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반정부 시위, 북한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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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반정부 시위, 북한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BBC News 코리아 2026-01-15 17:56:0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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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어두운 색 상의를 입고 옆을 바라보고 있다. 뒤에는 북한 국기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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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전역에서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장기 제재와 경제난이라는 공통된 조건 속에 있는 북한은 이 사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이란에서는 경제난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지난달 28일 시작된 이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란 당국은 강경 진압과 대규모 체포에 나섰고, 구체적인 사망자 집계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최소 수천 명에서 많게는 2만 명 가까이 사망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란 당국의 인터넷 및 통신 차단으로 현장 상황에 대한 독립적인 확인은 어려운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본다며 강력한 선택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란은 협상의 문을 열어두면서도 미국이 군사적 행동에 나설 경우 보복하겠다고 맞섰다.

이번 이란 사태는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에도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북한 역시 이란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주시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이란의 대규모 시위를 알리고 있을까?

이란의 반정부 시위와 관련한 북한의 공식 반응은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 관영매체는 최소한의 보도만 내놓고 있으며 시위가 언제 어떤 이유로 시작했는지, 어느 정도 규모로 확산했는지에 대한 설명은 거의 없다. 대신 이란이 미국의 간섭을 규탄하거나 "적대 세력들의 위선적인 행태"를 비판하는 발언을 전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을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28일 이란 사태가 시작된 이후 북한이 '이란'을 언급한 보도는 총 8건이었다.이 중 두 건은 이스라엘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이란이 주가 되는 보도는 6건이라고 볼 수 있다.

노동신문은 이란이 "미국 내정간섭 책동을 단호히 배격하였다", "적대 세력들의 위선적인 행태를 폭로 단죄하였다", "미국의 반이란 정책을 단죄하였다", "미국의 군사적 위협 책동을 규탄 배격하였다", "미국의 내정간섭 책동을 폭로하였다"라고 보도하는 등 배경 설명에 대한 언급은 없이 주로 이란 당국의 공식 입장을 중심으로 관련 소식을 전하고 있었다.

북한의 외부 선전 매체인 조선중앙통신(KCNA)은 이란 사태가 시작된 이후 '이란'을 헤드라인에 포함한 보도를 총 11차례 내보냈다.

KCNA 역시 시위 자체는 언급하지 않은 채 이란이 "자기 나라에 대한 미국의 내정간섭책동을 폭로"했다며 "미국이 이란에서의 테러 활동에 개입했다는 증거가 확보되었으며, 그 가운데는 불순분자들에게 무기를 나누어주는 동영상도 있다"라고 지난 13일 보도했다.

두 관영매체 모두 시위의 배경이나 희생자 규모를 설명한 보도는 없었다. 주로 외부 위협과 반미·반이스라엘 메시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는 주민들에게 '시위'라는 개념 자체가 전파되는 것을 차단하려는 북한의 의도적인 침묵으로 풀이된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BBC에 북한은 다른 나라에서 "주민들이 봉기하거나 문제를 제기하는 시위를 매우 조심스럽게 보고 보도를 거의 안 한다"라고 진단했다.

이런 보도가 나올 경우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이게 가능한 일이구나'라는 '공동 지식'이 형성될 수 있고, 이는 "북한 체제에 굉장히 큰 위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탈북민 출신 김성렬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는 "지방 주민들은 정권에 대한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이란 사태를 보도한다면 주민들의 불만은 고조될 수 있어 조심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란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이렇게 공개적으로 드러나는 북한의 메시지는 내부 통제와 선전을 고려한 정치적 톤일 가능성이 크다.

전문가들은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북한 지도부에게 민감한 사안일 수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장기 제재와 경제 압박 속에서 누적된 주민들의 불만이 대규모 시위로 표출되는 과정은 북한에도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BBC에 북한은 "상당히 초조하고 불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동남아시아 네팔을 포함한 많은 독재 정권들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사례를 목도한 북한으로서는 이란 사태는 매우 심각"하게 다가올 것이란 평가다.

박원곤 교수는 두 체제 모두 강력한 권위주의 국가라는 점, 그리고 이란 사태가 경제 문제에서 촉발돼 절대 권력에 대해 도전하는 양상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이란 사태를 "면밀히 보고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북한이 경제 상황을 긍정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 경제가 좋지 않다는 점은 지도부도, 주민들도 체감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서도 민감하게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북한 정권은 이란 사태를 보며 경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인민들의 동요가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짚었다.

하지만 이란 사태가 북한 내부에 즉각적인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은 외부 정보 유입을 체제 안정의 핵심 변수로 보고, 최근 수년간 정치·사상·문화 전반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 왔기 때문이다.

다만 권위주의 국가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시위는 북한 지도부에게 기존 통제 전략을 재점검하고 반면교사로 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원곤 교수는 북한의 정보 통제로 인해 이란 사태가 북한 내부에 "큰 영향력을 주진 못할 것"이라면서도 "이란 사태를 하나의 반면교사로 삼고 북한 주민에 대한 통제를 강화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이란 시위 현장에서 대형 국기가 하늘에 펄럭이고, 아래에는 이란 국기를 든 시민들이 모여 있다. 배경에는 건물 외벽에 걸린 대형 현수막이 보인다
Getty Images
북한과 이란 모두 지도자의 권위에 대한 공개적 도전은 곧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된다

이란과 북한, 다르지만 닮은 체제

북한과 이란은 모두 권위주의적 통치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지도자의 권위가 제도 위에 놓여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국가의 핵심 권한을 쥐고 있고, 북한에서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정치·군사·사상 전반을 통제한다. 두 체제 모두 지도자의 권위에 대한 공개적 도전이 곧 체제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된다.

조 석좌연구위원은 "이란과 북한은 매우 다르지만, 지도자가 신격화돼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유사하다"라며 "이란 사태를 북한과 유사한 사태로 간주할 가능성이 있고, 체제 위협"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사회 개방성과 자유의 정도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란에는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 제도가 존재하지만, 이는 종교 최고지도자가 최종 권한을 쥔 신정 정치 체제 아래 제한적으로 작동한다. 그럼에도 이란은 해외여행과 외국 정보 접근이 가능하고,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한 의견 표출 역시 북한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넓게 허용되고 있다.

반면 북한에서는 정치적 이견이나 불만이 사회 전반에서 거의 허용되지 않으며, 정보 접근과 이동의 자유 역시 구조적으로 차단돼 있다. 이런 점에서 이란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긴장과 사회적 불만의 표출 방식을 그대로 북한에 대입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박 교수는 두 나라 모두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제재"라며 핵 개발에 대한 욕구로 제재가 시작됐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여러 공통점이 있어 북한은 이란 사태를 더 주의 깊게 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란과 북한은 모두 핵 개발을 둘러싼 갈등으로 2006년을 전후해 국제 제재가 시작됐고, 이후 제재가 누적·강화되는 국면을 겪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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