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룡 우리금융그룹(이하 우리금융) 회장 체제의 내부 민심에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임 회장 취임 이후 직원 만족도가 계단식 하락을 이어가며 경영진에 대한 내부 조직원들의 피로도와 불만이 누적되는 양상이다. 특정 학벌과 사적 인연을 중심으로 한 '이너서클'(그룹 내부의 핵심 권력집단)이 내부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역대급 실적에도 불구하고 업계 최저 수준의 보상을 지적하는 불만이 유독 많다.
80점 육박하던 직원 만족도 60점대로 추락…내부 이너써클 형성에 낮은 보상 원인 지목
은행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실시한 2024년 임직원 만족도 조사 점수는 68.3점으로 집계됐다. 임 회장 취임 전인 2022년 79.3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만에 11점이나 하락한 수치다. 2023년 70.7점에 이어 2년 새 70점 선마저 붕괴된 것이다. 아직까지 지난해 평가 점수는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우리금융의 임직원 만족도 조사 결과는 경쟁사와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일례로 신한금융은 최근 3년간 77~78점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으며 같은 기간 하나금융 역시 78~79점 수준을 안정적으로 기록 중이다. 매년 60점대를 기록하며 타 사 대비 낮은 점수를 기록한 JB금융조차 꾸준히 점수를 높여가며 개선의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우리금융 내부 직원들의 만족도 하락은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니라 경영진과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과 피로감이 누적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결과의 원인으론 임 회장 취임 후 생겨난 특정 인맥 중심의 폐쇄적 권력 구도, 업계 최저 수준의 보상 등이 지목됐다. 우리은행 내부 직원들의 전언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임 회장 취임 초기 단행된 9개 부문장 인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4명이 연세대 출신으로 채워진 이후 여전히 그룹 내 핵심 요직에 특정 학교 출신의 인사들이 두루 포진해 있다. 일례로 임 회장 1기 단행된 첫 인사에서 상무로 승진한 김건호 전 우리금융 미래사업부문장 역시 지난해 우리금융에프앤아이 대표이사로 영전한 데 이어 올해에도 연임에 성공하며 자리를 지켰다. 김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또한 임 회장의 연세대 경제학과 후배이자 최측근으로 꼽히는 장광익 사무국장은 처음 브랜드부문장으로 우리금융에 영입된 후 우리금융경영연구소를 거쳐 현재 우리금융미래재단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직책은 바뀌었지만 그룹 내 영향력은 여전하다는 평가다. 장 전 부문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고 장제원 의원의 형인 장제국 동서대 총장과 부산 브니엘고 고교 동창으로 알려져 정치권과의 인맥 연결고리도 꾸준히 거론되기도 했다.
임 회장의 '런던 인맥' 역시 최근 우리금융 내에서 강세를 떨치고 있는 세력으로 꼽히고 있다. 우리금융의 2인자로 꼽히는 정진완 우리은행장이 대표적이다. 정 행장은 임 회장이 기획재정부 소속으로 지난 2004년부터 약 2년간 주영국대사관 영사관으로 근무했을 당시 우리은행 런던지점의 실무 과장을 지냈다. 임 회장이 영국에 가기 1년 전 이미 영국에서 주재하던 정 행장은 기재부에서 파견된 임 회장에게 현지 정보를 제공하고 때로는 업무 협조를 하며 친분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출범한 우리투자증권의 초대 수장인 남기천 사장 역시 임 회장과의 '런던 인맥' 중 한 명으로 분류된다. 남 사장은 임 회장의 영사관 재직 시절 대우증권 런던지점장을 역임했다. 두 사람은 함께 타국 생활을 하며 인연을 맺었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꾸준히 관계를 이어왔다. 과거 금융권에선 2023년 남 대표가 멀티에셋자산운용에서 우리자산운용 대표로 자리를 옮길 당시 그를 자회사임원추천위원회에 추천한 인물이 임 회장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우리금융 자회사 직원은 "오랜 기간 회사의 핵심 권력 세력으로 꼽혔던 '한일-상업' 대립 구도가 약해지니 이제는 '연대·런던 라인'에 속한 이들이 회사의 핵심 권력층으로 자리 잡은 모습이다"며 "과거 파벌 세력을 청산하겠다더니 결국 또 다른 형태의 이너서클이 조직을 장악한 꼴이다"고 성토했다. 이어 "그 중 일부는 외부에서 영입된 인사들이다 보니 정통 우리금융 사람들의 불만이 상당하다"며 "적게는 수년에서 많게는 수십년 동안 은행에 충성해 온 입장에선 애사심이 송두리째 사라질 만한 사안이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보상 체계에 대한 불만도 임 회장에 대한 민심 하락에 기름을 붓고 있다. 2024년 우리은행의 순이익은 3조394억원으로 전년(2조5056억원) 대비 21.3%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연간 순이익이 3조원을 넘은 것은 우리은행 역사상 처음이다. 반면 2024년 우리은행 직원들의 성과급 요율은 4대 은행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2024년 우리은행의 성과급 요율은 +232%로 결정됐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250%) ▲신한은행(+280%) ▲하나은행(+280%)에 비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내부에서는 각종 수익성과 무관한 상생금융 정책을 예고한 탓이 올해에도 같은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리금융의 내부 만족도 하락은 단순히 개별 사안이 아니라 조직 내 권력 구조와 보상 체계가 함께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로 볼 수 있다"며 "금융회사는 국민들의 자금을 다루는 업종 특성상 내부 신뢰가 경영 성과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임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지 않으면 장기적으로 조직 안정성과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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