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서울고등법원 민사6-1부(박해빈·권순민·이경훈 부장판사)는 건보공단이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시 아메리칸 BAT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심과 같이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소송 제기 약 12년 만에 나온 2심 결론이다.
재판부는 “원고의 보험 급여 지출은 보험법이 예정한 바에 따른 의무 이행”이라며 “피고의 위법 행위가 아니라 보험계약에 따른 지급으로 봐야 하므로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들의 불법행위가 증명되지 않아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는 이상, 이 사건 대상자들의 흡연과 폐암 발생 사이의 개별적 인과관계에 관해서는 나아가 판단하지 않겠다”고 부연했다.
또한 재판부는 흡연과 폐암 발병 사이의 인과관계와 관련해 “개인이 흡연했다는 사실과 폐암에 걸렸다는 사실만으로 양자 간 개별적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는 없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며 흡연 시기와 기간, 생활 습관, 건강 상태, 가족력 등 개별 사정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의존성을 유발하지 않는 수준으로 니코틴 함량을 줄인 담배를 제조해야 한다는 공단 측 주장에 대해 “흡연자에 따라 니코틴 흡입량이 달라질 수 있어 의존성이 생기지 않는 함량 설정이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공단은 지난 2014년 4월 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 이상 흡연한 뒤 폐암이나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지급한 진료비 533억원을 근거로 담배 회사들이 흡연의 중독성과 위험성을 은폐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소송 6년여 만인 2020년 11월 1심 재판부는 공단의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개별적 인과관계 입증 부족 등을 이유로 담배 회사의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항소심 선고 직후 정기석 건보공단 이사장은 상고의 뜻을 밝혔다.
정 이사장은 이날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취재진과 만나 “법원 판단을 존중하지만 매우 실망스럽고 아쉬운 판결”며 “과학과 법의 괴리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담배를 피우면 100%는 아니지만 폐암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은 과학적 진실이며 고혈압, 당뇨 등은 모두 담배가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병”이라며 “담배의 유해성에 대해 법원이 아직도 이렇게 유보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비통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가가 담배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않으면 헌법에 나온 기본권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새로 재판에 임한다는 각오로 전략을 다양하게 준비해 제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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