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안군이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적인 무력 진압을 이어가며 현지의 유혈 사태가 극도로 심화하고 있다.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잔혹한 발포와 폭행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 국제사회의 우려 또한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13일(현지 시각) 미국 매체 뉴욕포스트는 테헤란 파르스 지역에서 발생한 시위 진압 현장을 보도했다. ‘6분간 이어진 총격과 비명’이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공개된 영상에는 지난 9일 테헤란 동부에서 벌어진 보안군의 강경 진압 상황이 담겼다.
영상 속 현장 분위기는 긴박하게 전개됐다. 처음에는 간헐적인 단발성 총성이 들렸으나, 이후 자동화기 발사음이 연이어 이어지며 상황이 급박해졌다. 총성이 계속되는 가운데 시위대의 비명 소리도 현장 곳곳에서 들렸으며, 인근 주택가까지 전달된 듯했다. 혼란 속에서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일부 시민은 총성을 피해 인근 주차장 안으로 몸을 피하는 등 급히 현장을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란 반정부 시위 현장 / iranntv 제공
무력 진압이 격화되는 가운데 보안군이 시위대의 눈과 머리 등 치명적인 부위를 겨냥해 조준 사격을 하고 있다는 현지 의료진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영국 가디언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테헤란의 의료진들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들의 상태가 전쟁터의 희생자들과 다를 바 없을 정도로 참혹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테헤란의 한 병원에서만 총격에 의한 안구 부상 사례가 400건 이상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의사들은 이러한 부상 양상이 우발적인 충돌이라기보다, 시력을 잃게 만들어 저항 의지를 꺾으려는 목적의 의도적인 조준 사격일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정부 시위대가 보안군 이동을 막기 위해 거리에 불을 지른 모습 / 유튜브 'SimayAzadiTV'
보안군은 시위대를 향해 금속 산탄이 담긴 엽총을 비롯해 보다 치명적인 화기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디언은 의료진의 말을 인용해 다수의 부상자가 안구 적출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으며, 이는 시위대를 살해하거나 영구적인 장애를 남기려는 의도가 의심된다고 보도했다. 부상자 가운데는 10대 소년과 청년층도 다수 포함돼 있으며, 이들 중 일부는 병원에서 체포될 것을 두려워해 치료를 미루다 실명에 이르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병원 내부 치료 여건 역시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외신과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밀려드는 부상자에 비해 의료 인력과 물자, 혈액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병실이 아닌 공간에서 응급 처치가 이뤄지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당초 극심한 경제난과 화폐 가치 폭락에 항의하며 시작된 이번 시위는 현재 이란 최고 지도부를 겨냥한 정권 퇴진 요구로 확산되며 전국적 양상을 띠고 있다.
인터넷을 차단한 이란 당국 / 이란인권센터(CHRI) 제공
시위가 18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로 인한 희생자 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외신과 인권 단체 집계를 종합하면 현재까지 확인된 사망자는 최소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구금 과정에서의 사망자나 행방불명자까지 포함할 경우 실제 피해 규모는 더 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란 당국의 강경 진압 기조 속에 테헤란을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는 여전히 삼엄한 경계와 산발적인 충돌이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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