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조작정보가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국회를 통과한 뒤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확정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일명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오는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과 허위의 범위를 두고 ‘최소한의 피해 구제’라는 주장과 ‘권력 감시를 위축시키는 검열 도구’라는 우려가 충돌하는 등 딜레마는 여전하다.
<투데이신문> 은 법안의 핵심 쟁점을 분석하고, 민변 이희영 미디어언론위원장 인터뷰를 통해 규제의 현실적 필요성과 과제를 진단한다. 투데이신문>
【투데이신문 김재욱 인턴기자】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던 시대는 지났다. 유튜브와 SNS, 메신저를 타고 퍼지는 정보는 그 끝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고 넓게 확산된다. 잘못된 정보가 남기는 사회적 비용 역시 결코 가볍지 않다.
실제 각종 음모론과 조작된 주장 등 가짜뉴스를 비롯한 허위 정보는 여론 왜곡과 사회적 혼란을 야기해 왔다. 그 피해는 개인의 삶을 무너뜨리고 사회적 갈등을 키우며 민주주의의 근간까지 위협한다.
그러나 해법을 찾기란 간단치 않다. 피해를 막기 위한 규제와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지점에서, 무엇을 ‘허위’로 규정할 것인가는 늘 논쟁의 대상이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정당한 표현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함께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허위조작정보 유통 근절과 피해 구제 강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7월 시행될 예정이다.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하면 최대 5배까지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징벌적 성격의 배액배상제 도입 등을 두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라는 기대와 “자기검열을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앞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최종안으로 수정되기 전 성명문을 발표해 우려를 표했었다. 불법·허위정보 확산의 폐해와 피해 구제 강화라는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면서도 허위조작정보 등 핵심 개념이 구분 없이 혼재돼 해석 혼란을 낳고 규제 범위가 과도하게 넓어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타인을 해할 의도’에 대한 추정 조항, 실효성이 부족한 SLAPP 방지 장치 등을 문제로 들며 성급한 추진 중단과 전면 재검토를 촉구한 바 있다.
그렇다면 국무회의를 거쳐 시행을 앞둔 최종안은 이러한 우려를 얼마나 해소했을까. 투데이신문은 민변 이희영 미디어언론위원장을 만나 해당 법안을 둘러싼 법적 쟁점과 향후 과제를 짚어봤다. 다음은 이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Q. 지난해 12월 30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어떻게 평가하나.
먼저 민변이나 민변 언론위가 성명·논평으로 입장을 통일한 것처럼 공표되긴 했지만 내부적으로 의견 스펙트럼이 넓다. 원칙적으로는 이번 법안 골자인 손해배상 강화, 이른바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해 언론의 책임성을 높이고 기존 언론 피해 구제의 실효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특히 내란 국면을 거치며 허위조작정보가 유튜브 등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채널을 통해 유통돼 사회 혼란을 야기하거나 민주주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그 부분에 동감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이 법이 완벽하다고 보진 않지만 출발점으로 의미가 있다고 본다.
또 이번 법에는 혐오표현 규제가 함께 포함됐다는 점도 의의가 있다. 당초 혐오표현은 차별금지법을 통해 다뤄져야 할 사안이었지만 해당 법안이 장기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제도적 공백이 이어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의 통과로 혐오표현을 규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변화로 평가된다.
Q. 허위조작정보에 대해 더 강한 법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해 일정 부분은용인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데.
인터넷언론 <스카이데일리> 의 부정선거론 보도와 같이 선거 제도를 뒤흔들 수 있는 내러티브가 유통되면 민주주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다. 서부지검 침탈 사태와 같은 극단적 상황의 악화를 부추긴 한 요인이 됐을 수 있다고 본다. 과거에도 이른바 ‘쓰레기 만두’, ‘통조림 포르말린’, ‘우지 라면’ 사건처럼 기업의 존립을 위협할 정도의 허위 보도가 존재했지만, 당시에는 이에 대한 제재가 충분하지 않았다. 여기에 현재는 유튜브 등 플랫폼을 통해 정보가 훨씬 빠르고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허위 정보가 미치는 사회적·경제적 파급력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졌다. 스카이데일리>
‘사상의 자유시장 이론(Marketplace of Ideas)’은 현실에서 작동하는 방식이 지나치게 이상화돼 있다고 본다. 실제 공론장에서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을 통해 진리에 도달하는,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어느 정도 규제는 필요하다고 본다. 허위·조작정보는 사실관계가 사후에 밝혀질 수밖에 없어서 사전 규제는 조심스럽고 어렵다.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
Q. 지난해 11월 논평에서 허위조작근절법의 원안에 대해 “허위조작정보 정의가 모호해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에 통과한 최종안에선 정의의 모호성이 개선됐다고 보나.
