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썰 / 최소라 기자]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카드론 규제 강화로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된 카드사들이 법인카드(B2B) 시장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은행·증권 등 계열 금융사와의 연계가 가능한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를 중심으로 법인영업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하나·우리·BC 등 8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순이익은 1조8917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2조2240억원) 대비 14.9% 감소한 수치다. 최근 5년간 1~3분기 누적 순이익이 2조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가 유일하다.
단순 연환산 기준으로 지난해 연간 순이익은 약 2조5200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이는 레고랜드 사태로 조달금리가 급등했던 2023년 연간 순이익(2조5823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조달 환경이 급변했던 레고랜드 사태 때보다 체감 경영 환경이 더 어렵다”며 “신용판매와 금융부문 모두에서 수익성이 동시에 압박받는 구조”라고 말했다.
◇개인카드 성장 한계…법인으로 무게중심 이동
수익성 악화는 영업 구조 전반의 축소로 이어졌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신용카드 모집인은 3324명으로, 2016년(2만2872명) 대비 약 85% 감소했다. 개인카드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신규 확장이 사실상 막힌 영향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성장 여력이 남아 있는 법인카드 시장으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법인카드는 건당 결제 금액이 크고 해외 결제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양호한 데다, 기업 고객 중심이어서 연체·부실 관리 측면에서도 수월해서다.
카드업계 다른 관계자는 “개인카드는 마케팅 비용 대비 수익이 떨어지는 반면, 법인카드는 거래 규모와 지속성이 확보된다”며 “중장기적으로 사업 구조를 지탱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세금·공과금 카드 납부 확대…법인카드 결제액 증가
실제 법인카드 이용액은 완만한 증가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8개 카드사의 법인 신용카드 일시불 결제액은 79조633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2조7579억원) 늘었다.
세금·공과금 카드 납부 확대가 성장세를 이끌었다. 국세청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카드 납부 대상 세목을 늘리고 수수료를 인하하면서 법인세·부가가치세 등 납부성 거래가 카드 결제로 이동했다. 지난해 3분기 국세·지방세 등 공과금 승인 금액은 19조2662억원으로, 전체 법인카드 이용액의 약 3분의 1을 차지했다.
중견·대기업을 중심으로 경비 통제와 회계 자동화가 확산되면서 법인카드를 활용한 세금·경비 처리 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 입장에선 B2B 거래 중 여전히 현금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할 때, 법인카드의 고객 확장 여지도 충분하다.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법인 영업 전면전
법인카드 시장은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가 주도하고 있다. 은행의 기업 고객 기반을 공유할 수 있고, 그룹 차원의 패키지 영업이 가능한 만큼 구조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기준 8대 전업 카드사의 법인카드 총 이용액은 102조9985억원이다. 점유율은 KB국민카드가 16.6%로 1위를 차지했고, 하나카드(16.4%), 신한카드(14.9%), 삼성카드(14.8%), 우리카드(14.7%)가 뒤를 이었다.
KB국민카드는 올해도 선두 수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에는 온라인 기업카드 신청·심사 프로세스 고도화를 위한 시스템 개발에 착수하며 법인 고객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조직개편에서도 기업영업본부를 신설하고, 기업 규모·지역별 전담 조직을 배치하는 등 법인영업에 힘을 실었다.
하나카드는 지난해에 이어 점유율 확대 기조를 유지한다. 성영수 하나카드 대표는 신년사를 통해 “은행과의 협업을 강화하고, 의약품·오토 등 자체 영업 분야의 성장세를 이어가며 손익과 매출의 균형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신한카드 역시 금융지주 내 계열사 협업을 기반으로 법인영업 확대에 나선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신규 산업군을 중심으로 법인 고객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점유율이 다소 낮아졌지만, 올해는 다시 외형 확대에 나선다. 우리은행과 연계한 상품과 제휴 범위를 넓혀 신규 고객 유치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지난해는 외형확대 보다는 수익성 위주의 영업을 이어갔다”면서 “올해는 지난해 다진 기초체력을 바탕으로 외형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카드는 차별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운다. 기업 아이덴티티를 반영한 커스텀 플레이트 디자인, 법인별 전담 인력 배치, 월별 이용 분석 리포트 제공 등 관리 편의성을 앞세워 법인 고객 공략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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