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동으로 핵추진 항모전단 이동' 보도…미군기지 일부 철수 권고
유엔, 美 요구로 안보리 긴급회의…유럽선 '이란 철수령' 잇따라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이란의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군사 개입 여부에 국제사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이 중동으로 주요 전력을 이동시키고 현지 직원들에게 철수 권고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이란에 대한 공격이 사실상 임박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란 역시 강경한 시위 진압 태세를 이어가는 한편, 한때 자국 영공을 폐쇄하는 등 역내 긴장 수위는 점점 더 높아지는 모습이다.
14일(현지시간) 미국의 뉴스채널 뉴스네이션에 따르면 미국은 이날 남중국해에 배치됐던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호 전단을 미 중부사령부 작전책임구역(AOR)으로 전진 배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부사령부 작전책임구역은 이란 등 중동·아시아·아프리카 지역 21개국을 관할하는 곳인데, 이란 사태가 심각해지자 이곳에 '바다 위의 군사기지'라 불리는 미 해군 핵심전력인 항모 전단을 파견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미국은 중동 최대 거점인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 기지 일부 직원들에게 이날 저녁까지 기지에서 철수하라는 권고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에는 이란에 머무르는 자국민들에게 즉각 인접국으로 대피하라는 권고를 내리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미군이 24시간 내 공격 개시를 염두에 두고 이란의 반격에 대비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이란은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을 때마다 중동의 미군 기지를 보복 공격하는 방식으로 대응해왔기 때문이다. 이란은 지난해 6월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 당시에도 알우데이드 기지를 겨냥해 미사일을 발사한 전례가 있다.
유엔도 긴밀히 움직이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오는 15일 이란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는 미국 정부가 요구한 것으로, 이란을 겨냥해 군사적·외교적 측면에서 동시다발적인 압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정부 역시 이날 한때 자국 영공을 폐쇄하면서 긴장 수위를 높였다.
이란은 이날 국제 항공 고시에서 '공중 임무'를 이유로 자국 영공을 폐쇄한다고 밝혔고, 이후 추가 공지를 통해 영공 폐쇄 시간을 연장했다가 해제했다.
이란 정부의 무차별적인 시위 진압이 이어지며 사망자도 급증하고 있다.
미국 기반 인권운동가통신(HRANA)은 지난달 28일 이란에서 시위가 시작된 이후 군경 147명을 포함해 2천500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했고, 일각에서는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섰다는 추산도 나왔다.
유럽 등 주요국들은 자국민에게 '이란 철수령'을 내리면서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영국 정부는 이날 테헤란 주재 영국 대사관을 임시 폐쇄하고 대사를 포함한 모든 직원이 철수했다고 밝혔으며, 프랑스는 대사관 비필수 인력을 철수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이탈리아와 스페인도 이란에 체류 중인 자국민에게 즉각 철수를 촉구했다.
한국 외교부도 지난 13일 김진아 2차관이 주재한 상황점검회의 등을 통해 모든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교민 대피·철수 가능성까지 고려해 관련 계획을 수립해두고 있다.
이란에서 실제로 미국의 군사 개입이 이뤄질 가능성에 주목하며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상황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부가 반정부 시위대를 교수형에 처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면 매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미 NBC 방송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행할 경우 '신속하고 단호하게' 이뤄져야 하며 몇주 혹은 몇 달이 걸리는 장기전으로 가서는 안 된다고 백악관 국가안보팀에 당부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압송 당시 미군의 기습작전이 큰 성공을 거둔 것은 이란 문제에 대한 미국의 자신감을 높여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란 측에서는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 일부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도 감지되고 있다.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에 참여했다가 사형 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진 26세 남성 에르판 솔타니의 형 집행이 연기됐다는 보도가 나왔고,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도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반정부 시위대에 대한) 교수형이 집행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교수형 계획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다"고 했다.
이란 당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 처벌에 대해 경고 메시지를 발신한 뒤 부담을 느껴 형 집행을 보류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정부의 무차별적인 시위대 진압과 처벌을 군사 개입 명분으로 언급해온 만큼, 향후 미국의 개입 움직임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은 사태를 지켜보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그는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서명식 행사에서 "우리는 이란에서 (시위대) 살해가 중단됐다고 들었다. 처형 계획도, 한 건 또는 여러 건의 처형도 없다"고 했다.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 옵션은 배제되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겠다"며 "하지만 우리는 매우 좋은 소식을 (이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 잘 아는 사람들로부터 받았다"고 답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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