과거 미네르바 사건에서처럼 ‘공공의 이익’ 개념을 둘러싼 명확성 원칙 위배 논란은 여전히 제기해볼 여지가 있다. 다만 법제화된 정의 자체는 학계·시민사회에서 통용되는 정의가 들어가서 크게 무리는 없어 보이고, 법적으로 명확성 원칙이 크게 떨어지는 부분은 크지 않다고 본다.
당시 민변뿐 아니라 시민사회 전반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고 민주당 과방위에서 어느 정도 수용한 면이 있다. 이후 법사위를 거치면서 다시 문제가 야기되긴 했지만 시민사회의 우려가 조금은 반영돼 어느 정도 우려가 해소되는 점이 있다고 본다. 정의 자체가 기존 학계나 시민사회에서 어느 정도 합의된 정의였고, 법제화된 정의도 그 틀을 따르고 있어 그 부분 자체는 크게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
Q. 통과된 법을 두고 표현의 자유와 공익의 충돌이 가장 큰 쟁점으로 꼽힌다. 이 경계선은 어떻게 설정해야 한다고 보나. 언론·시민 비판 위축 우려도 제기된다.
표현의 자유냐 공익이냐를 일률적인 기준으로 가르기는 어렵고, 결국 사안별로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다만 이번 법안에는 공익적 목적의 보도나 표현의 자유를 고려하도록 한 단서 조항이 포함돼 있어, 원칙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보호가 가능하다고 본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통과안에 대해서도 비판과 위축효과 우려가 큰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손해배상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해할 의도’까지 포함한 요건을 충족해야 하는 만큼 그 문턱은 상당히 엄격하다. 공인에 대한 의혹 보도를 했다고 무조건 책임이 인정되는 구조는 아니다.
독재 국가에서처럼 직접적인 검열이 광범위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우려는 다소 레토릭적 성격이 강하다고 본다. 직접 검열이 늘어나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언론계에서 더 크게 우려하는 지점은 이 법으로 인해 자기검열·위축효과가 커지는 부분이다.
또한 원래 배액배상제는 언론중재법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논의됐지만 지금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에 먼저 도입됐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은 유튜브·SNS 등 온라인 플랫폼 규제인데 언론도 채널을 운영하니 결과적으로 언론도 포괄하게 돼 우회적으로 언론 규제가 된 셈이다. 체계적으로 하려면 언론은 언론중재법에서 다루는 게 맞고, 향후 언론중재법 개정과 정합성을 맞춰야 한다.
언론계도 예전엔 배액배상제 원천 반대에 가까웠지만 최근에는 “명백한 허위·조작정보에 한해서는 적용이 가능하다”는 쪽으로 태도가 완화됐다. 대신 공익 보도를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단서 조항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동하고 있다. 이는 언론 역시 허위·조작정보가 초래하는 사회적 해악을 일정 부분 인정하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
Q. 권력자에 대한 비판을 못하게 하는 이른바 ‘입틀막 법안’으로도 불린다. 정부나 고위공직자, 대기업 등이 시민들의 공적 참여를 위축시키기 위해 비정부단체나 개인 등을 대상으로 제기하는 이른바 ‘전략적 봉쇄소송(SLAPP)’의 일종으로 악용될 거라는 우려가 존재한다.
권력자나 재벌 대기업이 비판 보도에 대해, 패소가 분명해도 위축효과를 노리고 소를 제기하는 남소 우려는 있다. 다만 언론에서 제기하는 우려는 과도한 면도 있다고 본다.
법을 보면 배액배상 대상이 되려면 엄격한 요건이 필요하고 기존 판례에서도 공적 사안이고 보도 당시 진실이라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으면 면책되는 기준이 확고하다. 여기에도 적용될 것이라 봐서 실제 배액배상 대상 사례는 많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이미 지금도 일부 정치인·기업이 말도 안 되는 거액 손배 소송을 언론 보도에 제기한다. 법 통과로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
Q. 허위조작 근절법에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이 아직도 존치해 논란이 됐다. 해당 조항을 어떻게 다뤄야 하나.
배액배상제는 기본적으로 민사적 구제 수단인데, 현행 법체계에서는 명예훼손이 여전히 형사 처벌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민변은 오래전부터 명예훼손은 형사처벌이 아니라 민사적 해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민주당 과방위 안에서는 정통망법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없애는 걸로 했다가, 법사위 거치면서 최종 통과안에는 그대로 존치됐다. 앞으로 여당이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폐지 후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의 해당 내용을 없앤다는 보도를 보긴 했지만 형법이든 정통망법이든 체계적으로 사실적시 명예훼손 조항은 폐지하는 게 맞다고 본다.
