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길에 만나는 보랏빛 꽃들을 흔히 '들국화'라 부른다. 하지만 들국화는 특정 식물의 이름이 아니라, 산과 들에 피는 국화과 식물들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다. 이 무리 중에서도 잎 모양이 쑥을 빼닮고, 맛 좋은 나물로 입맛을 돋우는 주인공이 바로 '쑥부쟁이'다.
예쁜 꽃으로만 알고 지나치기엔 아까운 쑥부쟁이는 오랜 세월 우리 식탁을 지켜온 식재료이자, 애틋한 이야기와 약재 기록까지 간직한 우리 민족의 정겨운 벗이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는 생명력
쑥부쟁이는 한 번 뿌리를 내리면 해마다 줄기가 돋아나는 식물이다. 보통 어른 허리 높이 정도인 50~100cm까지 곧게 자라나는데, 잎 가장자리가 톱니처럼 들쭉날쭉한 타원형을 띤다. 특히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어 나가며 무리를 지어 자라기 때문에 거친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번식하는 강인한 생명력을 보여준다. 산기슭이나 들판 어디서든 무더기로 피어난 보랏빛 꽃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 쑥과 비슷한 잎을 가졌지만, 맛은 한결 대중적이다. 쑥보다 향이 은은하고 순해서 여러 양념과 잘 어우러지는 덕분이다. 주로 이른 봄에 돋아나는 여린 순과 잎을 먹는데, 쓴맛이 거의 없고 씹는 맛이 연해 나물로 무쳐 먹기에 좋다.
요리법도 어렵지 않다. 끓는 물에 살짝 데쳐 양념에 버무리면 향긋한 산나물이 되고, 된장국에 넣으면 구수한 국물 맛을 낸다. 만약 제때 나물을 거두지 못해 잎이 억세졌더라도 걱정할 거리는 없다. 잎을 말려 두었다가 겨울철에 삶아 먹는 '묵나물'로 만들면 일 년 내내 그 풍미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몸을 보하는 기록과 가슴 뭉클한 설화
쑥부쟁이의 가치는 밥상을 넘어 옛 약재 기록에서도 확인된다. 한방에서는 이 식물을 '삼백국'이라 불렀다. 허준이 지은 '동의보감'을 보면, 뿌리와 줄기를 말려 약으로 썼다는 대목이 나온다. 성질이 서늘하고 독이 없어 가래를 삭이거나 기침을 멈추게 하고, 몸 안의 나쁜 요소를 풀어주는 데 도움을 준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몸에 이로운 성분을 살펴보면 눈을 맑게 하는 베타카로틴과 비타민 C, 몸속 노폐물 배출을 돕는 칼륨이 가득 들어 있다.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이야기도 서려 있다. 가난한 대장장이의 딸이 배고픈 동생들을 위해 나물을 뜯으러 산을 헤매다 그만 목숨을 잃었는데, 그 자리에 피어난 꽃이 바로 쑥부쟁이라는 설화다. 죽어서도 동생들을 걱정하며 먹거리인 나물로 돋아났다는 이 슬픈 사연 때문에, 사람들은 보랏빛 꽃을 보며 애잔한 마음을 갖기도 했다.
이처럼 쑥부쟁이는 먹거리로서의 쓰임새와 더불어 계절이 바뀌는 길목을 알리는 징표로 우리 곁에 머물러 왔다. 숲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보랏빛 꽃이 예전보다 더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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