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야심 차게 내놓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질적인 공시 참여율이 한 자릿수에 불과해서다. 지수는 도입 초기 대비 100% 넘게 올랐다. 그럼에도 '빛 좋은 개살구'라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배당 중심의 획일적 기준 등을 탈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야심 차게 내놓은 '밸류업 프로그램'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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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 폭등과 주주환원 21조4000억원…외형은 '성공적'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18p(1.38%) 상승한 2045.89로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월2일 948.9로 시작했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15.6%가량 폭등한 수치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399.49에서 4797.55로 마감하며 약 100%의 상승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도 밸류업 지수의 수익률은 이를 웃돌았다.
주주 환원 규모 역시 비약적으로 늘었다. 지난 2023년 4조8000억원 수준이었던 자사주 소각 규모는 지난해 21조4000억원으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외형적으로는 성공적으로 안착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천문학적인 자금이 주주 환원에 투입된 배경에는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주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자리 잡고 있다. 이석훈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주 환원 여력이 충분하고 투자자 소통 계획이 이미 마련된 대기업들이 시장의 흐름을 주도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업종 내 선도 기업들이 밸류업 공시에 선제적으로 나서면서 산업 전반에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며 "이것이 대규모 자사주 소각과 배당 확대로 이어지며 지수 상승의 강력한 트리거가 됐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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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곳 중 9곳은 '깜깜이'…공시 지속성 결여 심각
하지만 내실을 들여다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난해 말까지 밸류업 본공시를 제출한 기업은 전체 상장사 중 171개사에 불과하다. 비율로 따지면 6.6%라는 초라한 성적표다. 지수의 화려한 수익률 뒤에 93.4%의 상장사는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공시의 '지속성' 결여도 심각한 문제로 꼽힌다. 본공시를 올린 기업 3곳 중 2곳은 일회성 발표에 그치고 있다.
실제 이행 상황을 담은 주기적 공시를 이어가고 있는 곳은 59개사에 불과하다. 대다수 기업이 정부 눈치를 보며 구색 맞추기식 공시 후 사후 관리는 외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밸류업 공시는 기업이 스스로 체질을 바꾸려는 의지와 장기적인 목적을 둔 공시여야 한다. 하지만, 현장에선 의무 공시처럼 형식적으로 대응하며 본연의 취지가 무색해진 실정이다.
특히 외국인 참여 확대를 강조해 왔음에도 영문 공시를 제출한 기업은 79개사(46.2%)에 불과하다. 본공시 기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해 글로벌 기준의 투명성 확보는 갈 길이 멀다는 비판이다.
ⓒ 한국거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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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주 주도 '참여 낙수효과'… 소외된 코스닥은 '성장의 딜레마'
이처럼 참여가 저조한 배경에는 기업 규모별 '동상이몽'이 자리잡고 있다.
이석훈 연구위원은 현재 공시에 참여한 기업들에 대해 "주주 환원이나 기업 가치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것이 있거나 애초에 계획이 있는 대기업 위주"라며 "특히 동종 업계 대기업 사이의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동료 압박)'가 작용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상위 기업들이 앞다투어 공시를 내놓는 상황에서 혼자만 빠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대형주들의 참여를 이끌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코스닥 등 중소형사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하며 참여를 주저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현재의 밸류업은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을 주 메뉴로 하는데, 이는 기본적으로 회사가 자금 여력을 갖고 있어야 가능한 일"이라며 "유가증권시장 대기업과 달리 코스닥 법인들은 그만한 자금을 상시 보유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또한 "중소·벤처기업은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 연구개발(R&D)이나 시설 투자에 집중해야 하는 단계"라며 "이 단계에서 무조건적인 주주 환원만을 강조하면 자칫 기업의 성장 동력을 잃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성 공시 채널 열어야"…중소기업 공시 문턱 낮추기 '고심'
전문가들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패가 배당 중심의 획일적 기준을 탈피하는 데 있다고 조언한다.
이석훈 연구위원은 "모든 기업이 배당을 잘하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라며 "성숙한 대기업과 달리 성장 기업군에는 주주 환원보다 중장기 사업 전략과 투자 계획을 설명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공시가 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성장성 위주의 공시가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공시의 다양성이 확보되고 참여 기업도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밸류업 공시가 반드시 배당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업종 특성에 맞는 미래 성장 스토리텔링이 핵심"이라며 "중소 상장사가 겪는 인력 부족 등의 실무적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1대1 맞춤형 컨설팅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르면 이달 말까지 내부 검토를 거쳐 가이드라인 개정을 통해 공시 부담을 완화할 수 있는 유인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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