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특검이 지난 13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을 구형한 이후 지지층 일각에서 ‘국민저항권’ 주장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앞서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 역시 국민저항권 행사를 내세워 벌어진 만큼 향후 1심 선고를 앞두고 사회적 파장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투데이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의 사형 구형에 이어 1심 판결을 앞두고 최근 윤 전 대통령 지지층 일부에서 ‘국민저항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지난 13일부터 14일 연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생방송을 열고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가 선고되지 않으면 국민저항권이 발동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저항권은 학계에서 통용되는 권리인 ‘저항권’을 원형으로 두고 주체성을 강조한 용어다. 헌법재판소 판시에 따르면 저항권은 ▲국가권력이 헌법의 기본원리를 중대하게 침해할 때 ▲침해가 헌법질서를 부정할 때 ▲다른 합법적 구제 수단이 없을 때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최후수단으로 대항할 수 있는 권리로 설명된다.
1960년 시민들이 초대 대통령 이승만의 부정선거와 독재 시도에 맞서 일으킨 4·19 혁명은 저항권의 역사적 사례로 꼽힌다. 당시 시민들의 대규모 항거는 대한민국 제1공화국의 막을 내리는 계기가 됐다.
다만 저항권은 헌법에 명문 규정이 없어 오용될 소지가 크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위험이 있으므로 헌법재판소는 그 행사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영상에서 전한길씨는 특검의 사형 구형을 ‘조작’이라며 2월 19일 있을 1심 선고에서 공소기각과 무죄라는 반전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귀연 재판부가 검찰 구형에 따르면 국민저항권이 발동될 것”이라고 발언했다.
이어 “좌파 언론이 미친 듯이 사형을 요구할 것이다. 목숨을 걸고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겠다”며 시청자들에게 “헌법이 보장한 집회·결사의 자유에 따라 평화 집회에 참여해 달라”고 호소했다.
영상 댓글에서 누리꾼들은 “적극 지지한다”, “미국과 민간외교를 하고 여러 지식인이 힘을 합쳐야 한다”, “부정선거 척결없이는 선거는 의미없다” 등의 의견을 내놨다. 윤 전 대통령의 사형 구형에 대해 야당이 반발하지 않은 사실에 분노를 표하는 목소리도 다수 존재했다.
다만 최근 보수세력 사이 거론되는 국민저항권은 폭력 시위 등의 근거로 이용되면서 그 의미가 오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저항권은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당시부터 보수단체 사이에서 언급돼 왔다. 당시 탄핵 반대 시위에 앞장선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정광용 회장도 심판 선고일에 헌재 인근에서 폭력 시위를 선동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그는 당시 시위에 평화로운 방법을 고수하지 않겠다고 예고하며 ‘국민저항본부’를 만들기도 했다.
해당 정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참가자들의 폭력을 선동해 인명피해를 내고 기물 파손을 일으킨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시위대는 경찰 버스에 밧줄을 매 흔들거나 유리창을 깨고 경찰을 폭행하는 등 집회 중 폭력 행위를 벌였고 이 과정에 참가자 3명이 사망했다.
이밖에도 지난해 1월 19일 윤 전 대통령 지지층 시위대가 윤 전 대통령에 구속영장을 발부한 서부지법을 습격해 법원 내부를 파손하고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수색하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난동을 저지하던 경찰 다수가 중상을 입었고 기자와 민간인에게도 무차별 폭력이 일어났다.
사태 전날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는 “국민저항권이 헌법보다 우선되는 권리”라며 윤 전 대통령을 구속한다면 구치소를 침입해 강제로 그를 빼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난동 사태에 앞서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국민저항권을 언급하며 법원을 침입하겠다는 게시글이 속출했다.
전 목사는 지난 3일과 10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집회에서도 국민저항권 발동을 언급하며 국민들이 저항에 나설 경우 윤 전 대통령이 현역 대통령으로 돌아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사형 구형 및 향후 법원 판단을 두고 일부 세력이 ‘국민저항권’을 거론하는 것은 개념 자체가 성립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저항권은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위헌적 공권력 행사에 맞서 다른 법적 구제 수단이 모두 무력화됐을 때 최후 수단으로 행사되는 권리인 만큼 사법 절차의 결과를 이유로 이를 주장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설명이다.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임지봉 교수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특검 구형이나 법원의 판결이 헌법의 근간을 흔드는 공권력 행사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저항권이 행사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구형과 판결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사법제도의 틀 안에서 이뤄지는 절차”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저항권이 반복적으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권리 개념에 대한 오해를 넘어선 ‘의도적 오남용’ 가능성도 제기됐다. 임 교수는 “저항권이 적용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내란을 선동하기 위한 목적으로 그 표현을 오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형사 처벌 가능성도 언급됐다. 임 교수는 “다른 사람들에게 국가 시스템을 흔드는 파괴행위로 나아가도록 고무하는 것이라면 형법상 내란선동죄가 적용될 수 있다”며 “헌법과 법률이 정한 시스템을 정치적 입장에 따라 파괴하려는 행위는 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태롭게 하는 만큼 관련 규정을 통해 헌정 파괴 행위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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