를 위해 전 세계 인류의 대의에 변함없이 헌신하는 바울이라는 것을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1976년 1월 23일 필라델피아에서 뇌졸중 합병증으로 7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러시아와 한국어 자막이 있는 '볼가 강의 뱃노래' 

임동춘 ‘겨울빛 29 #금강’ 
임동춘 ‘겨울빛 29 #금강’ 

■ 김시행 저스트이코노믹스 논설실장: 한국경제신문 경제부, 산업부, 증권부, 국제부, 문화부 등 경제·문화 관련 부서에서 기자, 차장, 부장을 두루 거쳤다. 한경 M&M 편집 이사, 호서대 미래기술전략연구원 수석연구원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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