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민하 기자] 동대문 보세 의류로 시작해 몸집을 키운 온라인 쇼핑몰들이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로 탈바꿈하며 패션시장의 주류로 급부상하고 있다. 자체 제작 비중을 늘리고 브랜드 감성을 앞세워 대형 패션 플랫폼에 입점하는 한편 오프라인 접점까지 확대하며 매출 규모를 키우는 흐름이다.
다만 이 같은 브랜드 전환이 곧바로 제품의 실질적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는지를 두고 소비자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브랜드화 이후 가격대가 이전보다 더 높아졌지만 원단·봉제·디자인 측면에서 체감되는 변화는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가격 인상의 정당성을 둘러싼 논란도 함께 커졌다.
1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과거 보세 의류를 기반으로 성장한 온라인 쇼핑몰들이 디자이너 브랜드로 전환하거나 세컨드 브랜드를 론칭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쇼핑몰 시절부터 쌓아온 팬덤을 토대로 플랫폼 핵심 고객층인 20·30대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며, 과거 ‘보세 쇼핑몰’ 이미지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미 충성 고객층을 확보한 상태라는 점이 플랫폼 입점 과정에서 강점으로 작용한다. 신규 브랜드가 마주하는 가장 큰 장벽인 초기 유입과 재구매를 일정 부분 확보한 채 시장에 안착할 수 있어서다.
이 같은 흐름은 패션 플랫폼의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29CM가 국내 여성 디자이너 브랜드와의 협업을 강화하며 브랜드 육성 정책을 확대해 왔으며, 그 결과 지난해 10월 말 기준 연간 거래액 1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최근 4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약 40%에 달하며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W컨셉 역시 디자이너 브랜드 중심의 큐레이션을 통해 지난해 11월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진행한 ‘더블유위크’ 행사에서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하는 성과를 거뒀다. 플랫폼을 중심으로 디자이너 브랜드 소비가 확대되면서, 쇼핑몰 출신 브랜드들이 빠르게 주류 시장으로 편입되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브랜드 전환이 필연적으로 비용 구조 변화를 동반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쇼핑몰에서 브랜드로 넘어가는 과정 자체가 사실 쉽지 않다”며 “오프라인 매장 운영, 인력 확충, 조직 정비 등 투자가 뒤따르면서 비용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가격이 ‘브랜드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빠르게 상승했다는 점이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좋아하던 쇼핑몰이 디자이너 브랜드화되더니 가격이 올랐다”, “디브 전환 이후 디자인의 특색이 옅어졌다”, “브랜드가 됐다고 하지만 예전 제품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렵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브랜드 전환이 ‘가치의 상승’보다 ‘가격표의 변화’로 먼저 체감되고 있다는 의미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B씨도 비슷한 불만을 토로했다. B씨는 “원래 저렴한 쇼핑몰은 아니었지만, 브랜드 론칭 이후 비슷한 제품 가격이 10만원을 훌쩍 넘기면서 부담이 커졌다”며 “예전에는 ‘나만 아는 감성’이라는 느낌이 좋았는데 오프라인 팝업에서 줄을 서는 모습을 보고 나니 거리감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브랜드화가 팬덤을 기반으로 성장하는 동시에 기존 고객 일부에게는 이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는 오프라인 진출 확대가 주로 거론된다. 최근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MZ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주요 백화점에 입점하거나 성수동 등 핵심 상권에서 팝업스토어를 운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 인력 운영비 등 고정비가 증가하고, 연예인·인플루언서 협업과 콘텐츠 제작 같은 마케팅 비용도 함께 늘어나면서 판매가 인상 압력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상승이 원가 요인뿐 아니라 유통·마케팅 구조 변화와 맞물려 나타나는 것이다.
결국 관건은 브랜드화 자체가 아니라 가격 상승에 걸맞은 변화가 소비자에게 얼마나 설득력 있게 전달되느냐다. ‘브랜드가 됐으니 비싸졌다’가 아니라 ‘비싸질 만큼 달라졌다’를 증명할 수 있을지가 향후 성패를 가를 핵심 요소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브랜드 전환이 시장에서 지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질적 성장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브랜드화에 따른 가격 상승이 소비자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소재 고급화, 독자적 패턴·실루엣 개발 등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가치가 함께 따라와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온라인으로 판매하던 제품이 오프라인으로 확장되면서 가격이 높아졌다는 소비자 불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며 “브랜드 입장에서는 고객 접점을 넓히기 위한 전략일 수 있지만, 기존 고객이 선호하던 대중성을 유지하면서 프리미엄 라인을 분리해 운영하는 방식이 보다 합리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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