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밤 12.3 내란재판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사형 구형'을 받은 날, 이날 한밤중에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정치적 사형'과 같은 '제명' 처분이 당 윤리위에서 내려졌다.
사전 '소명'기회와 절차도 없이 기습적인 한밤중 '한동훈 제명' 사태로 국민의힘은 두쪽이 나고 있고, 그 후폭풍은 거세다.
한 전 대표는 14일 기자회견에서 자신에 대한 '제명'은 "헌법과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또 다른 계엄이 선포된 것"이라며 "이 문제는 장동혁 대표가 계엄을 막은 저를 찍어내기 위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계파갈등이 아니라 '불법위헌적 계엄 찬성'이냐 '헌법민주주의 수호 계엄 반대'냐의 대결 구도로 규정했다.
친한계는 물론 소장파, 당 중진들까지 당내 반발이 거세지자, 장동혁 대표는 "재심까지는 최고위원회 의결을 연기하겠다"고 밝혔으나 이미 한 전 대표는 "답을 정해놓은 제명에 재심 신청은 무의미하다"고 밝혀 '재심'까지 연기한다는 장 대표 발언이 별 의미없이 되어 버렸다. 국민의힘은 15일에도 '한동훈 징계'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한동훈 전 대표 윤리위원회 제명 결정을 논의한 결과, 발언에 나선 의원 다수가 제명은 과하다며 반대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10여명의 의원이 발언대에 올라 "법률이 아닌 정치로 풀어야 한다", "제명을 철회해야 한다"는 등 윤리위 결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이미 제명 결정해 놓고 여론이 뒤집히자 재심 출석해 사과하라고 하느냐"며 반발했고, 오세훈 서울시장도 "제명은 곧 공멸"이라며 당 지도부를 비판했다. 장동혁 대표는 의원들의 의견을 끝까지 경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장 대표는 전날 "윤리위 결정을 곧바로 뒤집고 다른 해결을 모색하는 것은 따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으나, 의총에서 반대 의견이 우세하게 나온 만큼 당 지도부의 최종 결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상현 "남 탓할 때가 아니라 내 탓할 때...당게사태 정치로 풀어야"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성경 요한복음 구절을 인용하며 "너희 중에 죄 없는 자 먼저 돌로 치라는 말씀이 있다"며 "지금은 남 탓할 때가 아니라 내 탓할 때"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비상계엄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자세가 내 탓"이라며 "최근 윤석열 대통령 통치행위를 폭정이라고 지칭하는데, 저는 폭정에 동의 못한다. 누구보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에 뚝심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대통령의 그 뜻을 폭정이라 칭하는 것은 스스로를 비하하는 것이고 예의도 아니다. 만약 폭정이라면 우리는 어디 있었나. 우리 모두 침묵하고 방관했다. 대통령 탓하기 전에 우리 스스로 탓하고 성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추락에는 날개가 없다"며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대한민국의 가치와 근간, 헌정질서를 가차없이 파괴하는 이재명 정부에 맞서야 할 상황에 스스로 에너지를 소모하는 건 공멸을 자초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총선 전 비윤(비윤석열)의 핵심"이었으며 "탄핵 반대를 주장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비상계엄이 탄핵으로 이어질 게 뻔했고, 민주당 집권하면 지금 보는 상황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개인적으로 작년 2월 헌재 최후진술 전에 변호인을 통해 대통령께 임기단축 개헌, 정치개혁 청사진을 던지고 여야가 합의하면 사퇴하겠다는 것을 말씀드려달라고 했다. 이뤄지지 않았지만 만약 이뤄졌다면 정치지형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의원은 "지금 우리가 남을 단죄할 게 아니라 속죄할 때"라며 "당 내부에서 밀쳐내고 누가 더 못났는지 따질 때가 아니다. 우리는 대역죄인으로 국민 앞에 속죄해야 한다. 우리도 윤 대통령도 예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게사태에 대해 이것은 법률 문제로 치환될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못 박았다.
이어 "한동훈 대표의 소명은 부족했고, 윤리위는 과했다"며 "당내 갈등을 제명과 단죄로 푸는 게 리더십이 아니다. 책임을 묻되 상처를 봉합하고 당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게 리더십"이라고 덧붙였다.
권영진 "정당 지지도 더 벌어지고 있어···국민들에게 폭넓게 다가가는 변화 혁신 필요 "
대안과 미래 소속인 권영진 의원은 의총에서 "지난주에 나왔던 여론조사 갤럽, MBS,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보면 오히려 지금 정당 지지도는 더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렇게 우리 당 지도부도 애쓰고 장외 집회하고 필리버스터 하고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의 여러 가지 폭주와 실정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들은 우리 당을 이렇게 보지 않는다"며 "지금은 국민들에게 폭넓게 다가가는 변화와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걸 하려면 통합을 해야 되는데 지금 한동훈 대표를 제명하는 게 맞는 거냐"며 "윤리위원회나 당무감사위원회가 나하고는 관계없다, 독립적으로 한다고 장 대표가 말씀하지 마시고 결과적으로 국민들은 장 대표가 다 하고 있다고 보시니 이제는 국민들의 생각을 담는 걸 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제명은 철회돼야 한다"며 "중진들이 나서서 장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고, 한동훈 대표도 본인이 억울하더라도 '당원들과 국민들께 송구스럽다' 정도는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는 제명을 철회하고 국민의힘이 화합하고 포용하면서 변화로 새로운 시대로 나가고 있다는 걸 국민들에게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정치적으로 풀어야 될 문제를 왜 자꾸 법률적으로 풀려고 하느냐"며 재심 절차보다는 정치적 해결을 거듭 강조했다.
