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에 이어 패소했다.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공단은 항소심 과정에서 흡연과 폐암 발생의 인과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증거자료 보완에 애썼지만 결론은 끝내 뒤집히지 않았다.
15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고법 민사6-1부(부장판사 박해빈·권순민·이경훈)는 건보공단이 담배 제조사 KT&G와 한국필립모리스,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이 사건 보험급여를 지출한 것은 국민건강보험법이 예정한 바에 따라 보험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이자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징수한 자금 등을 집행하는 것에 불과하고, 원고에게 어떠한 법익침해가 발생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들이 제조·판매한 담배에 설계상의 결함, 표시상의 결함, 통상적으로 기대되는 안전성이 결여가 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며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기망·은폐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증거도 부족하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밖에 이 사건 대상자들의 흡연과 암 발병 간 인과관계도 인정하지 않으면서, 결국 공단 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담배회사 측의 손을 들어줬다.
공단이 담배 소송을 처음 검토한 시기는 2013년 8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공단은 당시 '건강보장정책 세미나'에서 과거 19년 동안의 검진·진료 데이터를 근거로 담배로 인한 건강피해를 주장하며 소송 제기를 시사했고, 이듬해 4월 14일 국내시장점유율 1~3위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53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국내 공공기관이 담배 회사들을 상대로 낸 첫 소송이었다.
소송 제기의 가장 큰 이유는 '흡연 예방'과 '재정 누수 방지'였다. 공단에 따르면 직·간접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의료비 지출 규모는 2014년부터 2024년까지 11년간 누적 약 40조7000억원에 달한다. 2024년 한 해만 따져도 4조6000억원에 이르는데, 이 중 약 82.5%는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했다.
공단은 "흡연자는 담배를 구입할 때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담하고 비흡연자도 건강보험 가입자로서 흡연으로 인한 건강보험 재정을 부담하는데 반해, 원인 제공자이자 수익자인 담배회사는 아무런 부담도 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를 바로 잡는 것이 형평성과 사회적 정의에 부합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공단이 청구한 손해배상 금액 533억원은 흡연력이 20갑년(20년 이상을 하루 한 갑씩 흡연) 이상, 흡연 기간이 30년 이상이면서 폐암 및 후두암으로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 대해 공단이 지급한 급여비 규모다.
1심에 패소한 뒤 공단은 즉시 항소하고 2심 과정에서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전문가들의 의견서와 최신 연구, 흡연 피해자 진술서를 연달아 증거로 제출했다. 호흡기내과 교수 출신인 정기석 공단 이사장이 직접 변론에 나서 "담배가 폐암 등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점은 과학적으로 명확히 입증돼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단의 이러한 노력은 통하지 않았고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완패'라는 결과를 받아들이게 됐다. 공단은 대법원 판단까지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정기석 공단 이사장은 이날 2심 선고 뒤 "매우 실망스럽다"며 "과학과 법의 괴리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경제만 선진국이 됐다. 국민건강보험권은 후진국을 벗어나지 못했다"며 "의료계, 법조계, 보건의료 전문가와 힘을 합쳐서 상고 이유를 잘 써서 법원을 설득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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