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이슈]中 희토류 통제 현실화에 '공급망 연쇄 충격' 경고등…韓 산업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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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이슈]中 희토류 통제 현실화에 '공급망 연쇄 충격' 경고등…韓 산업 시험대

폴리뉴스 2026-01-15 16:22:38 신고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가 본격화되면서 동아시아 제조업 전반에 '공급망 연쇄 충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직접적인 규제 대상은 일본이지만, 일본을 중간 생산 거점으로 활용하는 한국 산업 구조상 간접 타격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방산, 첨단소재 등 국가 주력 산업 전반이 희토류와 핵심광물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는 단순한 통상 갈등을 넘어 경제안보 차원의 시험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희토류를 포함한 이중용도 물자에 대해 일본 수출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히며 실제 규제 조치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중용도 물자는 군사용과 민간용으로 동시에 활용 가능한 품목을 뜻하며, 희토류뿐 아니라 반도체 소재, 정밀 부품, 특수 합금, 첨단 장비 등 폭넓은 범위가 포함된다. 규제 대상 품목이 1000개 이상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일본 산업계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 전반에 긴장감이 확산되고 있다.

과거 2010년 센카쿠 분쟁 당시 중국은 일본에 대한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며 압박 수단으로 활용한 바 있다. 당시에는 주로 희토류에 한정된 조치였지만, 이번에는 군사적 활용 가능성이 있는 첨단 소재와 장비 전반으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훨씬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 희토류의 약 70%를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 전기차 모터, 반도체 장비, 방산 소재, 배터리 핵심 부품 등 주요 산업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문제는 일본에 대한 규제가 한국 산업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 일본으로부터 반도체 소재, 정밀 화학제품, 첨단 기계류, 바이오헬스 장비, 철강 소재 등을 대규모로 수입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약 476억 달러로 전체 수입의 7% 이상을 차지했다. 일본이 중국산 희토류와 핵심 광물을 확보하지 못해 중간재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되면, 한국이 수입하는 가공 소재와 부품의 공급도 불안정해질 수밖에 없다.

즉 중국 → 일본 → 한국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구조 속에서 일본이 병목현상을 겪을 경우 한국 역시 직접적인 제재 대상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는 '공급망 도미노'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와 배터리 산업은 원재료부터 부품, 장비, 완제품까지 글로벌 분업 구조에 깊게 얽혀 있어 단기간의 충격도 생산 차질과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현재로서는 중국이 한국을 직접적인 통제 대상으로 삼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최근 정상외교를 통해 한중 관계 안정 기조를 재확인한 만큼, 당장의 직접 타격보다는 간접 리스크 관리에 정책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일본을 경유한 공급망 충격 가능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는 범정부 차원의 대응 체계를 본격 가동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준비 중인 '희토류 공급망 종합대책'은 단기·중기·장기로 나뉜다. 단기적으로는 수급 위기 관리에 초점을 맞춘다. 중국과의 통상 채널을 다층적으로 가동해 우리 기업의 원활한 희토류 수입을 지원하고, 희토류 17종 전체를 국가자원안보 특별법상 핵심광물로 지정해 관리 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수급 상황이 불안정해질 경우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도록 한다.

중기적으로는 공급선 다변화가 핵심이다. 현재 중국 의존도가 높은 구조에서 벗어나 호주, 베트남, 말레이시아,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 제3국과의 자원 협력을 확대하고, 장기 구매 계약과 공동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는 전략이 추진된다. 동시에 희토류와 핵심 광물의 국가 비축 물량을 확대해 단기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완충 장치를 강화할 방침이다.

장기 전략의 핵심은 희토류 생산과 정제, 재활용의 '내재화'다. 단순히 해외에서 원광을 들여오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내 정제 능력과 가공 기술을 키우고, 희토류 재자원화 산업을 육성해 공급망 전주기를 국내에서 관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내 희토류 생산시설 투자에 대한 보조금과 세제 지원, 공공 비축 시 국내 생산 물량 우선 구매 정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재자원화 분야 역시 중요한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 모터, 대형 가전, 풍력 발전 설비 등에 사용되는 희토류 자석을 재활용해 새로운 자원으로 되살리는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현재는 폐희토류 자석의 수거·처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산업화에 제약이 크지만, 실증사업을 거쳐 재활용 기준을 마련하고 제도적 기반을 갖추겠다는 계획이다.

국제 공조도 병행된다. 최근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들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 가능성에 대응해 '핵심광물 공급망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 역시 주요 동맹국들과 공동 투자, 공동 비축, 기술 협력, 정보 공유 체계를 확대해 글로벌 공급망 안정화에 적극 참여한다는 전략이다. 희토류 문제를 단순한 통상 이슈가 아니라 경제안보 차원의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겠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한국 산업 구조를 재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핵심광물 정책이 해외 자원 확보와 비축에 집중돼 있었다면, 이제는 정제·가공·재자원화·대체 소재 개발까지 포함하는 전주기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공급망 리스크 관리가 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 정책으로 격상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 연구기관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핵심광물 수급 리스크는 단기적인 가격 문제를 넘어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에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자원 확보, 공급망 내재화, 재자원화, 대체 소재 개발을 포괄하는 통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가 해외 자원 개발과 정제 시설 구축, 우방국과의 공동 투자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중국의 희토류 통제는 특정 국가에 대한 제재를 넘어 글로벌 공급망 구조 자체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한 번 드러낸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 직접적인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일본을 매개로 한 연쇄 충격 가능성이 높은 만큼 더 이상 '남의 일'로 볼 수 없는 상황이다. 희토류와 핵심광물을 둘러싼 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번 대응이 한국 산업의 공급망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폴리뉴스 이상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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