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3억 담배 소송’ 건보공단, 2심도 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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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억 담배 소송’ 건보공단, 2심도 패소

일요시사 2026-01-15 17:45:12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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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이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 2심에서도 패소했다.

15일 서울고법 민사6-1부(부장판사 박해빈·권순민·이경훈)는 건보공단이 담배 제조사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533억원 규모 손해배상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고는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른 공적 의무 이행을 위해 자금을 집행한 것에 불과하고, 이를 두고 어떤 법익 침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따라서 원고의 직접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은 1심 판결에 위법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건보공단은 담배의 결함과 담배회사들의 불법 행위를 주장하며, 이로 인해 흡연자들에게 폐암·후두암 등이 발병했다고 보고 지난 2014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흡연이 폐암의 주요 위험 요인이라는 점을 들어, 관련 진료비 지출의 책임을 담배 회사에 묻겠다는 취지였다.

청구액 533억원은 30년 이상 20갑을 흡연한 뒤 폐암·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 대해 공단이 10년간(2003~2012년) 지급한 보험급여의 총액이다.

1심 재판부는 “개인의 생활습관, 유전적 요인, 주변 환경, 직업적 특성 등 흡연 외에도 다양한 요인에 의해 폐암이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했다고 하더라도 구상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손해배상을 구할 권리는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항소심 판결 직후 기자들과 만나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과학과 법의 괴리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며 “매우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날 재판에선 집단 코호트 연구 결과를 개인 단위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판단이 나왔다”면서 “공단 역학 자료엔 소세포암의 경우 98%가 담배로 인해 생겼다는 결과가 나와 있다. 그렇다면 거꾸로 폐암 환자 중 담배로 인한 환자가 단 한 명도 없다고 얘기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 이사장은 “국가가 담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않으면 헌법상 기본권인 건강추구권이 무너지게 된다”며 “또 당장 폐암, 고혈압에 걸리지는 않지만 30년쯤 담배를 피우면 병이 생기기 시작하기 때문에 긴 세월을 가지고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건보공단은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정 이사장은 “상고심에서는 새로 한다는 각오로 전략을 다양하게 구사하며 제대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흡연과 암 발병 간 인과관계 판단의 문턱이 낮아질 경우, 배상 책임의 범위가 광범위하게 확장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통계만으로 인과성을 인정한다면 개인의 생활습관과 환경, 유전 등 복합 요인을 전제해 온 기존 법리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도 “흡연과 질환 사이에 역학적(통계적) 상관관계가 인정될 수 있더라도 이를 개인 사례에 그대로 적용할 만한 개연성이 증명됐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던 바 있다.

담배 회사 측도 지난해 항소심 변론 과정에서 “흡연을 중단했다가 다시 재개하는 건 흡연자 스스로의 판단과 결정에 따른 것이지, 약물 효과 때문이 아니라는 취지의 법원과 헌재의 판단이 이어져 왔다”며 “흡연의 위험성을 알리거나 금연을 권유하는 사회운동을 하는 이유도 (스스로 결정이) 가능하니까 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성인 대상 담배 판매가 현행법상 허용된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한편 건보공단은 이번 소송의 승패와는 별개로, 과정 자체에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게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된다. 법적으로 담배 회사의 책임을 직접적으로 확정하기는 쉽지 않더라도, 소송 과정에서 흡연의 사회적 비용 문제를 환기하고 경각심을 높이는 등 간접적 효과를 함께 노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단은 흡연을 예방하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지난 2013년부터 소송을 검토하기도 했다.

향후 대법원이 공공보험자의 손해배상 청구권 인정 여부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어떤 기준을 제시할지 법조계의 관심이 쏠린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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