Q.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발의하면서 ‘한국형 DSA(EU의 디지털서비스법) 도입’을 말했는데, DSA와 이번 정통망법 개정안의 공통점·차이점은.
EU의 DSA은 정부가 직접 규제에 나서기보다는 대규모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에게 강한 책임과 의무를 부과해 자율규제를 구조화한 법이라는 점에서 우리 제도와 차이가 있다. 즉 DSA는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규제하도록 한다. 세밀한 조항과 감독기구를 두고 정부와의 협업 구조를 법적으로 설계함으로써 사업자가 스스로 불법정보를 걸러낼 장치를 마련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라 근본적 차이가 크다.
개정안에 일부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게 감독 의무나 지원체계 조항이 신설돼 일부 요소가 들어가긴 했지만, 전체 체계로 보면 정통망법은 정부가 직접 규제하는 방식이다. 플랫폼에 직접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는 식이다.
이번 정통망법 개정안에서도 ‘대규모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대상으로 한 감독 의무나 지원 체계 조항이 신설되면서 DSA의 요소가 부분적으로 반영되기는 했다. 그러나 전체 체계로 보면 정통망법은 여전히 정부가 직접 규제하고, 플랫폼에 손해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방식다.
Q. 법안 통과 과정에서 여야 대립이 심했고 시민사회 우려도 컸다. 숙의나 합의, 공론화가 부족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는데.
이 문제는 이번에 갑자기 등장한 쟁점이라기보다는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논쟁이다. 윤석열 정부 때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중심으로 가짜뉴스 심의·통제 기구 논의가 제기되면서 시민사회의 강한 반발이 있었던 바 있다.
이번에도 민주당 내 특위를 만들어 시민사회 참여를 시도했고, 국회 차원의 공청회는 열리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당 차원의 토론회가 있었고 시민사회 내부 논의 역시 적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논의 자체가 전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시민사회는 대부분 비판 입장이 강했고 최종 결과 역시 기대한 방향대로 통과되지 않았으니 “충분한 소통과 합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시민사회 입장에서는 늘 부족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해서 정치 과정에서 제기된 의견이 100% 반영은 불가능하고, 반영되지 않았다고 무조건 비판만 하기도 어렵다.
Q.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앞으로 지향해야할 방향은 무엇인가.
원래 배액배상제는 언론중재법에서 언론을 대상으로 논의돼 왔지만 지금은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을 통해 먼저 도입됐다.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은 유튜브·SNS 등 온라인 플랫폼 규제인데 언론도 채널을 운영하니 결과적으로 언론도 포괄하게 돼 우회적으로 언론 규제가 된 셈이다. 체계적으로 하려면 언론은 언론중재법에서 다루는 게 맞고, 향후 언론중재법 개정과 정합성을 맞춰야 한다.
Q. 법적 측면 말고 허위조작정보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은 학교 현장에서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다. 중학생들을 보면 신문 기사를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고, 어휘력과 기본 문해력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문제도 체감된다. 기본 문해력 위에 극단적 견해를 걸러내고 균형 잡힌 시각을 갖게 하는 교육이 어릴 때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자는 얘기는 많은데 학교 현장에서 실제로 얼마나 체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아울러 팩트체크를 담당할 전문 기관의 육성도 중요하다. 과거 서울대 팩트체크처럼 전문적으로 운영되던 조직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예산 지원이 줄어들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팩트체크 기구는 독립기구여야 하지만 동시에 안정적 예산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언론사 내부의 자율적인 검증 노력 뿐만 아니라 외부 독립기구도 필요하다.
Q.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미디어 환경이 급격하게 변했다. 오늘날 정파성을 넘어서 양극화가 시민들의 눈과 귀를 가릴 정도로 심화됐다. 시민들이 정치적 입장을 떠나 사실을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극렬 지지층의 영향으로 공론장이 혼탁해졌고 댓글도 정상적 의견 교환이 아니라 배설이나 욕설이 난무하는 수준으로 변질됐다. 이런 문제를 단순히 “하지 말자”는 호소만으로 해결할 수는 없고 교육을 통한 장기적 대응이든, 제도적·사회적 장치를 마련하든 보다 구조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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