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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우 경제더하기 연구소 대표는 1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상법 개정에 따른 기업공시 개선 방안’ 토론회에서 이같이 지적했다. 이 대표는 미국의 경우 금융위기 이후 도입된 ‘세이온페이(Say-on-Pay)’ 제도를 통해 경영진 보수에 대한 주주 투표를 의무화했고, 도드-프랭크법에 따라 보수 정책과 성과 연동 구조를 상세히 공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센티브와 주식기준보상 등을 포함한 3개년 보수 내역을 공개하는 점도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국은 이사회 보수 총액 한도에 대해서만 주주총회 승인을 받도록 돼 있고, 자본시장법에 따라 연 5억원 이상을 받는 상위 5명 임원에 한해 개인별 보수 총액과 산정 기준을 공시하는 구조다. 이 대표는 대기업집단 대주주가 여러 계열사를 겸직하는 경우 각 계열사에서 받는 보수 총액과 산정 근거를 파악하기 어렵고, 주식기준보상(RSU)의 경우 부여 시점에 소득으로 인정되지 않아 주총 승인 대상에서 빠지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는 이사·감사·집행임원의 보수를 급여·상여·주식기준보상·퇴직급여 등 항목별로 구분해 기재하고, 과거 3년간 연도별 비교가 가능하도록 공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계열사 겸직으로 중복 보수를 받는 경우에는 이를 별도로 구분하고 산정 근거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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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법 개정 이후 과제는 ‘실질 공시’
이날 토론회는 지난해 상법 개정 이후 기업 공시 제도를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해 7월 통과된 1차 상법 개정의 핵심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 전체로 확대한 것이다. 이 대표는 “이사 충실의무 도입은 출발점일 뿐 목표가 아니다”며 “시장이 얼마나 투명하게 관리되고, 주주와 투자자가 기업 의사결정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형식에 그친 공시 관행과 공시 전달 체계의 이원화도 문제로 지적됐다. 그는 “공시 규정상 무엇을 공개하라고 돼 있는지보다, 그 공시가 실제로 투자 판단에 도움이 되는지가 중요하다”며 “공시를 봐도 기업이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자사주 매입 사유로 ‘경영권 안정’을 든 사례를 언급하며 “누구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지 설명하지 않는 공시는 설득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금융감독원의 DART와 한국거래소의 KIND로 나뉜 공시 시스템이 기업 부담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SEC가 운영하는 EDGAR를 통해 단일 통합 공시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비교 사례로 들었다.
개선 방안으로는 임원 보수 산정 근거의 투명성 강화를 비롯해 △사업보고서 내 주주 충실의무 이행 내용의 구체적 공시 △ROE·자본비용(COE)과 연계한 배당·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 공시 △대주주 등 특수관계자 거래에 대한 독립적 이사회 의결 절차와 거래 금액 공개 △합병 등 자본거래 시 이사회 판단 과정의 상세 공시 △유상증자·사모 발행의 필요성과 대안 조달 수단 설명 △자기주식 처분·소각 계획의 구체화 등 9가지를 제시했다.
◇“상호주 규제·중소기업 지원도 병행돼야”
토론자로 나선 윤상녕 트러스톤자산운용 변호사는 계열사 외 기업 간 주식을 맞보유하는 ‘상호주’에 대한 공시 규제 신설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일본에서는 상호주를 기업 가치와 경영 효율을 저해하는 행위로 보고 규제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순환출자 규제를 우회하거나 최근 개정 상법의 ‘3%룰’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중견기업 현실을 고려한 보완책도 언급됐다. 김춘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본부장은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지배구조 환경에는 큰 격차가 있다”며 “독립 사외이사가 역할을 하려면 경영진과 사내이사의 협조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외이사에게 책임만 지우기보다 내부 통제와 시스템 구축에 대한 책임을 사내이사에게 명확히 부여하는 국내 중소·중견기업 맞춤형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그동안 부당한 합병·분할이나 중요 정보의 은폐로 투자자들이 예기치 못한 손실을 겪으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고착화돼 왔다”며 “외국인 투자자들 역시 한국 시장을 유망하게 보면서도 공시 신뢰 부족을 투자 장애 요인으로 꼽아왔다”고 했다. 이어 “공시 제도 강화를 올해 주요 정책 과제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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