조경태 "당게 익명 보장이 본질...덧셈 정치해야"
조경태 의원은 "덧셈 정치하자, 지금 제명해서 도움되겠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전했다.
그는 한 전 대표가 사과했어야 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그런 사람도 있는데 본질을 봐야 한다"며 "윤 대통령 비판 내용 아니냐. 그거 지금 보면 사실 아니냐"고 반문했다.
조 의원은 "당게는 익명 보장 아니냐. 포털도 익명인데 일일이 밝혀서 처벌 안 하지 않느냐"며 "최다선이지만 난 한 번도 당게 들어가본 적 없다. 5%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떤 글을 쓰든 간에 익명이 보장된 거 아니냐"며 "국힘이 자유를 부르짖으며 자유를 억압하는 건 정체성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나친 욕설이나 혐오스러운 건 관리자가 내리고 가리면 되지, 자꾸 문제 없는 걸 있는 것처럼 만드는 게 문제"라며 "당게 지적하는 분들한테 물어보라. 당게 들어가봤냐"고 덧붙였다.
정성국 "지각한 학생을 퇴학시키는 건 말도 안되는 소리"
정성국 국민의힘 의원은 "한동훈 대표를 옹호하는 듯한 의원들이 앞장서는 것보다 중립지대에 있는 객관적인 분들이 이야기해 주시는 게 맞다는 생각에 저희는 발언을 뒤로 늦췄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런데 앞에 나오신 10분 정도 분들이 '이건 아니다'는 게 대다수였다"며 "장 대표께서 끝까지 경청하셨고, 의원들 의사는 절대 다수가 '이거는 과한 것이고 이래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대표와 지도부가 결정할 일이겠지만 우리 의원들의 의사는 다 전달됐다"며 "어떤 분이 '국회의원은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은 대표이고, 그 대표들이 모이는 총회의 의견은 굉장히 소중하다'고 의미 있는 발언을 하셨다"고 덧붙였다.
정 의원은 한 전 대표의 사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한 대표께서 방송에 나와 '나를 비판하라'며 유감을 표현했는데, 거기에 대한 인지가 좀 덜 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각한 학생을 퇴학시키려는 상황'이라는 표현을 하신 분이 계셨다"며 "일이 너무 커지면서 사과의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상황 아니냐는 말씀이 와닿았다"고 전했다.
그는 "지각한 학생을 퇴학시킨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이제는 너무 커져버리고 왜곡된 부분이 많아 상당한 문제가 있다. 그 길도 열어줘야 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재심 절차에 대해서는 "'당신에게 재심을 주겠다'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발언이 있었다"며 "권한을 가진 대표나 지도부 쪽에서 먼저 풀겠다고 해야지 한 대표에게 그렇게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는 말씀도 와닿았다"고 전했다.
중진 의원들도 제명 결정 제동···장 대표에게 전날 면담 제안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도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윤리위 결정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당내 중진 의원들은 전날 밤 "이렇게 가면 당이 파국으로 치닫는다"며 장 대표에게 자제를 요청하고 면담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A의원과 지도부 B의원 마저 "이 징계는 과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혁 "이미 제명 결정해 놓고 재심 장난하나"
오세훈 "한 전 대표 제명은 곧 공멸...참담함과 실망"
친한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이날 SNS에 "장난하나. 이미 제명 결정해 놓고 여론이 뒤집히자 재심 출석해 사과하라고"라며 장 대표의 재심 부여 결정을 정면 비판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그리 원하신다면 한동훈, 오세훈 날리고 고성국, 전한길 모셔다 정치 잘 해보십시오"라며 "한 전 대표에 대한 비난과 욕설이야 말할것도 없지만 오 시장님도 장예찬씨로부터 '오세훈 지가 뭔데' 소리까지 듣고 있는 마당"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당이 이꼴이 돼가는데도 입꾹닫 하신다면 국힘당 의원님들 정말 국민들과 당원들에게 그리고 우리 후세대에 부끄러운 것 아닙니까"라며 "그리고 다음 숙청대상은 여러분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윤리위에서 한 전 대표 제명이 결정된 날 SNS에 "여기서 멈춥시다.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날, 국민의힘 윤리위는 한동훈 전 대표 제명을 의결했다"며 "국민의힘의 이런 생경한 모습에 국민들은 참담함과 실망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자숙과 성찰을 보여야 할 때 분열과 충돌의 모습을 보이는 국민의힘은 비정상의 길, 공멸의 길을 가고 있다"며 "승리의 길을 벗어나 도대체 왜 자멸의 길을 가고 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장동혁 대표를 향해서는 "이제는 멈춰야 한다. 더 큰 리더십으로 당을 이끌어야 한다. 제명은 곧 공멸"이라고 촉구했다.
이어 "지금은 통합의 우군인 이준석 전 당 대표를 억지로 쫓아내고 결국 무너지는 길을 가야만 했던 그 뼈아픈 교훈을 잊었나"라며 과거 이준석 제명 사례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한 전 대표를 향해서는 "당원들이 납득할 설명을 해줘야 한다. 통합과 화해의 명분을 먼저 마련해 달라"고 주문했다.
[폴리뉴스 박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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