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스경제=이나라 기자 | 새해를 맞아 공개된 카드사 조직개편이 예년과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과거에는 신사업 확대를 전제로 조직을 신설하거나, 기능을 격상시키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면, 올해 조직개편은 신규 사업을 전제로 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대신 기존 조직을 통합하거나, 기능을 조정하는 방식의 '관리형' 개편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2026년을 맞아 공개된 카드업계 조직개편은 조직 확대보다는 효율·실행·리스크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 또한 조직을 새로 만드는 방식보다 기존 조직의 구조를 손보는 형태가 주를 이루었다.
▲ 과거엔 '확장' 전제...지금은 '유지'에 집중
올해 조직개편의 가장 큰 변화는 조직을 대하는 전제 자체가 달라졌다는 점이다. 과거 카드업계의 조직개편은 플랫폼·데이터·제휴 등 신사업 확대를 전제로 조직을 키우는 방식이 반복됐다. 이에 마이데이터 도입과 디지털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디지털·플랫폼 조직을 본부 단위로 신설하거나, 기존의 IT 조직을 사업 조직으로 격상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상업자 표시 신용카드(PLCC) 확대 측견에선 제휴·마케팅 조직이 상품 조직에서 분리돼 전담 조직으로 독립하거나, 기존 실 단위 조직이 본부급으로 확대되는 방식의 조직개편이 이어졌다. 데이터 조직 역시 지원 조직에서 출발해서 수익 사업의 가능성을 전제로 사업 부서로 재편되거나, 센터급 조직이 본부로 격상되는 흐름을 보였다. 이 시기 조직개편은 사업 성과가 확인되기 전에 조직을 먼저 키우는 선제적 확장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올해 조직개편은 이 같은 흐름과 정반대된 모습이다. 과거 조직개편이 '신설'과 '격상'이 중심이었다면, 올해는 '통합'과 '조정'이 중심이다. 조직개편의 수단 자체가 바뀐 셈이다.
일례로 KB국민카드의 올해 조직개편은 신설이나 확장보다는 재정비에 가깝다. KB국민카드는 2026년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의 15그룹 2본부 체계를 14그룹 2본부로 조정했다.
이는 그룹 단위를 슬림화하고 유사 업무를 통합해 의사결정과 실행에 속도를 높이기 위함이다. 또한 기업영업 부문의 조직을 일원화해 현장 영업력을 강화했다. 또한 리스크 관리·소비자 보호·정보보안 등의 지원 조직도 기능 중심으로 역할을 재정비했다.
조직개편의 대상 역시 달라졌다. 과거에는 조작개편의 중심에 미래사업·플랫폼·신사업 조직이 있었다면, 올해는 관리·지원 기능이 전면에 등장했다. 신규 사업 확대를 전제로 한 조직을 신설하는 대신 기존 조직의 전문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신한카드는 올해 별도로 신년사나 시무식을 진행하지 않고 조직개편만 단행했다. 테크그룹을 신설해 ICT·플랫폼·AX·정보보호 기능을 통합하는 한편 개인정보보호부를 신설해 관리적 보호 체계를 강화했다. 조직개편의 핵심으로 소비자 보호와 정보보안 기능이 부상한 것이다.
▲ CEO 신년사에 나타난 전략 언어 변화
이 같은 조직개편 변화는 신년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신년사에서 '확대'·'가속'· '본격화' 같은 표현이 반복됐다면, 올해 신년 메시지에서는 '효율'·'리스크'·'전환'·'실행'이 핵심 키워드로 등장한다.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는 올해 경영전략으로 효율 중심 경영·자본 효율 제고·프로세스 점검· 중복 업무 제거를 강조했다. 진성원 우리카드 대표도 단기 실적 개선보다 성장의 기초체력 회복과 리스크 관리 고도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김이태 삼성카드 대표 역시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 생존을 위한 'Transformation'을 언급하며 체질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그는 신기술 도입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통해 '미래 준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올해 스테이블코인 등 새로운 결제 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카드사들도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에 한 카드사 관계자는 "과거 카드사 조직개편이 '무엇을 새로 할 것인가'를 보여주는 장치였다면, 올해 조직개편은 '어떻게 유지하고 버틸 것인가'에 가까운 모습이다"며, "조직을 키워 미래를 준비하던 국면에서, 조직을 정비해 불확실성에 대응하는 국면으로 전략의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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